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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an 16. 2019

홍콩에 가고 싶었다


문득 홍콩이 가고 싶어졌다. 그냥 갑작스럽게 구미가 당겼다. 몇날며칠을 항공권을 검색했다. 나에게 딱 맞는 좋은 가격의 스케줄을 발견하고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단 질렀다. 오랜만에 가는 혼자 여행이 두려워 친구를 꼬드겼다. 하지만 결국은 나 혼자 가게 되었고 출국일이 가까워질수록 혼자하는 여행의 두려움은 설레임으로 바뀌어 갔다.

자정이 넘어 도착한 침사추이 게스트 하우스 앞.
늦은 체크인 탓에 2층을 배정 받았다.
아기자기 이뻤던 공용 공간. 밤에 맥주와 함께 하루를 정리하기 좋은 곳이었다.

티비의 각종 여행 혹은 먹방 프로그램을 통해 홍콩을 먼저 눈으로 보았기에 아침 메뉴로 제일 먼저 먹어보고 싶었던 콘지를 찾았다.

빨간 택시와 낮에도 현란한 간판들, 비좁은 창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건물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새벽녘에 비가 내렸는지 살짝 젖어있는 아스팔트와 우중충한 하늘은 분위기를  더 그로테스크하게 만들며 나를 위축되게 만들고 완벽한 이방인이 되게 해주었다.


검색해 본 맛집이라는 곳은 예상대로 줄이 늘어서 있었고 쿨하게 발걸음을 돌려 왔던 길로 돌아가 아무곳이나 들어 가기로 한다. 맥도날드 근처라면 입지가 좋은 곳이니 믿어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맥도날드 옆 식당으로 들어갔다. 조금 쌀쌀했지만 차가운 밀크티는 포기할 수 없었고 콘지의 토핑은 고민끝에 소고기를 골랐다.

커피도 쌉쌀한 아메리카노가 더 좋고 디저트는 좋아하지만 단 음료를 선호하지 않는 나는 밀크티의 맛을 잘 모른다. 그래도 그 나라에 유명한게 있다면 여러 군데서 먹어보고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에 밀크티를 몇 잔 마셨다. 하지만 여전히 어디가 더 특별하게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다음에 다시 갈땐 뜨거운 밀크티에 도전해 봐야겠다. 콘지는 생각보다 양이 많고 짭짤했다. 소고기는 우리가 생각한 그것과 다른 무슨 고긴지 알 수 없는 모양과 식감을 가졌고 반 정도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메뉴판을 보니 내가 처음 가려던 줄이 늘어서있던 가게의 이름과 같은 곳이었다. 분점인가... 잘 모르겠다.


시간이 남는다. 혼자 하는 여행에 아쉬울 거 같아 스냅 사진을 신청해 뒀다. 애매하게 남는 시간에 역 주변 위주로 걸으며 구경을 했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나무들로 이뤄진 울창한 수풀림. 신기했다.


공원을 지나 길을 꺽으니 엄청난 규모의 명품샵들이 이어졌다. 홍콩이 쇼핑이 유명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니 멀리 홍콩섬이 보인다. 여기구나. 말로만 듣던 하버뷰 포인트.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아 시야가 흐릿하다. 밤의 화려함과는 다른 도시의 삭막함이 느껴진다. 날씨 탓이리라.

덩달아 나도 침울해지는 것 같다. 여행을 한다고 해서 늘 신나 있을 필요는 없지만 혼자여도 신나고 싶었다. 아직 낯선 곳에 적응하지 못한 탓에  기분을 업 시키는 게 쉽지 않다.  외롭지만 자유롭고 고독한 그 순간마저 즐길 줄 아는 것이 혼자하는 여행에 익숙해져가는 과정이면서 빠져들게 되는 묘미 아닐까. 하루를 꼬박 망설이고 멈칫거리고 나서야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정오가 되니 해가 떠 인생 첫 스냅 사진을 흡족하게 마무리 지었다.


다시 슬슬 걸어 허기를 채우러 간다. 여행 준비 하는 내내 인터넷에서 보았던 미라도맨션과 청킹맨션. 우범지대로 악명 높은 곳.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대로변에 번화가에 있어 낮시간대엔 괜찮아 보였다. 그래도 살짝 긴장하긴 했다.


미라도 맨션에서 제니쿠키 하나를 구매하고 청킹맨션의 란퐁유엔에서 토스트와 밀크티를 먹었다. 반나절을 걸어다니느라 진이 빠져 있었는데 달큰하면서도 고소한 토스트가 들어가니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혼자 여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식을 하게 된다. 더 먹을걸 하고 늘 나중에서야 후회하지만 아쉬움이 있기에 재방문의 희망을 안고 또 살아가는 거라 좋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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