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누구보다 먼저 알아챘던 퇴근하고 돌아오는 발소리를 못 듣는다.
작고 늙은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서야
앙상하게 마른 목덜미를 쓰다듬고 나서야
바싹 마른 잿빛 코를 크응거리며 힘겹게 꼬리를 흔든다.
강아지 나이 18살, 사람 나이로는 100살이 훌쩍 넘어버린 너는 워낙 건강했기에
다른 반려견들과는 다른 견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나는 착각했었다.
불과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가슴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하고 회복이 되기도 전에
재수술을 하고 숨이 가빠서 기절한 너의 온몸을 주무르며 살려낸 게 몇 번인지.
호흡이 어려워 남은 여생을 그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조차 까만 눈망울은 살아있더랬다.
길어야 3일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너는 2주나 힘겹게 버텨주었고,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지도 몰라. 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도 했었다.
그날 아침은 유난히 하늘이 높았고, 깨끗했고 파랬다.
그동안 잘 견뎌주었던 네가 움직이지도 못한지 이틀째 되던 날이기도 했다.
잠깐 외출한 사이 너는 혼자서 죽음을 미뤄내고 있었다.
내가 돌아왔을 땐 고통 속에서 겨우 숨을 내쉬고 있었고, 나름대로 떠나보낼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했었지만
눈물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밖에 해줄 수가 없었다.
'산이'는 가쁜 숨을 내쉬며 빛을 잃은 까만 눈망울로 끝까지 내 눈을 보며 짧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났다.
18년 동안 함께했기에 눈앞에서 떠나보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울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눈물이 나왔다.
일상은 멈추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정신이 어떻게 돼버린 것 같았다.
사람들은 유별나다라고 생각했고
날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오늘은 너를 보낸지 10일째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