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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초 Aug 15. 2020

경제 문외한 부부에게 생긴 변화

일본 생활, 여섯







  나는 대학에서 국제통상을 전공했지만 부끄럽게도 경제 문외한이다. 대학 공부는 그저 시험만 잘 보는 정도로 했고, 졸업하고 나서 한국에 있을 때 돈 관리는 고작 정기예금을 넣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대학 선배들을 보면 은행에 취업한 사람도 많고, 주식투자로 돈 번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투자나 금융 관련 수업보다 국제사회에 대한 주제가 좋았다. 돈에 대한 내 가치관은 조금씩 모은 돈으로 만족스러운 소비를 한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최근까지도 그랬다. 그러나 그건 내 돈이 안 나가는 우리 집이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결혼을 하고, 남편과 둘이 월세가 6만 엔이 넘는 지금 집에 살며 함께 생활을 꾸려가면서, 어라 사는 게 장난이 아니네? 싶었다. 가계부도 꼬박꼬박 쓰고 과소비는 하지 않는 우리 둘이지만 월세에 기름값에 공과금에, 이것저것 빠지고 나면 빠듯했다. 소득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있고, 소박한 성향에 비해 우리가 돈의 중요성을 아직 잘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누가 보면 이 나이에, 결혼까지 했으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한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배우면서 가계를 잘 꾸려가고 싶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전세가 없다. 매매 아니면 월세다.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일본이라면 어느 도시인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기에 그냥 남편이 일하던 회사 근처에 월세로 집을 구했다. 내가 사는 시가 현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한 뒤에 집을 사거나 짓는다. 그리고 아마, 아이를 낳고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평생 그 집에서 살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일본에서 집을 사거나 짓기를 원한다면 시부모님께 도와주십사 손을 내밀 수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한테 없는 큰돈을 들여 평생 살 곳을 정하기에는 아직 좀 겁이 난다. 사실 한국에서도 남편과 함께 3년 이상은 살아본 뒤에 어디에서 살 지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최근에 깜짝 놀란 것이, 남편이 쓰는 시가 은행의 예금금리가 0.002%라는 거다. 일본 금리가 낮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란 나는 한국은행 예금금리를 찾아보았다. 신한은행은 기본 예금금리가 0.8에서 시작해서, 예금과 적금 상품에 따라 이자율이 천차만별이다. 당장 한국에다 예금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남편과 함께 오사카에 가서 신한은행 자회사인 일본 SBJ은행 계좌를 개설하기로 했다. 시가 현에는 지점이 없었다.


  은행에는 한국인 고객이 많이 있었고, 한국인인지 한국어가 유창한 직원도 있었다. SBJ은행에는 익스프레스 통장이 있는데, 엔화를 원화로 바꿔 한국 통장으로 쉽게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직업에 따라 연 송금 한도가 정해져 있고, 송금 수수료는 1회 만 원 정도로 저렴했다. 좋은 점은 환전 수수료가 들지 않아서 엔화가 비쌀 때 보내면 좀 더 이득이었다. 송금 작업(?)을 휴대폰으로 하기 위해 보통 통장도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의 가계에는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이건 다른 얘기지만, 우리 아빠는 경제에 참 관심이 많은데, 1년 전부터 우리에게 여윳돈이 있으면 금이나 은을 실물로 사두라고 말을 했었다. 그러면서 본인은 은화를 사두셨다고. 그때 우리는 돈이 없기도 했고, 재테크의 재자도 모르는데 금과 은이라니, 마치 다른 나라 얘기인 것처럼 들려 흘려들었다. 그런데 정말로 최근 몇 주동안 코로나와 국제 정세 불안정으로 금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다. 영상통화를 할 때면 약간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아빠를 보며 우리는 왜 그때 사지 않았을까 후회막심이었다. 


  한국의 젊은 사람들도 요즘 하나 둘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고 하던데, 일본 젊은 사람들은 그다지 주식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어느 나라든 지식이 빠삭한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돈을 굴리고 있겠지만. 나는 아무리 경제 문외한이라도 무언가 대비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심하게 흔들리는 전 세계 경제 상황을 보고 있자니, 또 다른 위기가 오면 이대로는 못 버티는 국가가 많지 않겠다.




  요 며칠 사이에 국제 금 시세가 팍 떨어졌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냥 묵혀두자고 생각하고 금을 사러 갔다. 인터넷으로 다양한 금화와 은화의 대량 거래가 가능한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전화 구매나, 직접 가서 사는 게 안전한 것 같다. 그리고 은화도 잘 안 판다. 금방은 바글바글 했다. 처음 순서표를 뽑으니 입장 시간이 두 시간 반 뒤였다. 시간이 되어 다시 가니 체온을 잰 뒤 자리를 안내해주셨다. 금방 내에는 띄엄띄엄 의자를 배치해두고, 사람들이 다음 자리로 이동하기 전에 직원들이 소독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안내에 따라 자리를 이동하며 순서를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은 뭘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고, 얼마어치 금을 사려고 온 걸까? 







  시간당 노동에 대한 소득과 더불어 온라인을 활용하거나, 일하는 시간과 관계없는 방식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려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뭔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정보를 찾아보고, 시작해본다면 길이 보일 거라고 믿는다. 일본에 있으면서 모든 면에서 나태해졌던 생각을 다시 꽉 잡아야겠다. 빠릿빠릿하고 똑소리 나는 한국인 아내가 되어주면 남편도 좋아하겠지. 지금 하지 않으면 20대에 그랬던 것처럼 눈 깜짝할 새에 40대가 되어버릴 거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차근차근 정보를 모으자. 시작에 늦고 빠름은 없다! 시작은 시작일 뿐!








500엔만 모으는 우리 집 저금통.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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