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mm의 닳음

그래, 너 단발머리도 예뻐. 다 된다고!

이전의 경험으로 망설일 필요가 없다

by 하니몽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리 실패를 짐작하지 않는 것

이미 충분히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패하기 싫으니까, 상처받기 싫으니까, 손해보기 싫으니까

결국 그냥 나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감정을 느끼기가

절대적으로 싫으니까


언제나 이미 결과가 나온 이전의 경험을 믿고 기대게 되는 건 사실




내 친구 J는 고등학교 이후로 단발머리를 한적이 없다.


언제나 긴 머리를 고수했고,

헤어스타일이 지겹다고 항상 말하던 그애는

그저 긴 머리를 다듬고, 염색하고, 파마만 할 뿐이었다.


물론 그게 잘 어울렸고, 예뻤다.


계절이 변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 될 때마다

나무가 물들듯 다들 조금씩 변화를 줄 때,

J역시 스스로의 색다른 변화를 바랐다.


사실 근 5년간의 긴머리는

염색과 파마를 해도 익숙한 모습에 익숙함을 더하는 것 뿐이었다.


나는 J에게 단발을 해보면 어떠냐며 권유를 했었다.

성숙한 스타일의 J에게 도시적인 단발이 상당히 잘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적당히 동그란 얼굴에 단발이라니!

머릿속으로 떠올려 본 J의 단발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그러나 J는 단발은 절대 안된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러던 최근, 긴머리를 고수하던 J는 단발로 잘랐다.

얼굴형에 어울리는 커트와 볼륨을 살려주는 적당한 펌을 한 J의 헤어스타일은

직장 동료들과 주변지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주는 성공적인 변신이었다.


사실 J가 그렇게도 단발을 주저하던 이유는 고등학생 때, 단 한번 단발머리를 했던 경험 때문이었다.

두발단속 때문에, 강제적으로 했던 단발은 시작부터 부정적인 느낌을 주었었다.

J의 얼굴형을 고려하지 않은 오직 교칙을 따르기 위해 했던 그 단발머리는 J로 하여금

"나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헤어스타일"

이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주게 되었다.


그때의 단 한번의 경험으로 J는 졸업 후 긴 시간동안 단발머리를 하지 않았다.

단 한번의 실패로, 단 한번의 부정적인 경험을 통해서 말이다.


고등학생때의 J와 지금의 J는 많이 달라졌다.

통통했던 젖살은 빠졌고, 적당히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기도 했다.

물론 이제 우리를 억압했던 교칙도 없고.

그런데도 과거의 경험은 J에게 보이지 않는 제약을 걸었고, 같은 결과만을 예상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경험을 넘어선 J의 변신은 성공했지만,

나는 J의 단발머리를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많은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험을 과신하지 말자"


나 역시 원래 안경을 썼었는데, 친구들이 렌즈가 편하다며 권유를 해도

"아 난 안어울려~ 안경쓴게 훨씬 나아~"

라며 단박에 거절했었다.

물론 그때의 고집은 다 어디로 갔는지 지금 나는 절대 안경을 쓰지 않지만.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당장 안경을 벗으라고 해주고 싶을 정도다.


경험은 미래를 추측할 수 있는 도구이긴 하지만, 너무 과신하면 안된다.


게임을 할 때도, 같은 스테이지를 어느날은 무난하게 클리어하고

어느날은 몇 번을 시도해도 끝까지 클리어하지 못하는 날이 있다.

이전의 성공했던 경험처럼 했을 때, 될 수도 있지만 안 될 수도 있고

이전의 실패했던 경험을 다시 했는데, 또 안될수도 있지만 잘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사건은 셀 수 없는 결과를 가지고 있다. 마인드 맵 처럼.


나는 앞으로도 나라는 원인에 다양한 변수를 연결시켜 수많은 결과들이 뻗어나갈 것이다.

아마 나는 무수히 실패할 것이고, 무난하기도 할 것이고, 성공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또 다시 시도하고, 반복하고, 이 삶에 능숙해 질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살아가면서 닳고 마모되어 끝내 모래알이 되는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