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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에서 마지막 날

아이 기숙사 입소 3일 전

by 스타티스

2025.11.28 금


이 날이 올 줄 알았지만,

눈 앞에 닥치니 더 무겁다.

안타까운 건,

해내야만 하는 일도 많다는 것이다.



아이와 온전히 가을을 나고,

기숙사 입소를 시키려했는데…


대학원 2학기차 학생은 할 일이 꽤 있다.

개별 과제는 해내기만 하면 되는데,

조별과제는 참 무겁다.

그러니 조원들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투사하고 있었나보다.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해내고 있는 조원들이었다.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앉은 자리에서 2/3를 읽고 바빠서 덮어둔 책을 꺼냈다. 마음의 양식이 부족한 시기라, 여유가 없었다.

한동안 사람이 싫어졌었더랬다.


지난 학기는 잘하진 못했지만,

잘 보내긴 했는데.


이번 학기는 잘하지도 못하고,

잘 보내지도 못했다.


왜 그럴까.


아이와 헤어짐이 생각보다 더 슬프다.

오늘 아침엔 이랬다.

“엄마와 한 집에 살면서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라, 엄마한테 잊지못할 선물을 주고 싶었어.“

아이는 올해 내 생일에 지인 10명에게 연락해서 생일 축하 영상을 받았다. 편집본과 꽃다발을 선물로 주었다.

8월이었는데, 아직도 두고두고 그 마음이 뭉클하다.


나는 그다지 살가운 엄마가 아니기에(수퍼T),

그만큼 생일을 챙겨줄 자신이 없다.


다만, 바쁘더라도 아이 데리러가는 시간에 가고

도시락을 챙기고, 묵묵히 청소, 빨래, 간식을 챙길 뿐이었다.


어쩌면 아이를 키우는 18년 동안 나는 내가 준 사랑보다 아이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가 떠나간다.


수시로 눈물이 난다.

하지만 해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나는 항상 바쁘게 살았다.

어쩌면 죽기 직전까지도 바쁠지도 모르겠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뭐가 더 중요한지 생각하면서

쌓인 일들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이가 먼저다.

10시 지도교수님 첫 그룹 논문 지도를 앞두고,

아이와 차 한 잔 마실 여유는 생겼다.


좀, 못하면 어때

아이와 함께 보내는 금요일은 몇 번 남지 않았을수도 있는데…


진짜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다.

기숙사 입소 전 아이와 함께 하는 마지막 주였는데.


아이는 엄마가 평소(?)대로 바쁜게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게 낫지.


큰 이변이 없는 한,

지금처럼 계속 바쁘게 살 것 같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집중해서 처리해도 산처럼 쌓인 일들은 쉬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도 하나씩 해나가니 다행이라 생각이 들 뿐이다.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기숙사 입소 일이

조별 과제 발표일이라는 것이

좋다면 좋고

아니라면 아니라는 거.


다른 조별 과제와 달리 심적부담도 크고 해내야할 것도 많다. 논문을 쓰는 만큼 큰 도전으로 느껴진다.


먼저 발표한 선생님이

그러셨다.

“선생님, 걱정하고 부담스럽고 힘들겠지만

시간은 지나가요.“


그래, 그렇겠지.


지금까지 많은 일들이 그랬다.


아이의 떠나감도 그렇고,

조별 발표도 그렇고,

내 논문도 그러하겠지.


다만 오늘은 좀 많이 슬프다.

이 슬픔에 온전히 머무를 수 있는 것도

다행이랄까.


예전에는 감정 억압&회피형이라, 아닌 줄 알고 지나갔다. 이제는 슬퍼할 줄 도 알고, 기뻐할 줄도 알게 되었다. 다만 즐거움은 아직도 어려운 영역이다.


최근 며칠 동안은

아이기 태어나던 그날, 조리원에서

유치원 데리러 가던 풍경,

아이 초등학교 때 강변을 걷고

도서관을 가던 때

코로나 기간

중학생 때 산에 등산 갔던 때


필름처럼 지난 시간들이 장면으로 지나갔다.

이렇게 빨리 헤어짐을 겪게 될 줄 몰랐더랬다.


아이 성향상 20대에 내 곁에 더 머무를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10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별하게 될 줄 몰랐더랬다.


아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잘 자라주어 고맙기도 하다.


복합적인 감정의 강을 건너는 중이다.



이 마음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떠올리지 못할거 같기에..

(슬펐던 건 특히 더 잘 잊어버린다..)


일기같은 글을 써두려 한다.


아이가 용돈으로 사준 첫 미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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