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헤어짐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화를 눌러도 왜 다툼은 생기는 걸까,
모든 문제는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는 너무 뻔하게 예상했던 대로 환승이별을 했다.
처음부터 그를 싫어했던 친구들은 그럴줄 알았다며 화를 냈다.
그런데, 왠지 이게 다 내가 잘못한 거 같았다.
그 사람이 그러지 않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사람에게
헤어진 이후에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사실, 그 집착은 자신에의 집착이었다.
내가 잘 하면, 내가 노력하면 뭐든지 잘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최선은 결과를 다르게 만들지 못했다.
헤어짐 이후 나의 멘탈 상태는 급격히 안 좋아졌다.
그 사람을 잃지 못해서도 아니었고,
그냥 갑자기 혼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내가 잘해봤자 소용없다는 무력감마저 들었다.
상담선생님에게 내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했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하고 대답했다.
"당신이 노력한 거와 별개로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되는 건 상대의 몫이예요.
그거까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죠.
노력했으면 됐어요."
그 말에 크게 위안을 받았다.
직전의 이별로 인한 상처가 조금 아무는 듯 했다.
그래, 헤어짐은 전적으로 내 탓인 건 아니야.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렇게 나는 상담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그렇지만 외로움은 줄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서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친구들을 부지런히 만났다.
그 무렵, 상담선생님도 헤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함께 연락하지 말고 이겨내보자고, 힘들땐 자신에게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주었다.
나는 전 남자친구와 다시 연애하고 싶진 않았지만,
혼자 있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락하고픈 맘에 못 견딜 때마다
친구나 상담선생님에게 연락했다.
그렇게 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잠시 괜찮아졌다.
또 요동칠 때는 또 친구들을 붙잡았다.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즘, 친구가 내게 크게 울어보라고 했다.
그러면 조금 나아질 거라고.
그치만 우는 게 무서웠다. 무너지는 게 무서웠다.
무너지고 나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까봐
기분에 잠식될까봐 무서웠다.
나는 결국 엉엉 울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