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금요일부터 3일간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지난 해부터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탓이다.
나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결혼 후 바로 아이도 갖게 되었고, 일도 결혼 후부터 풀리기 시작해서 10여년의 시간을 정신없이 달려왔다. 무언갈 내려놓고 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간들이었다. 온전히 혼자, 그것도 해외에서 시간을 갖게 되는 일은 처음이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존경하는 멘토께 도움받아 소중한 기회가 마련되었고, 다시 오지 못할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어떤 부분에선 마음이 조급해지기까지 한다.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유부남이, 여러 직원들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내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누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다시 올 수 있는 시간이긴 한 걸까? 문득 이 시간들의 소중함이 더더욱 절박해진다.
관광이나 쇼핑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시간의 의미가 헛되지 않도록 하고 싶을 뿐이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생각해보면서 나는 '평소라면 절대 할 수 없을 일들'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여기,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몇가지 일들이 있다.
#1.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게으름 피워보기
나는 꽤 성실한 편이다. 부지런한 편이기도 하다. 게으름을 대단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선 한없이 게을러져 보려 한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게으름을 피워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생각해보고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정말로 나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음'을 생각해보고 싶다.
#2. 새로운 풍경에서 마음껏 달려보기
달리기는 나에게 명상이다. 숨이 차오르는 순간에 느껴지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느낌'을 나는 사랑한다. 낯선 공간에서 누군가의 방해도 없이 나에게만 몰입해서 달려보고 싶다. 그 끝에 진짜 내 모습이 있을 것만 같다.
#3. 항상 마주하는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해보기
'늘 함께 있어 소중한 걸 몰랐던 거죠'라는 말처럼, 혼자만 놓여진 공간에서 항상 곁에 있던 사람들을 그리워 해보고 싶다. 그들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이고 싶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4. 하고 싶은 말들을 한없이 적어보기
사회적인 위치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조화 때문에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한없이 적어보고 또 털어놓고 싶다. 그 안에 있는 진짜 나의 욕구와 바람, 그리고 생각들을 아무렇게나 꺼내놓고 들여다보고 싶다.
#5.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생각해보기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또 싫어하는 것일까. 나의 기준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에게 질문을 던져 봐야만 할 시간이다.
처음이다.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라는 것이. 절대로 헛되게 보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생각한다. 나를. 이 시간을. 그리고 내 안에 있는 내가 진짜로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