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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Apr 21. 2024

[노파 단상] 미용실

미용실에 가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영웅은 머리털 따위 신경쓰지 않는 법이니까.

그러나 머리가 산발인 것은 신경쓰이므로 버티다 갔다.

새로운 곳에 갔는데, 역시나 능욕 타임이 시작됐다.

머리 하신지 오래되셨나봐요?

어디서 하셨어요?

염색을 집에서 하셨어요? 등등

실은 이래서 미용실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오래 됐으니까 왔지. 염색방 문닫아서 집에서 좀 했소, 뭐, 문제 있소?

라고 말하진 않았다. 대신,

그게 바로 보여요? 신기하네~ 라고 했다.

그러자 미용사는 두달마다 뭐를 하고, 뭐를 하라고 영업을 시작한다.


저 사실…

나는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것처럼 한 템포 쉬고 말한다.

미용실 오는 거 싫어합니다.

그제야 미용사는 내가 돈이 되지 않는 손님임을 알아차린다.

아, 그래서 염색을 집에서 하시는구나~

다시 한 번 능욕한다.

그러나 나는 한 번에 홈메이드 염색임을 알아보는 그의 능력이 신기하여 재차 묻는다.

그게 바로 보여요? 신기하네~

왜냐면 내가 했지만 진짜 잘했기 때문이다.

우쭐해진 미용사가 말한다.

사실 육안으로는 알 수 없는데, 이렇게 머리를 뒤집으면 안쪽은 안 돼 있어서 알 수 있죠.

아니 이 양반아! 대체 누가 내 머리털을 뒤집어본다고! 내가 당신한테 검사받으려고 염색해?!

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냥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가 뭐라뭐라 물으면 예~ 좋습니다~ 라고만 했다.

그는 이것이 마지막임을 예감했는지 내 머리는 새로 자른 머리라며 가격표에 적힌 것보다 7천원을 더 받았다. ​이 미용실만 예약이 텅텅 빈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문을 나서며 그의 안녕을 진심으로 빌었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영웅은 머리털 따위 신경쓰는 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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