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힘쎈요가선생 Dec 22. 2015

부산사투리의 문법적 고찰

[영어 '문법'을 공부하면 영어를 '말' 못하는 이유]

재미있는 퀴즈 하나 내겠습니다. 맞춰 보세요.
부산사투리에서 의문문을 만들 때 문장 끝이 '나?' '노?' 2가지 형태로 끝납니다.
이때 '~?' 와 '~?'로 나뉘는 문법 법칙은 무엇일까요?

(부산/경상도분들도 생각해보세요. 답은 맨 마지막에)


저도 직접 답을 듣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아니 몰랐다기보다는 살면서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알 필요도 없었고, 알고 있을리가 없었죠.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부산토박이입니다.
그런데 내가 쓰는 부산사투리 의문문이 저렇게 나뉜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저렇게 나뉜다는 원칙을 들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평생을 사투리로 말하고 살면서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었죠.    

그런데 답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정확히 원칙대로 사용하고 살았더군요.

Wow!!  Surprise!!!

아니죠.
와우!~ 할 일이 아닙니다.

사실을 정확히 얘기하자면
내가 저 문법 원칙대로 정확히 사투리로 말한 것이 아니라
저 문법 원칙이 내가(=부산,경상도사람들) 사용하는
사투리 사용 패턴을 분석해서 억지로 법칙을 끼워 만들어낸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이 원칙을 저에게 알려준 사람은
서울 모 대학의 교수인 국어학자입니다. 서울 사람입니다.
'나'와 '노'로 끝나는 의문문 형태의 문법 법칙을 정확히 설명해주더군요.

듣고나니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법칙이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정말 딱 들어 맞아서요.

그런데 정말 재밌었던 것은 뭔지 아세요?

부산토박이인 나도 모르던 저 법칙을 엄청 장황하게 설명하며, 자세히 알고있던 저 교수.

막상 제가 대화에서 즉각적으로 문장을 던지면서 말해보라고 하니 많이 틀립니다.


당황해하고, 즉각적으로 말을 못하고, 매번 주저하며 머릿속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는 동안 이미 대화는 맥이 끊깁니다.  실제 대화에서는 문법 법칙을 머릿속으로 생각해서 얘기할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 궁금하시면 이 글을 다 읽으시고 나서 아래 답을 확인후 문법 원칙을 달달~ 외운후 노트에 여러 의문형 문장을 적으셔서 끝자리만 괄호로 비운 다음 쉬지 않고 즉석에서 문장을 줄줄~  읽으면서 말해보세요. 느낌 바로 오실 겁니다.  *단, 부산/경상도분들이 아닌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영어 문법을 눈으로,읽고,외우고, 공부해서는 절대로!! 영어말하기/스피킹이 되지 않는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문법책을 붙잡고 공부해서 주구장창 외워봐야 어차피 말 할 때는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문법을 생각하는 (비록 몇초의) 시간 동안 이미 대화는 단절됩니다. 그래서 십수년 동안 영어공부를 하고도 토익 900점,만점을 받아도 영어로 대화를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버벅거립니다.

그리고 기껏 대화한다는 것이 머릿속으로 미리 할 말 생각하고 번역해서, 미리 문법까지 점검해서 미리 만들어둔 문장 한마디 겨우 던집니다.

그러고 나면 그 다음 상대방의 말에 바로 반응도 못하고 실없는 웃음만 지으며 Yes, Yes로 넘깁니다.



*퀴즈의 정답입니다.


부산사투리 의문문을 만들 때

1.'~노?'로 끝나는 경우
의문사로 의문문을 만들 때는 '노'로 문장을 끝냅니다.
의문사 말입니다. 영어에서는 where,which,who,what,how,when 등이 의문사이죠.

어디,누구,어떻게,언제 등의 의문사로 질문을 할 때 '노?'로 문장을 마쳐야 됩니다.
ex)
표준어)어디 가니? (=where are you going?)
부산사투리) 어디 가노? (o) 어디 가나? (x)

2. 위 (의문사 시작 의문문) 이외의 모든 의문문은 '~나?'로 끝냅니다.
ex)
표준어) 밥 먹었어? or 밥 먹었니?

부산사투리) 밥 먹었나?(o) = 밥 뭇나?(o)  밥 먹었노?(x)

자~ 차암~ 쉽죠잉~?

정말 명확하고 쉽지 않습니까?

영어문법처럼 1,2,3,4형식 등등 복잡하지도 않고, 영어 문법책을 볼 때면 꼭 단원 끝마다 등장해서 사람 괴롭히는 '예외' 사항도 없습니다. 아주 깔끔하고, 간단하고, 명확한 문법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간단한 법칙도 외워서 실제 말하려고 하면 못한다 이말씀입니다.

요즘 극장에서 '내부자들'이란 영화가 흥행중이네요. 감상평을 보면 연기에 대한 평가가 아주 좋더군요.

특히 주연 배우인 이병헌의 사투리 연기에 대해 여러 평이 있었습니다.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잘했다는 평도 있고, 어색한 사투리 연기 때문에 항상 영화에 집중이 안된다는 평도 있더군요.

프로 배우들, 그것도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사투리 대본을
못외워서 그럴까요? 아니면 단순한 사투리 문법을 못외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언어는 법칙(문법)을 외워서는 절대로!!! '실전(=말하기)'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영어말하기/스피킹/영어회화'를 목표로 하면서 영어문법책을 펴놓고 앉아 공부하고, 읽고, 외우면
절대로 안되는 이유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문법을 공부해서 안되면 이제 도대체 어떻게 영어의 문장 법칙, 규칙들을 습득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아.물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른 주제가 더 필 받아 딴길로 샐 수도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