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위로가 아니야
난 가끔씩 어떤 순간들이 사진처럼 기억된다
스타벅스의 트리 옆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카
흘러나오는 캐럴송 같은 그런 장면들
그 중에서도
친구가 도너츠를 만들어 준다며
입을 동그랗게 말고 하얗게 뿜어낸 담배연기의 기억이 그렇다
진짜 도너츠같아
하는 순간
뿌옇게 사라지는 연기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 연기를 동그랗게 잡아둘 순 없겠다고
어찌보면
모든 게 다 그렇게 지나가고
모든 것들이 다 그렇게 사라지는 거였다
지금 내 감정도 걱정도
이 순간도
그렇게 선명히 눈에 들어오다가
하얗게 흩어져 흔적도 없어지는 거라는 걸
난 그때 깨달았다
가끔 그 장면을 생각하며
혼잣말을 한다
사라지지마라
혹은, 빨리 사라져라
그치만 어떤 말을 해도
다 사라져버리더라
끝이 없는 슬픔이나 기쁨이 있다면
그건 그저 내 착각일 뿐이다
그렇게 믿어버리는 게 마음이 편하니까
다 지나간다
한 시간을 살아도
이 말은
인생이란 명제의 참이란 걸
난 안다
괜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