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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와 팔란티어

by 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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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단 한 기업이 가져갔다. 엔비디아다. 그리고 같은 시기 미국 정부와 나토, 우크라이나, 유럽 주요 동맹국들이 가장 많이 찾은 AI 기반 정보·전쟁 플랫폼 역시 팔란티어가 사실상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주가 불장 한복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름이지만 막상 '뭘 하는 회사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대답이 흐려진다. 나같은 투자 초보자 대부분이 이름은 모두 알고 있지만 사실 뭐하는 기업인지는 잘 모르는 기업. 이 이상한 공백의 중심에 엔비디아와 팔란티어가 있다.


사람들을 둘러보면 이 현상은 더 분명해진다. 회사 동료는 말한다. “요즘 주식은 AI가 답이라며? 엔비디아 안 들면 바보래.” 유튜브 알고리즘은 매일 떠든다. “팔란티어는 새로운 방산의 심장이다. 늦기 전에 올라타라.” 그런데 정작 이 이름들을 외우는 사람은 많은데, 이 이름의 뜻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지금 ‘이해’가 아니라 ‘서사’를 사고 있는 중이다.




2020년의 시장이 테슬라를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2024년부터의 시장은 AI라는 거대한 단어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열풍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 테슬라가 상상력과 미래 기대를 팔았다면, 지금 AI는 이미 현실의 지갑을 열고, 국가의 예산을 움직이고,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기술이 시장을 이끌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시장과 국가, 산업과 문명이 스스로 AI라는 축에 맞춰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 한가운데, 서로 다른 방식으로 AI 시대의 핵심을 쥐고 있는 두 기업이 있다. 하나는 AI 시대의 ‘전기’를 쥔 기업, 엔비디아. 다른 하나는 AI 시대의 ‘운영체제’를 쥔 기업, 팔란티어. 이 둘을 모르고 AI 시대를 말할 수 없고, 이 둘을 모른 채 투자 시장을 이해할 수도 없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시점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결국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의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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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오랫동안 CPU 하나로 돌아갔다. 인텔이 주도한 중앙연산 방식은 한 사람의 천재 비서가 모든 일을 빠르게 판단하고 하나씩 처리하는 방식과 비슷했다. 정보가 적을 때는 그 비서 한 명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데이터의 양이 폭발하기 시작했고, 특히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에는 그 비서의 속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업무가 쌓이기 시작했다. 수천만 장의 사진을 학습하고, 자연어를 이해하고, 새로운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한 명의 비서 방식은 구조적으로 한계에 봉착했다.


GPU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바꾼 발명이다. GPU는 머리가 아니라 근육에 가깝다. 수천, 수만 개의 연산 유닛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동시에 반복 연산을 밀어붙인다. 사람에 비유하면 책상 앞에서 머리를 싸매고 지시하는 비서가 아니라 거대한 공장에서 수천 명이 같은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형태다. AI 학습의 본질은 ‘반복 연산’이다. GPU는 이 반복 연산에 최적화된 존재였다. 엔비디아는 바로 이 영역에 일찍 들어간 회사였다.


1993년 젠슨 황이 세운 작은 반도체 회사는 처음부터 이 구조를 노렸다. 하지만 그 시작은 초라했다. 엔비디아는 처음부터 업계 1등이 아니었다. 오히려 변방에 가까웠다. 당시 강자는 3dfx와 ATI였다. 3dfx는 사실상 GPU의 원조 신화에 가까운 회사였고, ATI는 캐나다의 기술 강자였다. 엔비디아는 한때 파산 위기까지 내몰렸다. 1990년대 후반에는 곧 사라질 회사라는 평가도 들었다.


그러나 2000년 엔비디아는 3dfx 자산을 인수하며 판도를 뒤집었다. 이 인수는 단순한 ‘경쟁자 제거’가 아니었다. ‘GPU 주도권 싸움’의 첫 전환점이었다. 여기서 엔비디아는 처음으로 살아남는 법을 배웠고, 다음 단계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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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짜 반전은 2006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엔비디아는 “우리는 칩 회사가 아니라 플랫폼 회사가 되겠다”라고 선언했고, 그 결과물이 CUDA였다. CUDA는 GPU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연산 플랫폼으로 바꿨다. 다시 말해, GPU를 단순한 게임용 그래픽 부품에서 ‘누구나 연산을 얹을 수 있는 컴퓨팅 엔진’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이 차이는 결정적이었다. 그전까지 반도체 회사들은 하드웨어를 팔아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하드웨어 + 생태계’를 팔았다. 다른 반도체 기업이 자동차만 팔 때, 엔비디아는 자동차와 고속도로, 주유소, 정비소까지 함께 깔아버린 셈이다.


CUDA가 가져온 변화는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기술 세계 내부에서는 거대한 균열을 만들었다. 연구자들이 딥러닝 실험을 하려 할 때 엔비디아 GPU를 쓰는 것이 가장 편했고, 가장 빠르고, 가장 많은 코드가 지원됐고, 가장 많은 예제가 존재했다. 선택지가 있어도 결국 엔비디아를 쓰게 되는 구조가 생기기 시작했다. 플랫폼이란 원래 그렇게 시장을 잠식한다. 사람들이 쓰기 때문에 더 쓰게 되고, 더 쓰기 때문에 대체 불가능해진다.




그러던 2012년, AI 역사 전체가 뒤집히는 사건이 등장한다. ‘알렉스넷’으로 유명한 이미지넷 대회에서, GPU를 사용한 딥러닝 모델이 기존 기술을 완전히 압도하는 결과를 내버린 것이다. 여기서 사용된 장비가 엔비디아 GPU였다.


이 사건 이후 전 세계 연구실, 스타트업, 빅테크가 딥러닝 연구를 표준화하면서 AI = GPU, GPU = 엔비디아라는 공식이 굳어졌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시장은 여전히 이 변화를 과소평가했다. 기업 가치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AI 불꽃은 이미 붙어 있었다. CUDA는 연료였고, GPU는 엔진이었으며, 엔비디아는 아무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미래 산업의 문지방을 통째로 선점해버렸다. 다만 이 불꽃이 시장과 세상을 뒤흔드는 ‘폭발’로 번진 것은 2010년대 후반이 아니라 2022년 이후다. 그리고 이 폭발의 바로 앞에 2016년의 알파고가 있었고, 그 뒤에는 2022년 ChatGPT라는 기점이 있었다.


2016년, 알파고가 세상에 등장했다. 이 사건은 기술 업계에 한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AI는 상징이 아니라 실체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알파고는 아직 ‘예고편’에 불과했다. 진짜 본편은 2022년 11월, ChatGPT가 공개되면서 시작된다. AI가 논리적 문장을 만들고, 질문에 답하고, 언어를 이해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찍어내는 순간이 오자, 기업들은 확신했다. AI는 더 이상 연구가 아니라 산업이 될 것이며, 누구든 AI 경쟁에서 지면 도태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경쟁의 핵심 장비가 엔비디아라는 사실도 동시에 깨달았다.


ChatGPT는 GPU 수요를 폭발시킨 사건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GPT 모델을 학습하기 위해 수천 개, 많게는 수만 개의 GPU가 필요하다. 이 과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속적인 재학습과 모델 확장이 반복되기 때문에 GPU는 ‘소모품이자 인프라’가 된다. 2023년 이후 전 세계 빅테크가 동시에 GPU를 사들이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같은 기업들이 줄줄이 수조 원 규모의 GPU 주문을 넣었다. 엔비디아 GPU 없이는 AI 경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제 데이터센터는 과거의 공장과 같다. 산업혁명 시대의 공장이 석탄과 기계를 기반으로 돌아갔다면, AI 시대의 공장은 GPU라는 연산 자원을 기반으로 돌아간다. 더 많은 데이터를 넣고, 더 많은 모델을 만들고, 더 정교한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기 위해선 더 큰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광대한 데이터센터의 심장부를 엔비디아가 쥐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400% 이상 폭증했다. 이 성장률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AI 산업 전체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현실의 반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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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젠슨 황이라는 캐릭터가 더해지며 엔비디아는 하나의 상징이 된다. 검은 가죽 재킷, 단정한 말투, 특유의 프레젠테이션 방식. 그는 단순히 기술 기업의 CEO가 아니라, 하나의 ‘서사’를 가진 상징이 되었다. 비전을 제시하는 CEO는 많지만, 비전을 문화와 브랜드로 만든 CEO는 많지 않다. “AI는 모든 산업을 재정의할 것이다”라는 그의 문장은 기술 발표가 아니라 선언에 가까웠고, 시장은 그의 말에 가격으로 반응했다.


주가가 폭등한 것은 투기 때문만은 아니다. 엔비디아가 오른 이유는 명확하다. AI 시대의 가장 기초적인 자원, 즉 ‘연산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석유가 산업의 이동을 결정했다면, 지금은 데이터센터와 GPU가 산업의 방향을 결정한다.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원유 시장과 전력 시장을 동시에 장악한 셈이다. 이 지위는 단기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반도체 제조는 TSMC가, 클라우드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이 맡고 있지만, AI 연산의 핵심은 엔비디아라는 ‘한 점’으로 수렴되어 있다. 이 조합은 엔비디아의 시장 지위를 더 공고하게 만든다.


한국 역시 이 구조에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AI 기업, 빅테크, 연구기관, 그리고 정부의 데이터 정책은 모두 엔비디아 생태계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삼성과 SK가 메모리를 공급하고, 한국의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며, 수많은 AI 스타트업이 등장해도 결국 모델 학습의 마지막 단계는 엔비디아의 연산 장비로 돌아간다. 한국이 AI 시대를 준비한다는 말은 곧 엔비디아 생태계 안에서 전략을 고민한다는 말과 사실상 같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니다. 1990년대에는 게임 칩 회사였고, 2000년대에는 생존을 고민하던 변방 회사였으며, 2010년대에는 조용히 기초 체력을 쌓던 숨은 플레이어였다. 그러나 지금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전기회사’가 되었다. 세상은 AI라는 불을 켰고, 그 불을 켜는 스위치를 엔비디아가 쥐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전기가 깔렸다면, 이제 그 위에서 움직일 운영체제는 누구인가?” 그리고 바로 여기서, 팔란티어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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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당시 러시아의 미사일 궤적을 추적하고, 우크라이나의 반격 위치를 계산하며, 작전 성공 확률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시스템. 그 배경에는 팔란티어가 있었다. 팔란티어는 전장을 계산하는 기업이고, 데이터를 무기처럼 다루는 회사이며 AI 시대의 국가 운영 기술을 실체적으로 보유한 드문 플레이어다.


그러나 이 회사만큼 오해받는 기업도 없다. 실리콘밸리에 속해 있지만 실리콘밸리답지 않고, IT 기업이지만 일반 소비자 서비스는 거의 없으며, 매출의 상당 부분이 정부·군·정보기관에서 나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팔란티어를 이상한 회사라고 부르고, 어떤 사람은 두려운 회사라고 지칭한다. 하지만 그 정체를 정확히 이해하는 순간, 이 기업이 왜 지금 AI 불장에서 다시 주목받는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


팔란티어의 출발은 9·11 이후다. 미국은 이 사건 이후, 테러 정보를 분석하고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 체계를 필요로 했다. CIA는 데이터를 갖고 있었지만 데이터는 흩어져 있었고, 부처 간 정보 공유는 비효율적이었으며 패턴을 읽는 능력은 매우 부족했다.


팔란티어는 바로 이 결핍을 해결하며 태어난 회사다. 쉽게 말해 팔란티어는 국가 차원의 데이터 해석 도구를 만든 기업이었다. 정부는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그런데 그걸 읽어 사건을 연결하고, 가능성을 예측하고, 미래를 계산하는 능력은 별개의 영역이다. 팔란티어가 한 일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팔란티어가 만든 시스템은 방대한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고, 그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연결을 찾아내며, 의사결정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시각화해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정보기관, 국방부, 경찰, 보안 조직이 각각 들고 있던 데이터가 한곳으로 모였고, 서로 다른 사건의 조각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팔란티어가 초기부터 CIA를 핵심 고객으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회사가 다루는 데이터는 쇼핑몰 구매 데이터가 아니라, 전쟁, 테러, 국경, 외교, 전력, 인명과 직결된 민감한 정보였다. 팔란티어의 비즈니스는 애초부터 ‘국가 단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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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렀고, 팔란티어는 미국의 정보 생태계 깊숙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능력이 전 세계에 공개적으로 드러난 시점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는 열세였다. 병력, 장비, 물량, 예산, 모든 지표에서 러시아에 밀렸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예상보다 오래 버티고, 몇 차례 반격에 성공하며, 전황을 뒤집은 지역까지 나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팔란티어였다.


우크라이나는 팔란티어의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적군 이동을 실시간 파악하고, 병력을 어디에 집중해야 승률이 높을지 판단했으며, 미사일을 선제 회피하거나 후방 타격 타이밍을 잡았다. 이 전쟁에서 팔란티어는 ‘군사 OS’ 역할을 했다. 칼과 방패의 강도는 다를 수 있지만, 전장을 바라보는 눈과 판단 체계가 우위에 서면 전쟁의 양상은 바뀐다. 팔란티어는 전장을 계산하는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국가를 움직이는 또 다른 방식의 무기가 되었다.


여기서 질문 하나. 그럼 팔란티어는 빅테크인가, 방산기업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해당된다.. 팔란티어는 구글처럼 데이터를 다루지만, 록히드마틴처럼 정부와 전쟁의 논리 속에서 움직인다. 팔란티어는 넷플릭스 같은 구독형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었고, 메타처럼 광고 기반 서비스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국가의 의사결정 구조를 업그레이드하는 기술 회사. 이것이 팔란티어의 정체성이다. 이 문장 하나가 다른 모든 기술 기업과 팔란티어를 갈라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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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를 이해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CEO 알렉스 카프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평균적 CEO 이미지에서 가장 먼 인물이다. MBA 대신 철학 박사 학위를 가졌고, 히피 문화와 인권 정책에 관심이 많았으며, 구글식 성장이나 메타식 확장을 전혀 추구하지 않았다. 투자자 친화적인 발언을 하기보다 “우리는 국가를 위한 회사이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기술을 만든다”라는 식의 선언을 흔히 한다. 실리콘밸리가 효율, 속도, 확장을 말할 때, 카프는 윤리, 국가, 민주주의를 말한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도 이질적인 존재였지만, 바로 그 이질성이 팔란티어를 지금의 위치로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팔란티어 주가가 최근 폭발한 이유는 단순한 기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팔란티어의 고객은 일시적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조직이다. 국방, 정보기관, 법무조직, 치안기구, 그리고 국가 기간산업이 주요 고객이다. 이 조직들은 경기와 상관없이 예산을 쓴다. 특히 전쟁·테러·국가안보와 관련된 예산은 후퇴하지 않는다.


여기에 AI가 결합되면서 팔란티어는 ‘방산 + 정부예산 + AI’라는 희귀한 성장 구조를 확보했다. 이 구조는 대부분의 빅테크가 갖고 있지 못한 영역이다. 빅테크는 결국 소비자 시장과 민간 경기의 영향을 받지만, 팔란티어는 ‘국가 시스템’과 연결된 회사다. 시장은 이제서야 이 비즈니스 모델의 희소성과 안정성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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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이유는 팔란티어가 AI를 군사와 정부뿐 아니라 민간 산업에도 확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조, 금융, 물류, 에너지, 의료 같은 산업에서도 팔란티어의 OS는 적용될 수 있다. 데이터가 쌓이는 모든 영역은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필요로 하고, 그 분야에서 팔란티어는 이미 검증된 플랫폼을 갖고 있다. 전장에서 가능했던 것들이 산업에서도 가능해지는 순간, 매출 구조는 정부 중심에서 기업 중심으로 확장된다. 이것이 시장이 보는 팔란티어의 ‘2차 성장’이다.


한국과의 접점 역시 존재한다. 한국은 지정학적 긴장이 높은 국가이며, 국방 예산 비중이 큰 나라다. 동시에 세계적 수준의 제조·물류·반도체 공급망을 갖춘 나라기도 하다. 팔란티어가 이 두 영역 모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팔란티어가 보기에도 중요한 확장 시장에 해당한다. 한국이 AI 시대의 국방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고민한다면, 팔란티어는 선택지에서 배제될 수 없는 기업이 된다.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전기’를 공급한다면, 팔란티어는 그 전기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운영체제’를 만든다. 엔비디아는 산업 전체의 기반을 구축했고, 팔란티어는 국가와 조직의 의사결정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지만, 모두 AI 시대의 핵심축이다. 1부에서 전기가 깔렸고, 2부에서 운영체제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 전기와 운영체제 위에서, 누가 권력을 갖게 될까? 그리고 AI 시대의 국제 질서는 어디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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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통역, 번역, 영상, 보안, 의료, 금융, 제조, 군사, 행정, 교육, 복지까지. AI는 특정 분야의 기술이 아니라 문명의 기본 인프라로 변하고 있다. 전기가 없는 산업을 상상할 수 없듯, 가까운 미래에는 AI가 없는 국가 시스템을 상상할 수 없게 된다. 엔비디아와 팔란티어는 바로 이 ‘AI 인프라 시대’의 두 핵심 좌표다.


AI 시대의 경쟁은 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의 경쟁이 된다. 데이터의 크기와 품질, 연산 능력, 알고리즘, 운영체계, 규제, 인구, 산업 구조, 안보 환경까지 모두 결합된 총체적 경쟁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AI 패권’을 안보 전략으로 격상시켰고, 유럽은 규제와 인권의 프레임으로 AI 질서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인프라의 표준 노선을 장악했고, 팔란티어는 AI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국가 단위로 실전에 투입하는 수준까지 왔다. 이 경쟁은 더 이상 제품 경쟁이 아니라, 문명 운영 방식의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은 이 지점에서 중요한 기회를 동시에 부담으로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반도체를 만들고, 제조를 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빠르게 도입하는 능력을 가진 나라다. 하지만 인구 구조는 빠르게 줄고, 안보 긴장은 상시적이며,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의 벽은 여전히 높다. AI 시대는 ‘인구가 많은 나라’보다 ‘연산과 데이터, 의사결정 속도가 빠른 나라’를 유리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좋은 위치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흐름을 살릴지 놓칠지는 테크 생태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릴 것이다.


엔비디아와 팔란티어는 이 맥락에서 한국에 최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AI 인프라를 제대로 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는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행정과 안보, 산업을 실제로 업그레이드할 의지가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AI를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프레임으로 보고 있는가. 기술은 이미 준비되었고, 인재도 있다. 문제는 선택과 실행 속도다. 이 인프라 위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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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 그래서 지금 투자해야 돼?


엔비디아 주가의 흐름은 테마가 아니라 사건으로 움직여 왔다. 단순히 “잘나가는 기술주”여서 상승한 것이 아니라, AI 산업에서 ‘필연적인 수요가 발생한 순간들’이 주가의 변곡점을 만들었다. 그래서 엔비디아의 주가를 이해하는 핵심은 가격표가 아니라 사건-수요-확신의 흐름을 읽는 것이다.


첫 번째 변곡점은 2016년 알파고다. 이 사건은 엔비디아 주가를 즉각 폭발시키진 않았지만, AI 연산=GPU라는 공식이 시장의 무의식에 처음 심어진 순간이었다. 두 번째 변곡점은 팬데믹 이후 데이터센터 투자 붐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기업과 정부는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였다. 재택, 클라우드, 스트리밍, 온라인 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했다. 이때 GPU는 게임·그래픽을 넘어서 ‘데이터센터의 기본 연산 장치’로 받아들여졌고, 엔비디아의 실적과 주가는 한 단계 위로 점프했다. 이 시기의 엔비디아 주가를 움직인 힘은 기대가 아니라 현실 수요였다. GPU가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장비로 편입된 것이다.


세 번째 변곡점이자 가장 강력한 랠리는 2023년 ChatGPT 이후다. 이때부터 AI는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산업의 방향성’으로 정의되기 시작했다. 생성형 AI를 학습시키려면 GPU 수천~수만 장이 필요하고, 그 GPU를 사실상 엔비디아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시장의 공식을 완성시켰다. 이 구간의 주가는 단순한 호재 랠리가 아니라 확신 랠리였다. 기업, 기관, 국가, 빅테크 모두가 동시에 엔비디아 GPU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주가는 수급에 기반한 의미 있는 재평가를 받았다.


현재 엔비디아 주가의 본질은 단순 모멘텀이 아니라 AI라는 불을 켜는 전기 회사라는 역할 재정의에 있다. 시장은 앞으로 최소 5~10년 동안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전기가 도시에서 없어지지 않듯, AI 연산 인프라는 한 번 깔리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엔비디아 주가는 그래서 변동성이 있더라도 폭락 논리보다는 조정 후 재수요 논리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 구조를 가진다. 엔비디아가 무너지려면 AI 투자가 중단돼야 하는데, 이는 산업 구조상 현실에 가깝지 않다.


즉, 엔비디아의 주가는 테마→호재→단기 랠리가 아니라 “사건→확신→구조적 수요→재평가”라는 흐름으로 움직여왔다. 앞으로도 변동성은 있겠지만, AI 투자 사이클이 이어지는 한, 엔비디아는 AI 시장의 등락을 가장 먼저 반영하는 방향 지표 역할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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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의 주가는 엔비디아와 다르게 움직여 왔다. 엔비디아가 사건을 통해 꾸준히 재평가된 흐름이라면, 팔란티어는 과열과 실망, 그리고 재평가를 거치며 방향성이 만들어진 그래프에 가깝다. 2020년 상장 직후 시장은 팔란티어를 AI 데이터 기업이 아닌 ‘신기한 방산 빅데이터 회사’ 정도로 이해했다. 기대감으로 주가는 빠르게 치솟았지만, 곧바로 정부 계약 중심이라 성장 폭이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퍼지면서 급격한 조정을 맞았다. 그러나 시장의 이 판단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다. 팔란티어의 고객이 정부 중심이라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 데이터와 시스템이 가진 무게를 시장이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반전은 2023년 AIP(AI Platform) 발표 시점부터 시작된다. 이때 팔란티어는 ‘국방/정부 플랫폼’이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산업용 AI 운영체제’로 확장 가능한 구조를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팔란티어의 실전성이 이미 입증된 상태에서, 민간 산업까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지자 주가는 다시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단순 테마성 반등이 아니라, 팔란티어가 가진 사업 구조와 AI의 방향성이 맞물리며 얻은 두 번째 기회였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두 기업은 같은 AI 서사 위에 있지만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 엔비디아는 인프라다. AI라는 도시가 커질수록 전기 수요가 늘듯, AI 투자가 늘수록 엔비디아의 수요는 체질적으로 증가한다. 반면 팔란티어는 운영체제다. 데이터가 쌓인 시장일수록 그리고 AI 의사결정이 필요한 영역이 많아질수록 영향력을 가진다. 엔비디아는 수요 기반 성장이라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팔란티어는 의사결정 OS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열리느냐에 따라 변동폭이 커진다. 즉, 엔비디아는 필수재형 성장, 팔란티어는 레버리지형 성장이다.


향후 전망을 시나리오로 나눠보면 AI 시장은 크게 세 가지 흐름 중 하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낙관 시나리오는 AI 도입 속도가 가속화되며 데이터센터 투자가 장기 유지되고, 국가·산업·기업 단위에서 AI OS 채택이 확산되는 경우다. 이 흐름에서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모두 강세 흐름을 유지한다.


둘째, 기본 시나리오는 기술 확산은 꾸준히 이어지되, 속도 조절이 있는 경우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수요를 확보하지만 팔란티어는 산업 확장 속도에 따라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보수 시나리오는 AI 투자가 단기적으로 위축되는 경우인데, 이때는 팔란티어의 주가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AI 투자가 멈추는 미래는 현실성이 낮다는 점에서, 시장은 장기적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를 더 유력하게 본다.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고, 팔란티어는 AI 활용의 최전선에서 의사결정을 바꾸는 기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두 기업은 서로를 대체하지 않으며, 오히려 AI 산업의 다른 층위를 담당한다. 그래서 이 두 종목은 ‘같은 테마주’가 아니라 ‘같은 문명 위의 다른 역할’로 이해해야 한다. 투자자는 뉴스가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하고, 단기 흐름이 아니라 산업의 방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모두들 열심히 공부해서 AI 주식 통해 성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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