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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un 15. 2020

'모른다'고 말하기가 두렵지 않은 이유

솔직히 말하고 빨리 배우는 것이 아는 척보다 백 배는 낫다

 직장생활 14년만에 첫 이직을 했다. 이직이라기 보다는 '취업'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대학생때 어쩌다보니 창업을 하게 됐고, 이후 회사의 대표로 1인기업부터 32명을 고용하는 에이전시 대표까지 앞선 13년을 한 곳의 직장에서 스스로 앞길을 헤쳐가며 살아왔다. 지난 해 고민이 깊어져 회사를 정리했고, 올 2월부터 새로운 곳에서 근무중이다. 업계에서 제법 이름있는 회사다. 


 비슷한 업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와서 접한 나의 일들은 예상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았다. 특히 신규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제안과 실행에 있어 기존 내가 해오던 방식과 차이가 컸다. 사고의 방식과 논리 전개의 방식,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까지 그간 내가 해오던 경험들과 상당히 달랐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게 헤매고 헷갈렸다. 나름대로 지난 경력을 발판삼아 관리자 직급으로 왔는데 새로 입사한 신입과 크게 다르지 않다보니 한편으론 민망했고, 다른 한 편으론 걱정도 됐다. (그럼에도 새로 배우는 일들이 재밌다는 생각도 들었다.) 


 20여명 정도의 직원들을 통솔하는 업무를 맡았음에도 모르는 것이 많아 새로 적응해야 할 때, 그야말로 '대략 난감'하다. 내가 해오던 일들과 업의 성향과 방향이 다르니 그럴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다른 동료들을 리드해야하는만큼 빠른 적응 또한 필요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배우면서 내가 제일 많이 했던, 그리고 하고 있는 말은 "몰라서요"였다.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고, 이번에 알려주면 다음번에는 헤매지 않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가 같은 본부이건, 다른 팀이건, 협업 파트이건간에 상관없이, 모르는 것은 "죄송하지만 제가 처음이라 잘 몰라서요"라고 말했고, 하나부터 차근차근 되물어 배워나가고 있다. 


 다행히 입사 후 5개월 째에 접어드는 요즘은 그런 말을 처음에 비해 덜 하게 됐다. 내가 잘 하던 일들과 이곳에 와서 새로 배운 일들의 밸런스가 맞아가는 부분도 있거니와, 한 두 사이클 정도 이 일을 해보고 나니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부분도 생겨 나름의 개선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됐다. 다행이다. '모른다'고 말한 덕분에 적응이 빨랐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스스로 "잘 모른다"고 말하길 꺼리는 경향이 있다. '잘 모르는' 자신이 무능력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그랬다. 나름대로 작은 조직의 장으로 왔는데, 경력이 벌써 13년이나 되는데 일하면서 "처음이라 잘 몰라서요"라는 소리나 하다니 스스로가 답답하고 무능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리드해야하는 직원들은 "잘 몰라서요"라고 말하는 리더를 과연 얼마나 믿고 따를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야 맞다. 솔직하게 말하고 정확히 배우는 것이 오히려 다른 이들과 신뢰를 쌓기에는 더 좋다. 애매하게 아는 척 하다가 망신당하는 것보단 백배 천배는 나으니까. 


 지금은 무능해보일지라도 빠르게 성장하여 빨리 '똑똑해지면' 된다. 누구나 모르는 것은 있고, 모를 수 있고, 어쩌면 모르는게 당연하다. 문제는 '모른다'는 것이 아니다. 모르는데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나는 오늘도 말한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아직 잘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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