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이라도 내 결정에 의해 행복할 것.
오늘은 괜찮은데 내일 일어날 일이 걱정된다.
어떤 일이 진짜 잘 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오늘만 무사히 지나간 것인지 잘 모르겠다.
확신 있게 일을한다는 건 기적처럼 어렵다.
내가 안심하던 오늘이 지나,
내일, 아니면 다음주 쯤,
일이 잘못됐어요. 어쩌죠? 대책이 있나요?
하는 다급한 목소리를 담은
전화 한 통이 걸려올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든다.
캄캄한 도로를 조명등 없이 달릴 때나 느껴질 듯한무서운 답답함이 목구멍에 차있다.
내 안의 가장 큰 비밀을 누군가 알고 있는 것 같은,
내일이라도 당장 회사나 학교 전체로
소문이 퍼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다.
나는 이 평온한 지금에선 아무것도 모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난 이 평화를 누려야만 한다.
풀리지 않은 숙제를 가지고 나간 출장지에서
매마른 하늘을 바라보는 먹먹한 기분을
오늘은 잊어도 된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과 찾아오지도 않은 내일을 걱정하다보면,
오늘이라는 단어는 찾지 않는 어플처럼 꾹 눌러서 지워버려야할지 모른다.
나는 오늘 평온하고 잔잔하다.
사랑하는 조카를 껴안고 마음껏 귀여워 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대낮에 아빠와 막걸리를 마시며
8살의 나를, 18살의 나를, 28살의 나를
이야기 하고 싶은 그런, 그런 날이다.
턱까지 차있던 업무로 숨쉴틈 없이 지낸 어제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조용한 날.
내일, 폭풍이 치고 태풍이 몰려온대도
오늘, 이 모든 것이 평화가 아니라 폭풍전야였다
하더라도
난 이 모든 것들을 감사히 여기고 오늘에 머무르겠다.
그래, 나는 내일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사실 나는 내일 이 짧은 생을 마칠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에, 사람에, 감정에 인생의 지분을 나눠주지 않겠다.
과거가, 미래가, 그들이, 슬픔이, 외로움이
내 행복을 결정하도록 지켜보지 않겠다.
오늘 난 다짐한다.
내인생의 감독이 될 것.
그저그런 등장인물이 되지 말 것.
오늘만이라도 내 결정에 의해 행복할 것.
나에 의한, 오늘이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