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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탓 Oct 31. 2016

다 지나간다

괜한 위로가 아니야

난 가끔씩 어떤 순간들이 사진처럼 기억된다

스타벅스의 트리 옆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카

흘러나오는 캐럴송 같은 그런 장면들


그 중에서도

친구가 도너츠를 만들어 준다며

입을 동그랗게 말고 하얗게 뿜어낸 담배연기의 기억이 그렇다


진짜 도너츠같아

하는 순간

뿌옇게 사라지는 연기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 연기를 동그랗게 잡아둘 순 없겠다고


어찌보면

모든 게 다 그렇게 지나가고

모든 것들이 다 그렇게 사라지는 거였다


지금 내 감정도 걱정도

이 순간도


그렇게 선명히 눈에 들어오다가

하얗게 흩어져 흔적도 없어지는 거라는 걸

난 그때 깨달았다


가끔 그 장면을 생각하며

혼잣말을 한다

사라지지마라

혹은, 빨리 사라져라


그치만 어떤 말을 해도

다 사라져버리더라


끝이 없는 슬픔이나 기쁨이 있다면

그건 그저 내 착각일 뿐이다

그렇게 믿어버리는 게 마음이 편하니까


다 지나간다


한 시간을 살아도

이 말은

인생이란 명제의 참이란 걸

난 안다


괜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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