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있다는 것.
위로
받기도 주기도 어렵지만
살면서 가장 자주 가장 많이 필요한 일
어떻게 해야할지는 아직도 모르겠고
말의 온도를 측정하기엔
피가 너무 뜨겁거나
머리가 급하게 차가워지는
앞으로도 어려울 일
그래서 존재만으로 위로가 된다는 게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참 소중하다.
행복하게도 나에겐 그런 존재가 있고,
그건 아마 엄마라는 존재일 것이다.
세상에 그 존재가 함께한다는 생각만으로
내 마음을 쓸어내려주는 사람.
태어나서 배고파 엄마 젖을 찾는 것처럼
억울할 때면 엄마를 부르며 울었고,
남친의 불만도 마음껏 털어놨던,
내 얘기가 곧 엄마의 얘기였던 시간들.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슬픈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누르던 번호
가장 먼저 들리던 목소리
엄마는 나만의 버팀목이었다.
그렇게 버팀목에 내 모든 무게를 실어 편해진 나와는 달리, 엄마는 그저 조용히 늙어갔다.
내가 무거운지.
나만 모르는 채로.
그 사실을 알았던 건
입사를 하고 엄마와 떨어져 첫 독립을 해서였다.
마냥 어린애처럼
회사에서 있었던 안좋은 얘기들
혼자서 사는 어려움들을 투덜거릴 때면
후련해지는 나의 마음과
고스란히 내 고민을 얹은 엄마 마음 사이에
제로섬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10살 내 인생 가장 큰 고민을 말할 땐
웃기다는 듯 귀엽게 쳐다보던 엄마였는데.
이제 나의 가장 작은 이야기들이
엄마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이야기가 되었버렸음이
다음날 다시 걸려온 전화에
왜 전화를 이렇게 늦게 받냐는 타박에
떨리는 목소리에 담겨 전해진다.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오늘 나 칭찬 받았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 챙겨먹었고
주말에 내려갈게.
언제나 넌 걱정말라고 아무일도 아니라던,
엄마의 그때 그 마음을 나 이제 조금은 알겠다.
"내가 엄마해줄까, 엄마?"
어느날 장난스러운 내 말에
쓸데없는 소리 말라고 웃으며 고개를 저어놓고는
날 가만히 쳐다보며 글썽이던 엄마가
이제 슬픈일이 생기면
항상 나를 찾아 기대주기를.
내가 있으니 외롭지 말기를.
사는 걱정이 많아
하늘에 가 있는 엄마가 보고싶어
뒤척이는 나의 엄마에게,
아무일도 아니라고 안심시켜 줄 수 있는
내가 있잖아 하며 웃어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같은 딸이될 수 있길 바란다.
내 생각에 슬그머니 웃을 수 있게,
존재의 기쁨이 바로 나일 수 있게.
사랑하는 엄마가 유독 보고싶은 날.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그립고 그리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