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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혹의 우뇌 Aug 23. 2017

5가지 자본 (Five Capitals)

40여 년 동안 행복과 소득을 연구한 미국 남가주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 교수는 행복을 삶의 질의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하기 위해서는 GDP를 대체할 지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숫자를 계산해봤자, 행복과 소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연관관계가 있지 않다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사실 일을 통한 성공이라기보다, 일상에서의 성공과 가깝다. 그것은 가족을 부양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재미있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는 것 등과 가까운 이야기다. [1]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대립하고 있지만, 중론은 아직까지도 GDP를 대체할 만한 지표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불완전한 지표를 보완하려는 노력이다. 작은(micro) 변화들이 결국 시스템적이고 거시적인 (macro) 변화를 촉발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경제는 재무적인 보고 체계만을 통해 정의되어 왔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이라곤 실물(manufactured) 자본이나 금융 (financial) 자본뿐이다. 이 체계에서 자연의 가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즉, 생태계나 생물다양성과 같은 자연은 거시경제를 구성하는 ‘무한한 재고자산(given stock)’으로 여겨져 왔지, 유한한 자산으로 평가되지는 않았다. 그런 연유로 대부분 자연자원은 소비되었을 때의 가치(extractive value)만이 경제에 반영되었을 뿐, 경제시스템과 인류에 미치는 간접적인 가치[2]는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의 개념과 맞물리는 새로운 경제는 좀 더 포괄적인 측정 시스템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경영학의 구루 필립 코틀러(PhilipKotler)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단점을 14가지로 요약했는데, 그중 몇 가지가 “GDP 성장에만 집중하는 경향”, “규제가 없을 때, 환경과 천연자원이 남용됨”, “시장에 적용되는 공식에 사회적 가치와 행복이 빠져있음”[3]등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래에서 설명할 ‘5가지 자본 모델’[4]은 현재의 우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5가지 자본 모델’은 부의 창출(wealthcreation)과 자본(capital)에 관한 경제적인 개념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틀에 맞추어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개념적 모델이다. 5가지 자본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치가 있는 것들을 포함하며, 즉, 금융(financial) 자본, 실물(manufactured) 자본, 인간(human) 자본, 사회(social) 자본, 자연(natural) 자본을 각각 경 제적인 자산으로 여기고, 이들의 재고(stock)와 자산흐름(flow)을 나타내려는 시도다. 결국,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이들 5가지 자본의 재고자산을 늘리는 것이다. 이 개념적 모델은 당장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완벽한 지표는 없지만, 공공과 민간 부문의 의사결정자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고체계의 외연을 확대를 돕는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출처: Forum for theFuture


예를 들어, 비즈니스 부문의 의사결정자들이 재무적, 물질적 자본만을 고려하여 중대한 의사결정을 한다면, 인간, 사회, 자연 자본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그들의 장기적인 수익에 불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간 고려하지 않았던 자본들을 주류 의사결정의 주 아이템으로 격상시키는 것, 이것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의사결정이다.                         


5가지 자본

금융자본 (financial capital): 전통적인 비즈니스 역량과 성공을 측정하는 지표. 100년이 넘은 회계규칙.

실물자본 (manufactured capital): 건물, 인프라 (가령, 철도/항만/공항 등의 교통) 및 기술 등을 지칭

자연자본 (natural  capital): 자연자원 및 생태계 서비스

사회자본 (social  capital): 관계, 파트너십,  협력

인간자본 (human  capital): 개인의 건강, 지식, 기술, 지적 자산


만일 우리 경제가 이 5가지 자본을 모두 측정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GDP로 줄을 세웠던, 국가 경제의 순위는 요동치게 될 것이다. ‘경제적 수준’과 ‘삶의 질’ 사이의 간극도 줄어들 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국가 회계 차원에서 시스템적인 변화를 요구하는데, 아직 재무적 자본을 제외하고 다른 자본에 대해 측정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측정방식은 초기 개발단계이고 [5], 국가마다 회계 측정 방식이 상이하고 [6], 측정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전문가와 의사결정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이 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오늘의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5가지 자본 모델은 크게 3 분류의 자본이 원활하게 맞물리며 기능해야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금융/실물 자본, 인적자본(교육, 건강 등), 그리고 자연자본(담수, 산림, 생물다양성 등). 그러나, 사실 이것은 새로운 생각이 아니다. 오래전 아담 스미스 (Adam Smith)도 “땅, 노동력, 자본”을 경제의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야기했다. 그때는 땅과 노동력이 풍부했다는 것이 오늘날과의 차이점일 뿐이다. 우리는 좀 더 복잡한 구조의 경제학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현실화하기 위해 거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1] Beyond GDP – is it time to rethink the way wemeasure growth? (World Economic Forum, 13 April 2016), https://www.weforum.org/agenda/2016/04/beyond-gdp-is-it-time-to-rethink-the-way-we-measure-growth?utm_content=buffer33d44&utm_medium=social&utm_source=facebook.com&utm_campaign=buffer 

[2] 이산화탄소 흡수, 생물다양성 보존, 담수 확보, 홍수 방지, 토사침식 방지 등 은경 제구 조에는 그 가치가 반영이 되지 않지만, 분명히 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3]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Confronting Capitalism), 32-33페이지

[4] https://www.forumforthefuture.org/project/five-capitals/overview 

[5] 앞서 언급한 유엔의 SEEA 방법론이 있지만, 국가 적용에 관해서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6] 우리나라의 경우도 관계부처와 한국은행이 협력하여, 국가회계계정(SNA)에 환경경제통합계정(SEEA)을 삽입해 조정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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