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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그린 Jan 01. 2018

[어느 한 아이의 이야기, 꼬마 철학자]

알퐁스 도데 작/책이있는마을/15,800원



[ 냉혹하고 서슬 퍼런 삶, 그 이면에서 만난 따뜻함. 

                  -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



이 책은 알퐁스 도데가 1868년에 쓴 자전적 장편 소설이다.

주인공인 다니엘 에세트가 아버지의 사업이 파산한 후 홀로 어렵게 살았던 것처럼 

그도 역시 힘든 생활을 했으며, 

다니엘을 계속 지원한 자크 형처럼 도데 역시 그의 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 책이 사실적으로 냉혹한 현실을 말하면서도 따뜻한 온기를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주인공인 ‘꼬마’ 다니엘 에세트가 집이 망한 후 슬픔에 찬 ‘홀로’의 생활을 하던 때인 1부와

그런 그를 구원(?)해 준 자크 형과 함께 지내던 때인 2부로 나뉜다.


다니엘은 ‘꼬마’인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습감독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다.


그 당시 그는 자신을 ‘꼬마 철학자’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장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이란, 인생과 세계에 대해서 참된 본질을 찾으며, 

근본적인 원리와 방법 그리고 삶의 궁극적 목적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고

이러한 이론을 연구하는 사람이 철학자인데.

그는 그런 지혜를 (그 당시엔) 알 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겪고 난 후 그가 성장했을 때는 어떨지 모르지만 말이다)

오히려 그는 김기림 시인의 - 바다와 나비(아래/참조)라는 시에 등장하는 나비처럼, 

나약하고 무기력한 ‘꼬마’일 뿐이었다. 초생달에 허리가 잘리운 나비일 뿐이었다.


처음 가족들과 떨어져서 하룻밤을 지새우던 여관방에 앉아, 그는 하염없이 울었다.


- …나는, 위대한 꼬마 철학자라는 자부심도 팽개친 채 미어지는 가슴을 억누르지 못하고 어린애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삶이 무섭게 느껴졌던 것이다. 삶 앞에서 나 자심이 무기력하고 허약하게 느껴져서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 87p.



ㅁ 책은 여러 차례 복선을 남긴다.


첫 번째) 큰 형이 죽었다는 전보를 받았을 때. 


-그러는 동안 피네(그가 키우는 고양이)는 우리를 울게 만든 그 끔찍한 죽음의 전보를 갖고 장난을 치며 우리 발치에서 놀고 있었다.     -58p.


삶은, 우습게도 다른 면들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들이 가슴 찢어지게 우는 바로 그곳에서 

어떤 이들은 아픔이 무언지 자각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두 번째) 다니엘의 형인 자크가 시를 쓰다가 포기하고, 그가 쓰던 빨간 수첩을 다니엘에게 주었을 때.


- …시라는 건 자기의 운명을 안고 태어나는 모양이다. 

…빨간 수첩과 함께 자크 형의 고통도 고스란히 내게 넘어온 것이다.     -63p.


자크는 그 날 이후 다니엘보다 훨씬 더 빨리 인생을 깨닫는다. 

사람은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 없으며 

인생은 겉은 단 사탕의 모양을 하고 있어도 속은 참기 어려운 쓴 약으로 되어있다는 걸 말이다. 


- …별로 기대를 않던 그 차갑고 인정머리 없는 백작은 나한테 신경을 써줬는데, 그렇게 친절하던 공작은… 조롱거리로 삼으면서 아예 자기 집 층계에서 따돌린 거라고… 다니엘, 그게 바로 인생이야.     -234p.



다니엘이 결국, 원하였으나 원치도 않는 자습교사 자리를 버리다시피 하고 죽기를 다짐했을 때 

삶은 그에게 한 줄기 빛을 내린다. 그의 형 자크.

자크와 행복한 삶을 시작하며, 그는 시를 짓기 시작한다. 

그는 사람에게 상처받고 버려졌으나, 사람을 통해 치유되고 구원받는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 건 아닌가.


그대로 주인공의 인생이 따뜻하기만 한 곳에 머물렀으면 좋으련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르마 보렐’이라는 여자를 알게 되면서 다니엘은 진창 같은 인생의 바닥을, 기어코 찍는다.

그녀는,

- …영리하지도 않고 인간적이지도 않으며… 교활하고 파렴치하고 악독하기까지 하다.     -362p.

다니엘이 쓴 자작시에 나오는 ‘푸른 나비’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여자.

그는 다 알면서도, 그 여자가 어떤 존재인지 자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 알면서도, 

늪으로 계속 빠져든다. 어쩔 수 없이.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나도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던가…!

‘바보 병신같이’라며 욕하고 미워하기엔, 다니엘은 너무나 나약한 우리 인간의 모습 그 자체이다.


그는 다시 자크 형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다니엘에게 어머니와 같은 자크 형은 그에게 모든 걸 다 희생하면서 죽게 된다.

다니엘은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인 피에로트의 딸과 결혼해서 

다시, 인생을 시작하기로 한다.


이 책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는다.

다니엘이 그 후 어떻게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어린 삶을 희생하고, 자크 형을 잃게 하고, 어머니의 눈까지 멀게 했던 ‘꼬마 철학자’이던 그 때를 

절대 잊지 않으며 살았으리라 짐작만 할 뿐.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초등학생 때였다. 

책을 덮고 나서 밀려오는 슬픔 같은 감정으로 한참을 품에 안고 다녔더랬다.

그 작고도 철없는 철학자 다니엘이 나인 것도, 내 친구인 것도, 그저 길에서 스치는 누군가인 것도 같아서.


상처가 많으면 다른 이를 다치게 한다고 하던가.

하지만 온통 상처투성이인 다니엘이, 끊임없이 누군가를 믿고 사랑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건

자크 형, 어머니 등 그의 가족과 

제르만느 신부나 피에로트처럼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이 책은, 쉽게 읽힌다.

한 편의 슬픈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또한 이 책은, 어렵게도 읽힌다.

인생을 담아냈기 때문에.


쉬운 책, 또는 어려운 책을 읽어보고픈 모든 이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모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 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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