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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을 Oct 31. 2024

핫딜방을 끊으면서 생긴 변화

습관, 때로는 더하기보다 빼기가 필요하다

“기저귀를 왜 제 값 주고 사? 핫딜 떴을 때 사야지.”          


몰랐다. 육아 초반엔. 핫딜의 세계를.          


아이의 기저귀 사용 양을 가늠할 줄 몰라 늘 허겁지겁 로켓 배송에 의존하던 나는 육아 선배이자 친구의 이 한마디로 핫딜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육아 용품은 특히 핫딜일 때와 아닐 때의 가격 차이가 컸는데, 늘 사용해서 상당량을 쟁여놓을 수 있는 기저귀나 물티슈의 경우, 그 가격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친구는 친절하게도 이런 핫딜 정보가 매 시간 업데이트되는 맘카페의 특정 게시판을 알려주었는데, 그곳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맘들을 대상으로 한 곳이라 그런지 아이 용품 외에도 먹을 것, 입을 것, 일상 꿀템 등 다양한 핫딜 정보가 수시로 업데이트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오가다 보니 해당 카페의 인기 글을 보면 핫딜 중에서도 반응이 뜨거운 글만 모아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핫딜방이 내게서 뺏어간 것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잠에서 깨서 비몽사몽에 한 번, 아이가 낮잠 자는 오후 시간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양치질도 아니고 하루 세 번 꼬박꼬박 핫딜방을 드나드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어느새 카페의 인기 글을 보는 게 일상의 루틴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이를 낳고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남편에게 투덜거리고 있었다. 한 번 들어갈 때마다 최소 30분은 순삭되는 핫딜방은 꼬박꼬박 들어가면서 말이다.     


가계부를 보니 쓸데없는 지출도 야금야금 늘어나 있었다. 사람들이 줄 선 맛집 앞에 가면 홀린 듯이 줄을 서는 것처럼, 댓글 100개가 넘어가는 핫딜은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도 홀린 듯이 구매한 거다. 그런 핫딜은 왠지 안 사는 게 손해 같아서 말이다.     


습관, 때로는 더하기보다 빼기가 필요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정 넘은 야심한 밤에 또 핫딜방에 들어갔다가 필요도 없는 티셔츠를 구매하기 직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핫딜방을 끊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티셔츠를 결제하기 전이었다!)     


물론 핫딜방에 뜨는 육아용품들마저 놓칠 수는 없었기에 꼭 필요한 물품은 키워드 알림을 걸어놓고, 해당 물건을 구매하면 곧바로 알림을 삭제했다. 더불어 핸드폰 메인 화면에 나와 있던 네이버 카페 앱은 폴더 저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 (눈에서 멀어져야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처음에는 왠지 모르게 허전했다. 하루 세 번 꼬박꼬박 드나들던 곳인데, 갑자기 안 가려니 핸드폰을 쥔 손이 갈피를 못 잡고 기웃기웃. 하지만 독하게 마음먹고 그럴 때마다 밀린 뉴스레터를 읽거나 책을 읽었다. 그 결과, 한 달에 무려 두 권의 책을 읽는 위업을 달성했다!        


육아를 하면 늘 시간이 부족하다. 만성 시간 부족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없는 시간을 어디서 빌려올 수도 없으니, 뭔가를 하려면 먼저 나만의 시간 도둑을 찾아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내 경우, 핫딜방을 끊되 핫딜방의 정보까지는 끊을 수가 없었기에 카페 앱의 알림 기능을 활용했다. 가령 유튜브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인데 생각보다 너무 오래 보다면 유튜브를 켜기 전에 15분이든 30분이든 알람을 걸어놓자. 내가 네이버 카페 앱을 폴더 저 깊숙이 숨겨놓은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시간도둑 앱을 숨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습관 역시 때로는 더하기보다 빼기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육아로 할 일이 쌓인 엄빠들이라면 to do list를 만들기 전에 not to do list를 먼저 작성해 보길 권한다. 나쁜 습관을 없애면 그 위에 좋은 습관을 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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