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패치를 한때 가볍게 여겼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연예인 열애설이나 터뜨리는 가십 매체로만 보았고, 전통 언론의 기준에서 벗어난 주변부 언론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디스패치는 한국 사회의 이슈를 선점하고 여론을 움직이는 중요한 뉴스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박나래 논란과 조진웅 논란 같은 최근 보도들은 그 변화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는 왜 이 매체를 다시 보게 되었는지 질문하게 됩니다.
디스패치의 시작은 의외로 정통 언론 내부였습니다.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였던 김종훈·이문교 기자 등이 2011년에 분리되어 독립한 것이 디스패치의 출발점입니다.
스포츠지에서 갈고닦은 속보 감각, 연예계 동선 파악 능력, 현장 기반 취재력은 디스패치 창간 초기부터 강력한 자산이 되었고, 이들이 온라인 환경에 특화된 취재 조직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애초에 레거시 미디어의 취재 DNA를 갖고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초기 디스패치의 힘은 ‘정확성’과 ‘결정적 증거’에서 나왔습니다. 태연·백현 열애설, 비·김태희 열애설, 이승기·윤아 열애, 수지·이민호 열애 등 굵직한 보도들은 거의 모두 사실로 확인되며 디스패치가 보도하면 사실이다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각인시켰습니다.
류준열·혜리, 현빈·강소라 등 수많은 커플 보도 역시 논란 없이 확인되면서 디스패치는 열애설 보도의 ‘사실 기준’을 만들어냈습니다. 풍문을 반복하는 기존 연예 매체와 달리, 디스패치는 직접 확보한 사진과 자료를 기반으로 사실을 확정해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후 디스패치는 단순 열애설을 넘어 연예권력의 민감한 지점까지 취재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강호동의 세금 추징 보도, 신정환 원정도박 정황 파악, G-DRAGON 관련 의혹 포착, 유명 연예인의 음주운전·폭력·탈세·갑질 문제 등 기존 언론이 쉽게 다루지 않던 영역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연예인은 공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는 전제에서, 디스패치는 ‘공적 감시’라는 저널리즘의 한 축을 연예 영역에서 확장해냈습니다.
정준영 불법 촬영물 사건의 초기 정황 포착, 빅뱅 탑의 대마초 투약 단독 보도 등은 이후 대규모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중요한 단초가 되었습니다. 풍문 차원의 이야기를 넘어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사건의 첫 페이지’를 열어온 것입니다.
엔터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특종들도 이어졌습니다. 이승기 ‘정산 0원’ 사태 보도는 연예계 정산 구조의 비대칭성을 공론화했고, 아이돌 학폭·과로·인권 문제와 관련한 다수의 검증 기사는 연습생·아이돌 노동 환경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습니다.
SM·YG 등 대형 기획사의 내부 권력 구조나 분쟁까지 파고들며, 디스패치는 소속사–팬덤–정치–경제까지 교차하는 연예 산업의 권력 지형도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디스패치가 ‘연예 매체’를 완전히 넘어서는 결정적 전환점은 훨씬 최근에 찾아왔습니다. 바로 사회적 제도 개선까지 이끌어낸 취재보도였습니다.
‘위너’ 송민호의 사회복무요원 복무 부실을 추적한 ‘K팝 아이돌 공익요원 복무부실 추적기’는 단순 연예인의 일탈이 아니라 병역 제도 자체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내는 보도였습니다. 출퇴근 수기 제도의 취약점과 전자 기록의 부재를 명확히 지적했고, 디스패치의 보도가 나간 직후 병무청이 사회복무요원 실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고, 국회에서는 ‘송민호 방지법’이 발의되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긴급 전수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이 보도는 디스패치가 한국 사회의 제도 개혁을 실제로 움직인 사례로 기록되었고, 결국 김지호·김소정 기자가 제412회 이달의 기자상(취재보도 2부문)을 수상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연예 매체라고 불리던 곳이 한국기자협회 시상식에서 공식 저널리즘의 한 축으로 인정받은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디스패치가 보여준 것은 ‘집요한 취재’가 무엇인지였습니다. 잠복, 장기 추적, 해외 원정 등 기존 언론이 조직 구조상 수행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 산하 아니냐”는 우스갯소리 같은 루머까지 따라붙을 정도로, 그들의 취재 방식은 일반 언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루머조차 결국 디스패치의 철저함과 자료력, 그리고 지속적 추적을 인정하는 또 다른 형태의 평가였습니다.
최근에는 박나래 논란, 조진웅 논란처럼 연예인의 행동과 사회적 기준이 충돌하는 지점을 먼저 포착해 공론장으로 올리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디스패치가 보도하면 그 사건은 곧 여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전통 언론이 기사를 이어받고, 하루 뒤에는 정치권과 SNS 전반이 논쟁을 시작하는 구조가 이미 정착되어 있습니다. 기존 언론이 뒤따르고, 디스패치가 앞서가는 묘한 역전 현상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스패치를 가장 불편해한 것은 우리 같은 레거시 언론 기자들이었습니다. “사생활 침해다” “저널리즘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대중이 디스패치 기사로 사건의 실체를 접하고, 기존 언론이 그 뒤를 따르는 상황이 반복되자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디스패치는 대중이 알고 싶어 하는 지점, 사회적 논쟁의 시작점, 그리고 문제를 구조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에서 기존 언론보다 민감하고 빠르게 움직여 왔습니다. 그만큼 배울 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디스패치는 우리가 무시하던 사이 자신들만의 저널리즘을 구축했습니다. 열애설에서 시작된 그들의 보도는 마약·범죄·불법촬영·탈세·정산 문제·아이돌 인권·병역 제도·사회적 윤리 논쟁까지 확장되었고, 한국 사회에서 뉴스의 첫 단초를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이 다루지 못하거나 다루기를 주저하던 영역을 끝내 파고들었고, 독자들은 그 선택에 선명하게 반응해 왔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어떤 이슈의 불씨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묻는다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디스패치를 떠올립니다.
디스패치를 다시 바라봐야 할 시점입니다. 무시하기에는 너무 크고, 배우지 않기에는 너무 명확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디스패치는 지금도 한국 사회를 움직이고 있으며, 그 진동은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디스패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에서는 김남국 문자 사태처럼 민감한 정치 이슈를 연예 이슈로 덮으려는 시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거대 논란이 터질 때마다 동시에 연예계 사건이 부각되는 흐름을 두고 “정부가 관심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적 해석도 뒤따릅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의혹일 뿐이며, 지금까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사실은 확인된 바 없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의심이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디스패치가 한국 여론 형성의 중심부까지 영향을 미치는 매체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장면일 뿐입니다.
레거시 미디어가 지금처럼 실속 없이 코만 높이고, 남의 방식만 비웃으며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말은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된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한때 절대적 영향력을 자랑하던 지상파 방송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주도권을 내준 것처럼, 언론 역시 스스로의 역할을 갱신하지 못한다면 주도권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디스패치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저널리즘 전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입니다. 거들먹거리고, 방만한 상황에서 코만 들고, 쓸데없는 자존심만 남은 우리 레거시 미디어들이 지금이야말로 정신을 차려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