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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별의 기적 Feb 21. 2022

공황이 찾아오고 나는 공포를 느꼈다

한번 시작된 공황은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은 식은땀과 함께 어느 날은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어느 날은 죽을 것 같은 두려움으로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을 증상들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나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가 된 느낌이었다.     


인간에게 나타나는 ‘공포’란 신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공포반응을 통해 나를 보호할 수 있고 위험에서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공황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인 공포는 아무런 자극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심장이 쿵쾅거리고, 호흡의 어려움 등 다양한 신체적 증상들을 동반하게 된다. 공황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도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듯이 공포를 느끼는 요인 또한 다양하다. 


예를 들어, 신체에서 보내는 경고 메시지를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습관들도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경고 신호는 소화불량, 근육경련, 갑작스러운 기억력 저하, 무기력 등의 현상이다.   

   

나의 경우는 위, 장간에 과민한 증상들이 빈번이 발생했다. 소화제를 자주 복용해야 했고, 단순히 체끼가 있다고 가볍게 넘기곤 했다. 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근육경련과 근육마비는 신경계 손상에 대한 의심까지 들었다. 그 다음으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이 무기력 증상이다. 학생들 앞에서 늘 열의를 가지고 수업을 했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심장통증과 현기증에 대한 예기불안으로 시달리곤 했다. 


불안감이 반복될수록 무기력과 우울 증상은 더욱 큰 좌절감을 가져왔다. 신체적으로 반복되는 경고반응들이 거듭될수록 부정적인 생각과 비관적인 인식을 만들었다. 이런 비관론적인 생각이 생활 속에 가져다주는 변화는 상당하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멈추게 하고, 일을 지속하는 지구력 또한 저조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과거에는 바쁜 일과에도 틈틈이 연구를 하고, 책을 번역하기도 또는 전공도서의 저자로도 참여를 했었다. 하지만 공황이 시작된 후 계획서까지 다 제출한 연구를 완성하지도 못하였고 그 다음부터는 자신감마저 상실했다.      


인생의 부정적인 경험이 거듭되면 우리의 뇌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뇌에는 신경가소성이라는 게 있다. 새로운 경험과 활동이 다양해지면 뇌 안에 새로운 신경세포의 시냅스를 만들고 그 만큼 두뇌의 기능은 긍정적인 방향에서 더욱 활발한 결과를 보이게 된다. 

이는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 좋은 기회를 가져온다. 그런 성공적인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긍정적인 감정의 자극이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기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공황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성공의 기회보다 실패의 경험이 반복되고 부정적인 자기신념을 갖게 될 확률 또한 높다. 이런 부정적인 사이클의 반복적인 경험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건강하지 않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뇌는 더욱 부정적인 인식이 확장됨에 따라 우울증이라는 심리적 건강에 문제를 만든다. 


뇌는 공포를 기억하고 증상을 저장한다. 

공포반응은 항상 다이나마이트처럼 나를 숨죽이게 했다. 언제 폭발할지 몰라 긴장감과 초조를 가진 채 생활해야 했고,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내 삶도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가족들과의 대화도 줄어들었고, 부모님을 찾아뵙는 횟수도 줄었다. 한 번은 퇴근길 운전 중에 목 부위에서 마비증상을 느끼고, 그대로 차를 멈춰 세웠다. 그 순간은 마치 내가 갑자기 의식을 잃거나 다른 차를 들이받을 것만 같은 공포감에 또다시 머리부터 식은땀을 흘러내렸다. 카레이싱을 하고 싶은 만큼 운전을 좋아하고, 스피드도 즐겼던 내가 공황과 공포를 반복하며 운전 공포증까지 생겨난 것이다. 


이런 증상들로 대형승용차를 더 이상 운전할 수 없었고, 난 뚜벅이가 되어 한 여름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왕복 3시간 거리의 출, 퇴근길을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물론 두 달쯤 지났을 무렵 남편의 권유로 아주 작은 경차를 구입했다. 마음만 미니멀해진 것이 아니라, 차 매니아인 내가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의 종류도 자연스레 미니멀을 선택하고 있었다.      


누구나 불안을 느끼듯이 공포감 역시 살면서 언제든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고 반응이다. 우리들 마음속에 삶에 대한 무게와 의지가 그 삶을 이끌기 위해 때로는 두려움을 느끼게도 한다. 


두려움은 부정적 심리상태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불안은 어떠한가? 그리고 공포감은 어떤가?  생활 속 스트레스나 특정 상황요인에 따라 발생될 수 있는 심인성 정서 상태이다. 외부적으로 표출되는 신체적 장애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로 제시할 수는 없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런 심인성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19’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나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영장류 중 최고의 지적기능을 가진 유일한 존재로서 새로운 상황이나 위험에 대해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을 방안책도 구상할 수 있는 위대한 생명체이다. 그건 예측 가능하고 특별한 상황일 때 더욱 효과를 발휘한다. 


공황장애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공황과 공포가 환자를 두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측이 되지 않는 불특정한 상황과 증상들의 발현이 공포감을 확장시키는 원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대부분의 공포감은 1시간 이내로 사라진다. 그렇다고 심리적 상태가 갑자기 평온해질 수는 없다.   

   

불안과 공포에 대한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이다. 편도체는 공포를 감지하고 조절하는 대표적인 뇌 부위로 위험에 대한 생존대처에 활성화되는 기능을 담당한다. 바다의 말이라고 하는 해마모양을 가진 뇌 부위가 있다. 해마는 기억중추이다. 공황장애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공포반응은 편도체와 해마는 그 조절력을 잃고 기능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감정도 전염이 된다는 말이 있다. 공황장애 환자가 있는 가족들은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발생률이 더 높다고 전해진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나 역시 그렇다. 공황장애가 시작되고 3년 이상의 긴 시간을 아파오면서 가족들의 불안감도 같이 늘어만 같다. 남편은 늘 노심초사하며 항상 안테나를 세워 내 생활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때로는 내가 자식이 아닌 아내라도 망각하는 듯 했다. 그로인해 부부싸움도 잦았다. 아들 역시 불안이 심해져서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상담치료를 받았다.


가족들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았다. 이 길고 긴 터널을 지나 공황장애란 병에서 이제는 그만 벗어나고 싶었다. 간절하고도 간절했다. 나의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그리고 가족들을 사랑하는 아내이자 엄마로서 나는 다시 용기를 내고 도전을 한다.오늘 하루의 도전이 나를 살게 하고, 세상을 살린다.나는 아주 중요하고도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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