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답정킴 Sep 25. 2022

혹시 제가 ADHD일까요?

의심

요즘 ADHD 열풍이다.

열풍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ADHD가 이제 어린이만의 것은 아니라는 건 

대부분이 알게 되었다.


근데 그 앎이 앎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알고보니 나도 ADHD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번진다. 

우리는 ADHD를 과잉행동장애의 영역에서만 생각했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어린이들만 ADHD라고 말이다. 

가만히 앉아서 멍때리는 어른이들도 ADHD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ADHD의 가능성에 노출된 이후로 

나는 자주 이건 내가 ADHD인 증거가 아닐까 생각했다. 

의심에 의심은 꼬리를 물다가, 

주변에 H가 자신이 ADHD 진단을 받았다는 얘기에 확신을 했다. 

H는 약먹고 나니 안개가 걷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왠지 모를 안개가 머릿속에 드리워진 느낌을 받으며,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나서부터 인식된 안개를 걷어내기 위해

평소처럼 정신과 상담을 받고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제가 ADHD인 것 같은데요.."


"아, 어떤 점이 그러세요?"

"좀... 집중력이 짧고, 딴 생각도 많고..." 

"그걸로 크게 불편한 점이 있으세요?"

"아...늘 이래서 모르겠는데, 딱히 불편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럼 굳이 ADHD 치료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렇게 나는 뭐라고 더 말하지 못한채 상담실을 나왔다. 

아니, 좋은 소식이기도 했는데, 좋지만은 않았다. 

확실하게 ADHD가 아닌 것도 아니었고, 뭔가 확 맑아진 기분도 안 들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도 ADHD에 관한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

H는 여전히 약을 먹고, H말고 다른 친구들도 약을 먹는다고 고백했다. 

또 어떤 친구는 나처럼 매일 자신의 ADHD를 의심한다. 







검사하진 않았지만, 굳이 검사할 필요도 없겠지만, 

나는 어느정도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맞는 것 같다.

그것이 ADHD이든 아니면 다른 종류의 문제이든. 

최근까지 줄어들고 있던 우울증 약의 갯수가 다시 늘었다. 

역시 여전히 나는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근데 그런 것들을 꼭 명명하지 않아도, 

그 경계를 명확하게 하지 않아도, 

내가 어려울 땐 약이든, 사람이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혹은 그 경계에서 발을 구르고 있을 때, 

안심시켜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혹은 같이 가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자신이 온 길을 알려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그런 것들이 모자란 나를 덜 슬프게 만드는 것들인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