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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Sep 30. 2024

사랑하는 1000명의 구독자 여러분께


드디어 제 브런치 구독자가 1000명이 되었습니다. 2019년 7월 25일에 첫 브런치 글을 올렸으니, 무려 5년 2개월 가량이 걸렸네요. 부족한 저의 브런치를 방문해주시고 구독도 해주시고, 더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신 우리 구독자 여러분. 맘속부터 깊은 감사 전합니다.


제 구독자는 매년 200명씩 꾸준히 늘었던 것 같습니다. 수천, 수만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브런치 작가님들이 보면 웃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천천히 증가하는 게 좋았습니다. 그다지 대중적이지 못한 제 글을 진정으로 좋아해주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저는 브런치가 좀 폐쇄된 공간이라 좋았습니다. 제가 진짜 원하는 글을 편하게 쓸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신문 기자로서 12년 넘게 전문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다만 십년차가 넘다 보니 기사를 쓰는 것은 제가 원하던 글쓰기와는 좀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정해진 주제에 맞춰 제가 취재를 통해 모은 근거를 잘 배치하는 게 기사입니다. 시사나 현안에 대한 생각을 적는 칼럼도 분명 있었지만, 저는 제 생각을 오롯이 남길 수 있는 저만의 글쓰기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5년전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주로 언론고시생을 위한 언론사 입사 전략이나 기자로 살면서 느낀 언론계 이모저모를 올리고 있습니다. 가끔 소설도 쓰고, 제가 좋아하는 과거 작가들에 대한 인물평도 씁니다. 언론사 입사 Q/A와 논술 쓰는 법 관련 포스팅은 꾸준히 조회수가 나옵니다. 그만큼 사양산업인 언론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다는 증거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제가 브런치에 올리는 글의 주제 자체가 그다지 인기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행이나 요리, 가족과 시댁, 남편 혹은 아내, 회사 얘기나 이직 문제, 연애 등을 다룬 게시물이 훨씬 더 현실과 밀착해 있고 그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 것입니다.


다만 저는 딱히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고 에피소드나 경험이 적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재 제가 몸담고 있는 직업 관련 글 위주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단 한번도 브런치스토리 메인이나 카카오 메인에 걸려본적 없는 부족한 작가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구독자가 1000명이 되다니.. 감개가 무량할 따름입니다.


어느 구독자분이 이런 얘길 하시더라고요. 왜 다른 작가를 구독하지 않느냐고요. 실제로 제가 구독한 작가님은 없습니다. 훌륭한 브런치작가님이 많은신걸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공간을 통해 저에게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나르시스트적 면모가 아니고, 평소에 기자로서 너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기사로 써서 불특정다수에게 전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제 자신의 이야기, 제 나름의 감정에 소홀해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다만 브런치에선 제 생각과 글을 제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으니 다른 분을 구독하기보단 제 글을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 좀더 양질의 글, 좀더 깊은 사유를 나눌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답글 하나하나에 댓글을 다는 것도 안그래도 정신없이 사는 제겐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브런치 들어올때마다 다른 다양한 작가님의 재미있고 따뜻한 글을 많이 보고 있답니다 ^^.


사실 저도 다른 작가분들처럼 브런치를 통해 책 한권이라도 내고 싶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포기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다양한 변주와 컨텐츠가 있어야 책을 내는 건데, 저는 그런 내공과 깜냥이 아직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보다 훨씬더 대단하신 기자나 언론인이 많고 저는 아직도 배워야 하는 단계입니다.


그만큼 어찌보면 제가 언론을 떠나서 어느 한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되지 못했고, 좀더 나의 관심사가 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뜻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굳이 제가 책을 내기 위해 흥미가 없는 분야를 파보는 것은 또 싫고.. 이렇게 삶을 그저 살아가며 매일매일 고민을 기록하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저 희망을 가져볼 뿐입니다. 안되면 또 말고요.


구독자 1000분께서 어떤 연유와 이유로 제 브런치를 찾아주셨는지 하나하나 헤아리긴 어렵겠습니다. 다만 소중한 방문이 헛되지 않도록 꾸준히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더 재미있고 생생한 컨텐츠를 위해 더 바쁘고 치열하게 부딪쳐보겠습니다. 앞으로도 그 험난한 여정에 여러분이 저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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