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조카가 태어났다. 코로나가 극심한 프랑스에 살고 있는 언니는 형부와 둘이서 모든 육아를 감당해야 했다. 조언해 줄 사람도, 도와줄 사람도 없이. 엄마는 조카가 아기티를 벗기 전에 하루빨리 봐야겠다고 했다. 점점 야위어 가고 몸이 망가져가는 언니와 형부의 소식을 접하고서는 더더욱 할머니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기의 피부가 예민했고 덕분에 언니는 조금 더 힘든 육아를 겪고 있었다. 이 시국에 나가긴 어딜 나간단 말인가. 무섭기도 하고 출국절차가 복잡해 보이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상황과 출입국 문서들. 비행기 표를 끊고도 출국장에서 막힐까봐 보딩하는 순간부터 프랑스 입국까지 조마조마했다.
걱정과는 다르게 보딩도, 입국도 매우 순조로웠다. 체크인 때는 백신을 맞은 엄마는 영문 백신접종 증명서를, 백신을 맞지 못한 나는 PCR음성 확인서만 검사하였다. 프랑스 입국 때는 질문 하나 없이 한국말 인사를 받고 여권 스캔 후 아주 빠르게 들어왔다. 인적이 거의 없는 늦은 밤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보고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하니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비가 거칠게 내리고 있었고, 새벽공기는 차가웠다.
4년만에 온 파리는 가을의 날씨로 한여름에 온 나를 맞이해 주었다.
진짜 온건가. 와서도 그닥 실감나지 않는 현실. 여행인 듯 여행아닌. 여행이라기보단 가족과의 재회가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언니와 형부의 체력증진을 돕고 조카의 성장을 보기위한 방문이니까.
파리는 8월9일부터 백신접종 QR코드 없이는 레스토랑, 카페, 기차, 기타 입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애초부터 제일 위험하다는 레스토랑은 갈 생각이 없었고, 관광도 거의 못할거라고 예상하고 왔지만 막상 진짜 제한을 두니 백신을 맞지 못한 나는 괜스레 작아지는 느낌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이번 강압 조치로 인해 주말이면 파리 시내 곳곳에서 최루탄과 물대포가 난무하는 시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백신을 맞지 않고서는 거의 모든 야외 활동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기에 백신을 선택할 자유가 없는 독재정치에 맞서는 시위다.
햇빛 좋아하고 테라스 좋아하고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여가시간을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에겐 아주 가혹한 처사일 수 있다. 다행히 지하철은 탈 수 있고 관광은 가능하다. 생각보다 관광지는 인파로 붐볐고 하루 확진자가 3만명이 넘어가는 이 시국에도 점심시간 식당 야외 테이블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백신 접종 완료자들 또는 48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 확인자만 입장이 가능하다면 아무래도 전파는 전보다는 덜하긴 하겠지만 어느 선까지 국가가 개입하는게 맞는걸까.
자유와 억압.
내가 머물렀던 8월엔 대중교통 안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하철 내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시 135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야외에서는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 나라와는 많이 다른 모습에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지 궁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