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진 Jan 14. 2022

나를찾는사진관_220104

조영준작가의 시선.



나를 찾는 사진관. 처음에는 그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내 작은 20대를 모두 녹여 찾아내고자 했음에도 결국에는 찾지 못했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대상인 ‘나’를 찾는 곳이라고 했으니까. 심지어 그곳은 전문으로 상담을 하는 곳도 아니었다. 연남동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사진관. 예쁘고 따뜻한 느낌이 전해지는 공간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를 찾는다는 말에는 조금 의심이 들었다. 왜 그런 마음 있지 않나. 나의 어떤 부분을 크게 책임질 수 있다고 접근해 온다거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에게서는 처음에는 오히려 반감이 생겨 밀어내게 되는 마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과장된 표현도 아니었는데. ‘나를 찾는다’는 평범하고 고마운 표현이 처음에는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마음 이면에 작은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나를 어떻게 찾게 해준다는 걸까? 에서 비롯된 궁금증이 하나. 또 하나는, 사진 촬영이 이루어지는 동안에 대화를 나눈다는 이 사진관만의 독특한 포맷.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그 대화 속에 심취해 있는 나의 가장 자연스럽고 몰입되어 있는 모습을 촬영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평소와 같이 찰나의 순간을 위해 딱딱하게 굳은 포즈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니까 조금 더 본연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을 둘러보며 약간의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고 밝은 나무색의 소담한 책상에 앉으면 두 장의 질문 카드가 주어진다. 내게 의미있고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또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머리가 조금 하얘졌다. 그렇게 어려운 질문은 아닌데 나의 어떤 시기, 또 어떤 지점의 이야기를 떠올려야 할지 조금 복잡해져 온다. 그 속에는 꺼내고 싶지 않은 생각도 있고,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보이고 싶어 조금 매만져 내보였던 나의 모습도 있다. 또 어떤 이야기는 정리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 건드리고 싶지는 않아 미뤄두기도 했었는데 그런 많은 이야기들이 순간적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이 자리에서 또 한번 그 중 하나의 모습과 이야기를 선택해야 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본격적인 촬영을 하는 동안 카메라 앞에서 보낸 시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순간마다 터지는 플래쉬와 찰칵거리는 셔터음에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증명 사진이나 찍으러 사진관을 가봤지, 이렇게 한 시간 가까이 렌즈와 마주하며 앉아있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사진에 조금이라도 잘 나오고 싶은 마음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떤 대답을 선택할 것인지 끊임없이 하게 되는 생각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처음에 이 사진관의 단어 앞에 수식된 ‘나를 찾는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책상에 앉아 질문 카드를 받은 순간부터 셔터가 터지는 가운데 끊임없이 하게 되는 나에 대한 생각들 속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만들어진 내 모습이 아니라, 정말 내 모습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한번의 짧은 이 시간 동안 나의 모든 모습을 찾을 수는 없다. 어떤 대답에서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이미지를 꾸며내려는 노력을 하게 되거나, 그 동안 자신이 만들어 왔던 모습을 이야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과정 속에서 나를 찾을 수 있는 걸음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어떤 일의 시작점이 되어주고,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사진관의 의미는 충분한 것이 아닐까.


그 시간 속에서 촬영된 나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덤이다. 사진관에서 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확인하는 일이 덤이라고 하니 아이러니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정말 그렇다. 전문가의 손을 빌린 나의 모습이지만, 이번에는 어쩐지 내가 나의 모습을 스스로 찍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photo by 어진 / written by 영준








https://youtu.be/e7VzSHUhk-c

*영화평론가인 영준작가님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에세이스트 이기도 해서 

개인적인 부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 후 자신만의 느낌을 글로 표현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나를찾는---사진관]은 본인의 이야기를 주제로

인터뷰와 촬영이 함께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입니다.

인스타 DM이나 카톡채널 링크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 http://instagram.com/finding_myself_photo

카카오톡 채널 :  http://pf.kakao.com/_xiHBEd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찾는사진관 _ 21121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