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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이진 Dec 28. 2018

말 할 시간이 없는 자영업자

우리에게 자영업은 무엇일까?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 아닌 나의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호기롭게 시작하는 일, 학력 자본이 없고 전문 기술도 없는 사람이 조금 더 큰 돈을 벌고 싶어서 시작해보는 일,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시작하게 되는 일, 계속 해오던 일이 이것뿐이라 하고 있는 일... 서로 다른 처지로 시작되거나 유지되고, 서로 다른 무게로 삶에 자리하는 일이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자영업의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너무 생생하다는 것이 아닐까.


이곳저곳에서 자영업의 어려움에 관해 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오지만 정작 자신의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을 하는 자영업자는 많이 없다. 왜일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본다면 자영업자는 그런 말을 할 시간이 없다. 일 때문에. 우리에겐 매일매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 분명히 일을 끝냈는데 잠을 자고 눈을 뜨면 또다시 찾아온다. 이건 마치 전업 주부의 살림과도 비슷하다. 청소, 설거지, 빨래, 기타 집안일... 매일 혹은 정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살고있는 공간이 점점 망가진다. 똑같은 일을 매일 반복적으로 성실하게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족들은 어느 정도 참아주지만, 손님은 결코 참아주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말을 할 시간에 부지런히 식재료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운영이 지속되지 않는다. 내가 멈추면 모든 게 멈추는 게 영업장의 일이다. 인건비, 카드수수료, 세금 등 여러 사회 법규와 관련된 문제는 코 앞에 닥친 일들을 해치우느라 자세히 살펴볼 여력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에 의해 정해지는 대로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가끔씩 중얼거리며 쏟아내는 불평불만은 싱크대 수채 구멍으로 수룩 빠져나가 자취를 감춘다.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정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일하다보니 자신의 언어를 구축하지 못한 처지. 이게 자영업자의 현실 아닐까. 시간이 없으니 말을 하지 못했고 구축된 언어가 없으니 어떤 소리도 내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자신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지 못해 더 힘들어진다.


그러다 잊혀지고 지워지는 게 못내 서러워서, 안타까워서, 시간이 허락해주는 지금 이렇게라도 써보는 것이다. 소곤대는 작은 이야기 소리지만 나에게는 들린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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