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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 이란

by 노다해

나에게 해가 되지 않는 부족한 모습을 볼 때에 '귀엽다'고 하는 듯 하다. 외적으로 귀여운 물건이나 캐릭터를 보고 귀엽다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귀여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잠에서 이제 막 깨어나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부스스한 머리로 배를 긁고 있는 남편을 보고 귀엽다고 하는 것은 나만이 볼 수 있는, 또 나만이 귀엽다고 느끼는 남편의 모습일테다. 모자라 보인다고도 할 수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내가 '귀엽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그러한 부족함이 나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도 주관적이다. 상대방의 부족함을 내가 커버할 능력이 되고, 또 기꺼이 커버할 마음이 드는 상대의 부족함은 나에게 귀엽게 느껴진다. 하지만 커버할 마음이 들지 않는 경우가 더 치명적이겠지만, 둘 중 하나가 충족이 되지 않으면 상대의 부족함은 귀엽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족함이고, 나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된다.


팀프로젝트를 하는데 능력치가 부족한 팀원이 있다고 해보자. 이 때 팀원이 제 몫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나는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팀원의 부족함은 내가 메꿔야할 구멍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제 몫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팀프로젝트에 방해가 된다면, 그것은 더더욱 귀여운 일이 될 수 없다.


그러니 귀엽다는 말은 상대와 나의 관계와 관계에서 수행하는 역할, 상대방에 대한 마음까지 고려한 굉장히 주관적이고도 의지에 따른 선택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남편의 부족한 모습을 부족하다고 여기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렇다면 우리의 관계는 유지될 수 없다.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 의지적인 선택이라고 하는 것 처럼, 상대를 귀엽게 여기는 마음, 더 나아가서는 우호적으로 여기는 마음까지도 어쩌면 의지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러한 '귀여움'에 대한 고찰은 아이를 낳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남편을 포함하여 주변사람들에게 아이를 왜 낳고 싶은지, 혹은 왜 키우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에 답변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요약되었다.


1) 귀여움(덕질)

2) 신기함(호기심)


2번 요소는 내 주변에 탐구적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유독 강하게 드러났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답변을 듣자 호기심 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동의가 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감기를 달고 살았던 프로 골골러로서 안그래도 내 몸을 달래가며 살아가고 있는데, 여기에 새로운 생명체를 내 몸 안에 품으면서 아주아주 커다란 신체적 변화를 겪는 것이 사뭇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게다가 나의 인격도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또 다른 인격을 길러내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태아의 발생에서부터 신경계의 발달을 생각해보자면, 참으로 흥미진진하기도 한 것이었다. 그렇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에 초점을 맞추니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게 되었다. 원래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에는 언제나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1번 요소에 대해서는 귀여움이란 무엇인가 고찰해보게 되었다. 사실 아무리 호기심이 있다고 해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막대한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그런 책임감을 느끼는 존재를 키우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귀여움'이라니, 과연 귀여움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싶었고, 나는 언제 어떤 존재에게 귀여움을 느끼는가 생각해보았다.


1) 나에게 해가 되지 않는 부족함

2) 내가 그 부족함을 커버할 의사와 능력이 있음

3) 상대의 부족함을 내가 커버하고자 하는 의지적인 결정


결국 아이를 키우는 것 역시 남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지적인 결정인 것이다.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는 이러한 결론을 내리고 나니, 아이를 키울지 여부는 막연하고 두려운 일이라기 보다는, 매 순간 나의 의지로 선택을 하는 일이라는데에 생각이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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