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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Nov 21. 2022

파란만장 초보운전, 주차장에서 펑펑울다

어린아이처럼 울다

https://brunch.co.kr/@jsmbja/633

이어지는 글입니다.


애초에 목표한곳은 시외버스터미널의

지하주차장이었다. 입장하자마자 아주머니

한 분이 차앞을 막아섰다.


뭐지? 여기가 아닌가?

네비가 알려주는대로 왔는데..


아주머니는 무표정으로

아무말도없이 어떤 하얀종이를 건네주시곤

들어가라고 하셨다. 보아하니 입차시간이 써있는

소위 입장권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입장.

주차까지 무사히 하고 다시 찬찬히

입장권을 보니, 뭐라고?

열시까지 밖에 운영을 안한다고?

급당황한 나는 시동을 다시걸고 입구로 갔다.


백미러로 내가 나온자리에

아주 능숙하게 주차하는 줴네#스차량이

보였다. 그게..불행의 시작이었다.


무표정의 아줌마께 진짜 열시까지밖에

안하냐고 했더니 몇시에 올꺼냐고 되물으셨다.

통금시간 어긴 고딩이 된것마냥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열두시요...


그리고 들려오는 한마디.

여기 열시되면 셔터내려요.

나갈거면 지금 나가. 6분초과됐는데

그냥 나가 아가씨.


그래서 진짜 나왔다. 그냥 있었어야했는데.

나는 아무근거도 없이 지상 환승주차장에 자리가 있을거라 확신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불행이 진행되고 있었다.


룰루랄라 들어갔는데 정말 한자리도 없었다.

몇바퀴를 돌고 야외도 나가봤지만 없었다.

그 와중에 당황해서 출구쪽으로 잘못들어가

후진하다가 뒤차랑 박을뻔해서 들려오는 성난 크랙션소리에 놀라 손도 떨리기 시작했다.


주차는 못하고 손은 떨리고

울컥하는 마음에 주책없이 눈물이고여서

앞도 안보이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신호를

못보고 직진하다가 옆에서 오는 택시와 또

부딪힐 뻔. 당장 차에서 내려 욕을 퍼부을것

같았던 운전기사분께 당장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으로 고개가 부서져라 꾸벅꾸벅했더니

사나운 눈빛으로 마지막 레이저를 쏘신 아저씨는

다행히 내리지 않으시고 그냥 지나가셨다.


결국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

감사기간이라 전화못받을걸 알지만 그 순간

생각나는건 남편뿐이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남편은 전화를 안받았고 길거리를 더 이상 배회할

수 없었던 나는 근처 대형마트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이미..버스시간은 지나간 상태였다.


마음이 황폐했다.

한 시간이 조금 안되는시간동안 뭘한건가.

자괴감과 허망함이 몰려오며 그저 집에가서

누워버리고 싶었다. 애써 노력한 화장은

땀으로 다지워졌고 아이섀도는 눈물에 다 흘러내렸다.


약속한 친구들에게 상황을 간략하게

전하고 버스표를 취소하니 아무것도

할 수없는, 말그대로 방전상태가 됐다.


그때 전화가 왔다. 남편이었다.

남편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음이 터져나왔다.


남편 끅끅 내가 끅끅

차끌고 터미널에 왔는데 끅끅

주차자리가 없어서 끅끅

지금 마트에들어왔는데

버스시간 지나서 못갔어 엉엉엉엉


당황한 남편, 하지만 든든하게

그는 말했다. 자신이 차를 찾으러갈테니

버스표 있으면 빨리가라고. 주차한 곳 사진만

찍어서 보내놓으라고. 세상에. 내 남편 이렇게

멋진남자였나?


얼굴을 가득 물들인 이상한 색소(화장품)들을

대충 휴지로 닦고 마스크쓰고 터미널로

향했다. 겨우 친구들을 만나 아주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남편한테 카톡이 왔다.


주차비 얼마 안나왔으니 걱정하지말라고.


너무 고맙다. 진짜로. 내가 놀러간다면

언제나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남편.♡


나의 이런 자초지종을 다들은 친구한명이

모두의 주차장이라는 어플을 알려줬는데

앞으로는 꼭꼭 확인해야겠다고 눈물로

다짐했다.


정말 파란만장한 초보운전의 도로생존기는

마르지 않는 샘물같다.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읽으며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위험한

일촉즉발의 순간들이다. 그럼에도 지금껏 큰사고

없이 지나갔으니 그 자체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앞으로 얼마나 더 파란만장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포기 할 내가 아니다.

언젠가는 웃으며 지금의 날들을 회상할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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