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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Jan 23. 2023

불혹, 유혹

사십오살이라고 하면 어렸을때는 딱 봐도 으악 만나기도 싫은 아저씨임에 틀림이 없고, 한 술 더 떠서 옷 매무새라든지 멋이라곤 눈꼽만치도 찾을 수 없어서 그냥 되는대로 편한 작업복을 입고 다닌다거나 양복 바지에 품이 큰 와이셔츠를 입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제가 사십오살이 되어보니 예상이 딱 맞았습니다. 겨울이라 내복에 청바지, 후리스 하나 입고 동네방네를 돌아다니다 문득 아재패션은 어떻게 탄생하는가가 떠오르더군요. 지나가는 어린 아이들이 저를 보면 제가 그 나이에 했었던 생각을 똑같이 할겁니다.


저는 1월이 생일이라 이미 만 나이로 45세 생일 잔치를 벌렸습니다. 2023년 6월부터는 만 나이로 통일이 된다고 하지만 저는 어느새 만나이로 은근슬쩍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나이를 적게 알리고싶은 유혹이 들었기 때문이죠. 불혹이라는 뜻은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다.'라는 뜻이라던데, 마흔을 넘은 이후로 줄곧 유혹에 빠져들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불나방처럼 이것저것에 미혹되어 살고 있습니다. 알아차려봤자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어요.


그래서 오늘도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제 손에 아이패드 에어 5세대 퍼플 64기가 모델이 들려있었습니다. 애플은 세이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귀를 막고 눈을 감지 않으면 어느새 아이패드의 망령들이 저를 유혹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이 아이패드를 사용하여 2023년의 콘텐츠 작업을 열심히 모니터링 할 계획입니다. 마흔 중반이 되니 눈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어서 잘 안 보이거든요. 아이패드 미니는 작으니까 큰 화면이 필요하다고 아내에게는 좋은 핑계를 대고 얼른 당근에서 업어왔습니다.


제가 작업한 작업물들을 아이패드로 보는 이유는 교정할 때 좋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진짜라고요!) 문장이나 악보, 혹은 영상으로 녹화된 아이패드의 화면을 영상 작업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정말 필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작년에도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2세대 제품을 사용했는데 원하던 퍼포먼스가 잘 나오지 않아서 주요 작업을 어찌어찌 마무리하고 나서는 안타깝게 떠나보냈습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나새로운 아이패드의 유혹을 이길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오십이 되면 지천명이랍시고 하늘의 뜻에 따라 아이패드를 지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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