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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ating Kabin Sep 25. 2021

슬픈 저녁잠 일기

20210925

방금 꿈을 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카톡이 왔다. 엄마한테서 부재중 보이스톡이 두 건 와있었고 연락이 정말 뜸했던 고등학교 동창들로부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카톡들이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었다. 안좋은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꿈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한없이 눈을 비벼댔다. 

다행히도 꿈이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전부 동일했다. 막 일어난 찰나 아무도 없는 집은 벌써 깜깜해져 있었다. 무작정 엄마한테 전화했다. 태평한 목소리로 별 일 없냐 물어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이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감정은 어디 가지 않았다. 설마 하던 불안함. 머릿속을 울리던 비현실감. 안타까움과 상실감. 몇년 간 만나지 못한 가족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아버지를 향한 후회. 미래에 대한 막막함까지. 새벽조를 마무리 하고 집에 돌아와 늦게까지 낮잠에 빠졌다는 레파토리도 현실과 똑같았다. 비몽사몽한 채로 구글에 검색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꿈. 스크롤 하며 몇몇 해몽을 살펴보다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나는 어둠 속에서 한참을 울었다. 

막막했다. 한국을 갈 수 없는 게 미친듯이 답답했다. 승진에 관해서도 이직에 관해서도 대학원 진학에 관해서도 자꾸 물음표만 던지는 내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아니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마냥 들이붓는 노력에 비해 아무런 결과가 보이지 않아 화가 났다. 아무 것도 풀리지 않는 지금 이 상황 속에서 혼자 타지에 나와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싶었다. 패배감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그러다가도 사실은 내가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의 시련도 사실 포기해 버리면 한없이 편해질 거라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상반된 생각이 동시에 밀려들어 오는 바람에 머리가 몹시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냥 어디로든 훌쩍 떠나서 숨고 싶었다. 마냥 잘 될거라는 무심한 생각은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몇날 몇일을 그래 왔듯이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보자는 생각을 기계적으로 하며 노트북을 열었다.


나는 도데체 뭘 위해 살아 나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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