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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답정킴 Oct 26. 2021

무직자의 전세 실패기

앞서 말했듯 나는 소득이 거의 없는 프리랜서.

소득으로 보면 거의 무직자에 가깝다.

학교에서 일을 하지만, 한 달이 빠듯하다.

게다가 방학이 되면 수입이 없다.


가끔 글쓰는 일로 돈을 벌긴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텀이다.

소설을 써도 등단을 못 했고,

더이상 위로 올라갈 희망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이 끝나기 전에 청년 전세대출로 집을 옮길까 했다.

90프로까지 대출이 되니, 지금 보증금을 더하면 괜찮은 집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12월 계약만료이지만 7월부터 집을 보기 시작했다.

투룸은 처음이라 가격대와 컨디션을 알아보는 게 중요했다.


아무래도 12월 입주다보니 7월엔 집을 구할 순 없었다.

그렇게 손 놓고 있다가

2월 입주인 친구가 집을 구했다는 소리에

발등에 불똥떨어진 기분으로 10월에 다시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집 컨디션들은 7월보다 좋았고,

매물이 많았다.

마음에 드는 집들을 찾고, 조건을 정리했다.

부모님의 지원을 알아보고 나라의 지원를 알아봤다.

그 때까지만 해도 자괴감은 없었다.

언제나처럼 나는 혼자서기가 ‘아직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미완, 아직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맘속에 있었.


문제는 대출을 알아보면서였다.

마침 대출규제 등으로 이자가 널뛰고 있었다.

다행히 전세규제가 풀렸긴 했지만

대출을 받긴 더 어려워졌고 이자는 올라가있었다.


대출 상담구에 앉았다.

은행직원분이 친절히 나를 맞아주었다.

거래가 많아서 대출이 나오겠다고 설명해주었다.


연소득이 어떻게 돼요?”

글쎄요 천만원?”


나의 대답에 상담원이 당황했다.

다시 한 번 나의 대답을 듣고나서야

가능한 상품이 별로 없다며 상품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애초에 하려고 했던 대출은 가능했지만,

이율이 너무 높았다.  3프로 중후반의 이자였다.


상담원은 서류를 준비해와야 제대로 알 수 있다며 서류 목록과 민증을 돌려주었다.





돌아와서 약속했던 부동산에 방문했다.

프리랜서란 말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대출이 소득만큼만 나올 수 있게 될 거라고 얘기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일정분 초과이자를 회사에서 내주었고, 소득도 있었기 때문에

나와 달리 언제든 방을 구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제서야 자신의 입장이 각성되었다.

애초에 나에게 무리인 바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방을 몇 개 보고 돌아왔다.

투룸에 가면 방을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계획이 초라했다.

부모님께 투룸 가는 건 무리인 거 같다고 전화했다.

당연히, 아빠는 그 이야기에 반색했다.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워 빈 천장을 바라보았다.

내 분수에 비해 깔끔하고 좋은 집이었다.

대출을 고민하던 다른 친구들이 생각났다.

바득바득 열심히 삶을 사는 친구들이 생각났다.


나는, 무얼까.

아무런 대책 없이 교수를 그만두겠다고 노래불렀다.

나 자신 하나 건사하지도 못 하면서.

나이브했고, 게을렀다.

삶의 이유가 희미했다.




얼마전 정신과 쌤한테

브런치가 조회수가 잘 나오고나서

글을 쓰기가 더 두렵다고 했다.

선생님은 내게 자신을 좀 더 믿을 필요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여전히 나는 나를 믿지 못한다.

이러한 삶을 내가 바꿀 수 있을거라고

그런 가능성이 내게 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다만 부모의 힘으로 이렇게 버텨온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뒤쳐져서 잊혀졌을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가 따라붙었다.

전세를 실패했다고 내 삶을 실패로 몰아붙이는 건

나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물질만능주의에서 경제적인 빈틈은 치명적이다.

생존에 결부되니까.

내가 생존에 취약하다고 해서

그래도 그 외의 인생이 부정당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닿으니

오히려 열심히 살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취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게 어쩔 수 없다면

그렇다면 잘하는    잘해보고 싶어졌다.


문득, 돈을 좇으면 성공할 수 없는 팔자라던

점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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