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답정킴 Sep 21. 2021

각자의 몫


그와의 헤어짐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화를 눌러도 왜 다툼은 생기는 걸까, 

모든 문제는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는 너무 뻔하게 예상했던 대로 환승이별을 했다.

처음부터 그를 싫어했던 친구들은 그럴줄 알았다며 화를 냈다.

그런데, 왠지 이게 다 내가 잘못한 거 같았다. 


그 사람이 그러지 않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사람에게

헤어진 이후에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사실, 그 집착은 자신에의 집착이었다. 

내가 잘 하면, 내가 노력하면 뭐든지 잘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최선은 결과를 다르게 만들지 못했다. 





각자의 몫이 있어요.


헤어짐 이후 나의 멘탈 상태는 급격히 안 좋아졌다. 

그 사람을 잃지 못해서도 아니었고, 

그냥 갑자기 혼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내가 잘해봤자 소용없다는 무력감마저 들었다. 


상담선생님에게 내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했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다 각자의 몫이 있어요."

하고 대답했다. 


"당신이 노력한 거와 별개로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되는 건 상대의 몫이예요.

그거까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죠. 

노력했으면 됐어요." 



그 말에 크게 위안을 받았다.

직전의 이별로 인한 상처가 조금 아무는 듯 했다. 

그래, 헤어짐은 전적으로 내 탓인 건 아니야.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렇게 나는 상담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줄어들지 않는


그렇지만 외로움은 줄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서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친구들을 부지런히 만났다. 

그 무렵, 상담선생님도 헤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함께 연락하지 말고 이겨내보자고, 힘들땐 자신에게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주었다. 


나는 전 남자친구와 다시 연애하고 싶진 않았지만, 

혼자 있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락하고픈 맘에 못 견딜 때마다 

친구나 상담선생님에게 연락했다. 

 

그렇게 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잠시 괜찮아졌다.

또 요동칠 때는 또 친구들을 붙잡았다.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즘, 친구가 내게 크게 울어보라고 했다. 

그러면 조금 나아질 거라고. 

그치만 우는 게 무서웠다. 무너지는 게 무서웠다. 

무너지고 나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까봐

기분에 잠식될까봐 무서웠다. 


나는 결국 엉엉 울지 못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한 날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