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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 Jan 05. 2022

나를찾는사진관 _ 211218

김정현 에디터의 시선.



자리에 앉는다. 카드에 적은 문장을 읽는다. 미리 전달받은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대답을 시작으로 대화가 이어진다. 틈틈이 셔터 음이 들린다. 끝나고 모니터를 확인한다. 이야기를 주고받던 내가 있다. 골똘히 생각하는 나. 신나게 주절거리는 나. 질문에 귀기울이는 나.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의식하는 나. 

<나를 찾는 사진관>은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어우러진 포트레이트 사진 작업이다. 포토그래퍼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듣고, 말하고, 고민하는 내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다. 



“카메라 앞에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당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드립니다.” 



자연스러운 삶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촬영 전 두 가지 질문에 답을 적어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Q1. 내게 의미 있고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Q2. 내가 바라는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솔직히 진부했다.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질문이니까. 막상 쓰려고 보자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뻔한 말밖에 안 떠오른다. 당연한 일이다. 떠다니는 생각의 파편들만 많았지 그걸 좀 더 깊게 들여다보거나, 여러 개를 모아다가 찬찬히 붙여보며 정리해본 적은 별로 없으니까. 익숙하고 진부한 질문인 줄 알았는데 나를 보는 내 시선이 더 익숙하고 진부하구나. 다시 집중해 답을 쓴다. 그리고 10분 뒤 카메라 앞. 첫 번째 질문의 답을 소리 내 읽으며 촬영은 진행된다. 


“편안하고 안정적이었으면 좋겠어요.” 한 시간 가까이 민망할 정도로 동어반복이 이어졌다. 올해의 화두, 기대하는 30대의 삶, 궁극적으로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 어떤 주제가 나와도 저 말로 귀결된다. 몇 달 전 인스타그램에 쓴 적 있다. 요즘은 나 지금 행복한가, 라는 거창한 질문보다 내 마음이 지금 편한가, 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상태에 이르고 싶다. 바쁘고 치열하게 살며 성취와 실패를 부지런히 통과하면서도 지나치게 요동치거나 조급해하지 않는 거. 정답이라고 칭송받는 바깥 풍경에 눈을 둔 채 종종걸음 하기보다, 스스로 떠올린 질문들을 궁리하며 나만 아는 흐름을 따라 저벅저벅 나아가는 삶. 인정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어서 있어보이는 척에 혈안이 되었던 나는 이제 그 위태로운 거품들을 다 걷어내고도 충분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을 욕망한다. 물론 20대의 짬바를 바탕으로 더 많이 흡수하고 더 격하게 열광하고 더 성실하게 나누고 싶다. 이 욕심도 저 욕심도 다 내 욕심인 것을. 둘 다 가능하겠지?


흔치 않은 일이다. 부유하는 마음을 낯선 사람 앞에서 꺼낸다는 거. 인터뷰라는 형식이 주는 힘을 새삼 느낀다. 질문을 받는 순간 내 안을 빠르게 헤집어 보게 된다. 그 에너지를 어떻게든 ‘말’로 뱉어낼 때 막연했던 장면들에 맥락이 부여되고 이유가 바로선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구나. 그때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이 이거였는데. 비로소 정리가 되고 이해가 된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귀띔해주는 것처럼. 귓속말을 들을 때의 표정이 궁금하지 않은가? 흑백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 얼굴을 계속 보고 있으면 짜증은 좀 나지만.


나를 찾는 사진관은 없었던 나를 새로 찾아주는 곳이 아니다. 누구나 겪는 ‘나를 찾는 지난한 과정’을 한 번 더 상기시켜줄 뿐이다. 시작이 아닌 재시작, 완성 대신 복기에 가까운 작업. 이십 대의 마지막 해를 앞두고 이 사진을 찍었다. 타이밍 한 번 참 상징적이다.



photo by 어진 / written by 정현(프리랜서 에디터)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나를찾는---사진관]은 본인의 이야기를 주제로

인터뷰와 촬영이 함께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입니다.

인스타 DM이나 카톡채널 링크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 http://instagram.com/finding_myself_photo

카카오톡 채널 :  http://pf.kakao.com/_xiHB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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