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다들 힘들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 팀만은 계속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프로젝트 기반으로 움직이는 것이 광고회사 비즈니스의 기본이라지만, 우리는 소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탓에 일상적 채널 운영 + 캠페인 형태의 업무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프로젝트가 홀딩되거나 밀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매일 새벽 퇴근하는 일상의 반복이라 할 지라도... 잘 하고 싶어서 할만하다"
몇 건의 제안이 한 번에 몰린 최근은 좀 힘들었다. 매일 새벽에 택시타고 집에 가는 나날들의 연속이었고, 아이디어는 풀리지 않고, 제안 일정은 다가오고... 몸도 마음도 쉽지 않은 요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마음까지 지치진 않았다. 힘든 건 사실인데 버틸만 하달까. 다행이다.
이런 행복회로(?)를 돌릴 수 있는 이유는 지금 내 일이 '힘들지만 잘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은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제안일은 하루 하루 까까워 오고, 회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이 없이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내가 정말 잘하고 싶은 일이다.
'하루에도 4~5건씩 이어지는 회의와 쌓이는 제안 일정, 매일 이어지는 새벽 퇴근'이라는 말만 들으면 누군가는 '당연히 퇴사각'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충분히 의미있고 도움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일을 대한 명확한 기준과 태도가 아닐까?
일에 대한 생각과 감정, 정의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요즘,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일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태도가 아닐까 싶다. 회사를 다니는 기준은 누구나 다르겠지만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과 태도가 있느냐에 따라 만족도는 달라질 수 있다. 나의 경우는 '내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 일하는 시간이 조금 많더라도, 쉽지 않은 고민들의 연속이라 할 지라도 내가 성장할 수 있다면 웬만한 주변 조건들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퇴사의 변으로 "나를 잃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을 본 적 있는데, 스스로의 기준이 명확하다면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정시 퇴근 후의 개인적 삶이 중요하다면 그에 맞는 조건으로, 뛰어난 동료들과 하드하게 일하는 것을 추구한다면 또 다시 그런 쪽으로, 복지 혜택이 중요하다면 그에 맞는 직장과 직업을 알아보면 된다. 자신의 기준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기준이 명확하다면 그 기준 외의 어떤 부분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를 수 있더라도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일과 직장을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물론 그런 곳을 찾을 수 있다면 베스트겠지만)
'나를 잃지 않으며 일하기'는 곧 '나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가지고 일하기'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고 추구하는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이며 그 외의 것은 어느 정도까지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정리가 있다면 일에 대한 고민들은 충분히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매일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지만 요즘의 내가 일터에서 즐거움을, 보람을, 의미를 느끼고 있는 이유다. 일에 대한 자신만의 명확한 태도와 기준만 있다면 날을 새더라도, 회의가 아무리 많더라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