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뉴스생산자, '오보' 대하는 태도 중요
지난해 9월 7일 <SBS>는 <[단독]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이라는 보도에서 동양대 정경심 교수 측이 3일 검찰에 제출한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검찰이 실제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을 발견한 것은 9월 10일 동양대 강사 휴게실에서 발견한 PC에서다. 이 보도는 지난달 8일 정경심 교수 9번째 공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언급되며 논란이 됐다. <SBS>는 공판 후 한 달이 지난 5월 7일 관련 보도가 사실상 오보였음을 '시인'했지만 '오보'라고 인정하거나 독자에게 사과하지는 않았다.
2019년 9월 7일 <SBS> 당시 보도 <[단독]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내용 일부 발췌
검찰이 후보자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했습니다. 딸의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입니다. 정경심 교수를 직접 불러서 조사하는 것을 생략하고 바로 기소를 한 건데 뭔가 밖에서는 모르는 증거를 더 갖고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희가 단독으로 취재를 한 것이 있습니다. 정경심 교수가 사무실에서 가지고 나왔다가 나중에 검찰에 제출을 한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이 안에서 총장 도장, 직인을 컴퓨터 사진 파일로 만들어서 갖고 있던 게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3일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후 정 교수는 압수수색 전에 연구실에서 가져갔던 업무용 PC를 검찰에 임의 제출했습니다. 검찰이 이 PC를 분석하다가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PC에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해당 보도는 지난 4월 8일 정경심 교수 9차 공판에서 거론되며 오보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은 해당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이 보도내용과는 다르게 이 PC에는 총장 직인이 발견된 건 아니"라고 말했다.
4월 8일 서울중앙지법, 정경심 교수에 대한 9차 공판 동양대 직원 박 모 씨 증인신문 내용 일부 발췌
검사 - 언론에서 갑자기 정경심 측이 압수수색을 하기 전에 동양대 (정경심 교수 연구실)에서 가져간 업무용 PC를 (나중에) 임의제출했는데 거기에 동양대 총장 직인파일 발견됐다는 기사 본 적 있습니까?
증인 - 본 적 있습니다.
검사 - 사실은 이 보도내용과는 다르게 이 PC에는 총장 직인 발견된 건 아니었는데. 보도내용 진위는 알 수 없었지요?
증인 – 네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9월 3일 검찰은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씨에게 정 교수 PC를 임의제출 받았다. 해당 PC에는 정경심 교수 아들의 동양대 총장 명의 상장 파일과 어학교육원장 직인 파일이 있었다. 총장 명의 '상장' 파일만 있는 상태였다.
9월 6일 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기소했다. 6일 자정이 공소시효 만료였다. 사문서 위조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고 동양대 총장상은 2012년 9월 7일 발급됐다.
9월 7일 <SBS>는 정경심 교수 측이 검찰에 임의 제출한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9월 10일 검찰은 동양대에서 임의제출 받은 PC에서 아들 표창장에서 오려낸 것으로 추정되는 총장 직인 파일을 발견했다. 강사 휴게실에 있던 해당 PC에서는 '아들 상장 사진 파일'과 함께 '아들 상장에서 총장 직인 부분만 잘라낸 '총장 직인 파일'이 들어있었다.
공판 이후 <SBS>의 보도가 '오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SBS> 게시판은 물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SBS> 해당 취재기자를 처벌해달라는 글이 게재됐다.
< SBS>는 지난 7일 당시 보도 상황을 설명하는 해명 보도를 했다. 잘못 보도했다는 것은 시인했지만 '오보'라고 인정하거나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5월 7일 SBS 보도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논란 계속...당시 상황은> 내용 일부 발췌
검찰은 정 교수가 아들 상장의 총장 직인 파일 등을 이용해 딸의 표창장을 위조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지만, 당시에는 어떤 증거가 있었는지 언론에 밝히지 않았습니다.
기소 다음날인 지난해 9월 7일 SBS 취재진은 검찰이 기소한 근거는 정 교수 연구실 컴퓨터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취재진은 여러 취재 내용 등을 참고해 정 교수 연구실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총장 직인을 찍는 데에 이용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파일" 또는 "총장 직인 관련 파일"이 발견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지만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보도 직후 다른 언론사들이 사실 여부 확인을 요청하자 검찰은 SBS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고 다른 언론사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SBS는 검찰이 "어떤 증거가 있는지 언론에 밝히지 않았다"면서 "검찰 기소 근거를 정 교수 연구실 컴퓨터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취재에 들어갔고 '여러 취재 내용 등을 참고해' 정 교수 연구실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고 했다.
9월 7일 당시 보도에서 "검찰이 이 PC를 분석하다가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PC에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정한 것과 사뭇 달랐다. SBS 말대로라면 검찰이 타 언론에 SBS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했을 때 다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정정했어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
결론적으로 정경심 교수 PC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은 발견됐다. 정 교수는 왜 해당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나왔는지 설명해야하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분명한 내용을 "확인됐다"고 단정해서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비판은 별개로 봐야한다. 이후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해서 SBS의 보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취재는 의심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기사는 늘 오보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잘못된 보도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면 될 일이다. 실망스러운 것은 '오보' 자체가 아니라 '오보'를 대하는 SBS의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