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길을 바꿨다
“너 아까 노래한 애 맞지?”
운동장이 잠깐 조용해졌다.
공이 튀는 소리도, 아이들 웃음도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체육부장 재환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데도 눈을 피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현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재환이 웃었다.
“진짜 잘하던데.”
말투는 가볍지 않았다. 흘려듣는 칭찬이 아니라, 이미 마음에 들어온 목소리를 다시 꺼내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우리 축제 무대,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은데.”
현숙의 눈이 흔들렸다.
무대.
그 단어는 늘 멀리 있었다.
자기 발이 닿지 않는 높이에 있는 것처럼.
가연과 지수가 동시에 숨을 죽였다.
재환이 한 발 물러섰다.
“생각해 보고 말해줘.”
“강요는 안 해.”
짧게 손을 들어 보이고 돌아섰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뒷모습이 오래 남았다.
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현숙아 노래 진짜 대박.”
눈이 반짝였다.
“나 정말 반해버렸잖아.”
지수가 웃으며 덧붙였다.
“아마 우리 반 애들 다 놀랐을 걸?”
현숙은 운동화 끝으로 바닥을 한번 문질렀다.
칭찬이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자기한테 쏟아지니 어딘가 낯설었다.
몸 안에 잘 맞지 않는 옷처럼.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눈이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조금 무서웠다.
쉬는 시간이 끝나갈 때, 음악 선생님이 교실 문을 열었다.
“현숙이 잠깐 나올래?”
아이들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현숙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갔다.
선생님이 웃었다.
“아까 노래 정말 좋았어.”
현숙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합창부 생각 있어?”
현숙이 고개를 들었다.
“합창부요?”
“응.”
“네 목소리는 혼자 두기 아까워.”
말은 부드러웠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이번 축제 무대 준비 중이야.”
“같이 서면 좋겠어.”
현숙은 대답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건 맞았다.
노래는 늘 혼자 있을 때 꺼내던 것이었다.
근데 ‘앞에서’ 부르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선생님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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