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스타벅스 경동 1960점에 왔다.
별천지다.
시골쥐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면접에 떨어지면 이곳엔 영영 올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시장통을 헤치고 30분을 걸어서 왔다.
월요일 오후 4신데도 불쌍한 청년들로 좌석이 만석이다. 그래서 이 집 일등빵이라는 크라상을 맛볼 수 없었다.
늘그니는 호박크림빵 먹을게, 맛난 건 어린것들이 많이 먹어.
면접은 한 명 뽑는데 스무 명이 왔고, 그런 탓에 두 명씩 들어가 면접을 봐야 했다.
그룹 면접은 십여 년 전 대한항공 면접 이후로 처음이다. 8개월짜리 일자리에 이런 각축전이라니..
같이 들어간 작가님이 학벌로 밀고 들어오시길래 나두나두! 하려다가 박사님이라고 해서 입 다물었다.
석사 나부랭이는 박사님 앞에서 입 여는 거 아니다.
그러나 가열차게 어필하시기에 나도 가열차게 임했고, 우리는 잘 싸웠으므로 끝난 후 악수를 하고 문 앞에 서서 30분 넘게 수다를 떨었다.
탐색과 방어와 긴장이 넘치는 수다였다.
그리고 혼자 스벅에 와서 호박크림빵을 네 입에 먹어치우는 중이다. 잘 싸운 사람은 사자처럼 먹어 마땅하다.
이렇게 심사위원도, 나도, 나의 경쟁자도 최선을 다하면, 면접에 떨어져도 아쉽지가 않다.
물론 되면 더 좋겠지만 20대 1은 뚫기 쉬운 숫자가 아니다. 나머지는 팔자에 맡기는 것이 좋다.
팔자란 얼마나 아름다운 수동성인지!
아무튼 나는 잘 싸웠고, 스타벅스 경동점은 무척 마음에 들고, 내 가방엔 <가여운 것들>이 있으므로 완벽한 하루라고 할 수 있겠다.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