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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로 Mar 17. 2024

좋아하는 일/원하는 일로는 돈 못 벌어요.

환상에 속아 나를 괴롭히지 말기

지난 글이 돈 안되는 글은 쓰지 말라였는데, 오늘도 돈 안되는 글을 써요. ㅎㅎㅎㅎ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것이 백배 천배 낫습니다-! 여하튼, 각 잡고 기획된 '좋은 글'을 쓸 시간이 전혀 없는 요즘입니다. 더 미뤄뒀다가는 막 건져올린 팔팔한 생각과 배움들이 휘발될 같아 가벼운 회고 콘텐츠로 풀어보려 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나를 위해 쓰는 글 : 회고



1. 인생은 역시 운이다.

브런치에서는 더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후 그 주말에 바로 사이트를 만들었지만 여기서 또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났다 엄두가. 당시 내가 팔아야 할 / 팔고 싶은 것은 유데미 피그마 강의, 노션으로 애자일 조직 만들기 (노션 템플릿을 활용한 플레이 북)/ 원씽 메모 앱 홍보 / 앞으로 만들 또 다른 프로덕트 홍보 / 유입되는 사람들을 오카방에 모아서 코호트 커뮤니티 만들기 등이 기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인생은 역시 운인건지, 이 계획들과 전혀 다른 일을 또 시작하게 된다. 그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일이 지금까지 내가 했던 선택 중 가장 잘 한 일 같다. ㅠㅠ 




2. 좋아하는 일로 돈벌기, 원하는 일로 돈 벌기

이런 슬로건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여간 불편하다. 그렇지만 어떤 심리로 이런 문구에 혹하게 되는지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이 과정들을 거쳐왔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이 더이상 새롭지도 않고, 내 능력의 한계치는 명확해 보일 때, 매일같이 출근하는 이 회사가 지겨워 죽겠을 때 저런 문구에 현혹되기 쉬우며,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 싶어진다. 좋은 말로는 도전이고 나쁜 말로는 회피다. 


주로 카페 가서 일하기, 시공간을 자유롭게 쓰기, 예쁘고 멋진 나만의 공간, 워케이션, 해외에서 일하기 등이 선망의 대상 되는데, 하나가 더 있긴 하다. 구독자, 혹은 나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그들 사이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다. 따라서 '좋아하는 일'을 크게 두가지로 양분해 보자면, 공간과 관련된 일 (카페 창업, 에어비앤비, 꽂집, 디저트 가게 등)이 있고, 강의나 교육과 관련된 일이 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좋아하는 일 혹은 원하는 일에 '일'이라는 본질이 없고, 곁다리가 부각되는 현상말이다. 예쁜 공간에서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누리며 일 하는 삶을 4년차 살아내고 있지만, 이 삶을 '불안 없이' 정상적으로 (=회사 월급받는 것만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일' 자체에 몰입되면 이 곁다리들이 주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는데, 일 하는 장소는 철저히 '어디가 우리집에서 가까운가'를 척도로 판단되며 어디가 조용하고 오래 앉아있기 좋은가로 선택된다. 예쁜 공간에 가도 여유롭게 멍 때릴 시간 따위는 없고 모니터 잘 보이게 블라인드 내리기 바쁘다. ㅎㅎㅎㅎㅎㅎ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남을 만족시키는 것이 일의 본질인데 자꾸 자아 실현하면서 돈 벌려고 하면 삽질 기간이 무한히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 남을 100명 단위로 만족시키느냐, 100만명 단위로 만족시키느냐에 따라 버는 돈의 액수가 달라지고,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수록 싫어하는 일들이 달려올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좋아하는 일로 돈 벌고자 하는 생각을 고쳐먹어야 진짜 좋아하는 일로 돈까지 벌 수 있게 된다. 헛된 욕망 쫒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여러분의 일을 사랑하세요 같은 꼰대 소리를 계속 하고 싶기도 하지만 사실 이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30대 중후반에 들어선 나는 20대 후반, 30대 초중반의 열망이나 원하는 것들이 시간에 따라 달라짐을 실감한하고 있다. 2030 초중반까지는 위의 곁다리 요소가 나에게 희망과 도파민을 가져다 주었다. 이 희망이 지극히 현실이 되고 난 후부터는 삶을 약간이라도 더 달콤하게 해 주는 희망 사탕이 어디론가 사라져 아쉽다.


아쉬운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자아 성찰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좀 더 구분해 낼 수 있게 되었고, 해야 하는 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함을 이제는 안다. 도피하지 말고 돌파 할 것. 





3.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 = 데이터 분석

고 2 때부터 수포자였다. 숫자의 의미를 직감적으로 파악하지 못 한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지표를 안 보고 만들었다. 나는 그냥 열심히 만들기만 하는 사람이었다. 이제 더 이상은 배움을 미룰 수 없는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는데. 배우고 포기하고, 다시 시도하고 했던 경험들이 어쨋든 있었기에 '그로스 해킹' 이라는 책으로 드디어 개념 정리를 하고 있다. 사실 생각보다는(?) 쉬운 것이었는데 겁을 많이 냈던 것 같다. 


(관계가 없는 분입니다. 책이 쉽고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입문용으로 추천합니다) 

드디어 나도 지표를 보면서 uiux 를 개선할 수 있단 말인가..

13년차 디자이너가 이렇게 말한다니 놀라신 분들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mvp에서 시작해 지표를 보면서 개선하고 그로스 할 수 있는 기회 혹은 서비스가 0.1퍼센트는 되려나 싶다. 90%는 pmf를 찾지 못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머지 살아남은 10%에서도 지표 기반 의사 결정 문화를 구축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돈도 많이 들어요. 




4. 편집 디자이너에서 프로덕트 오너가 되기까지

내 커리어 패스를 콘텐츠로 만들면 꽤 재밌는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예체능 출신이 통계와 지표를 분석하며 프로덕트를 개선한다는 스토리도 그렇고. 예체능 출신인데 미적 감각은 평균 이하였던것도 재밌고 ㅎㅎㅎ (당시 심각했던 증거들이 많이 있음ㅋㅋ) 스스로가 자기 가치를 못 느끼고 있는데, 브런치를 통해 귀인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그만 '블록체인' 세계관에 빠져버리게 되었다. 브런치가 나에게 4년 동안 아무것도 못 해 주다가 한 건 했다. 푸하핳




5. 블록체인 씬으로 넘어 오다

사실 나는 투자 자체에는 별로 큰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처럼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블록체인 기업의 창업 멤버로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표님 판단이 무슨 의미였는지, 들어오고 나니 이해가 된다. 나는 비트코인이 과연 얼마까지 갈 것인가보다는, 블록체인이 만들어낼 미래의 세상에 더 관심이 있다. 

특히 나에게 의미가 있는 실험은 사용자가 제품의 일부가 되어 개인 정보를 팔아야 했던 메타나 구글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제품의 일부가 되더라도 수익을 직접적으로 나눠받을 수 있는 모델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는가? 이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비스 생태계의 가치가 높아지고, 이 가치를 모두가 조금씩은 보상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세계에서는 가능한 것이다. 지극히 이상주의긴 하지만 이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리더가 필요하며 지금까지 인류의 진보는 훌륭한 리더십을 통해 이루어져 왔던 패턴으로 보아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최근 가장 감명깊게 본 영상 - 나는 왜 w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었는지. 좋아하는 일, 나의 세계, 자기 자신, 자아에만 관심 많은 사람들은 꼭 보셨으면 한다.




6. 사이드 프로젝트는 어떻게. 창업은 어떻게.

글을 쓸 시간이 정말 물리적으로 없었던 이유는 주간에는 회사 일을 해야 하고, 저녁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진짜 진짜 너무 재밌다. 돈을 아직 못 벌었기 때문에 재미로만 할 수 있는 단계다. (ㅋㅋㅋ) 사실 나는 이 기획 단계가 제일 재밌고 도파민이 퐁퐁 나온다. 여하튼 결론은. 지표 기반 UIUX 개선 스킬을 완벽히 내 것으로 소화 한 후에 사프를 진행할 것이라는 이야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유저  피드백만 듣고 기능 개발하는 것도 좀 멈추고.

될지 안될지 모를 서비스를 무작정 또 개발 들어가는 충동적인 패턴도 좀 멈추고.

오픈해야 하는 프로덕트에 집중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지혜.

30대 후반에는 연습, 40초 부터는 정말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래서 개인 홈페이지도 안 할 거고, 하나도 완성되지 않았는데, 리드 마그넷을 다각화하려는 미친 시도(?)도 안 할 거다. (그래도 원씽메모 홍보는 해야겠다 ㅋㅋ)


무엇보다.. 지표를 직접 보면서 uiux를 개선하는 스킬셋을 얻게 되면 도대체 얼마나 독보적인 1인이 될 수 있는걸까? 프로덕트 오너 + 애자일 리더 + uiux/bx 디자이너 + ux 기획, 라이터 + 편집 디자이너 + ir, 회사 소개서 기획+디자인 + 콘텐츠 마케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제네럴하지만 솔직히 각각 영역에서 아웃풋 퀄리티는 평균 이상으로 자신있다 ㅋㅋㅋ 내가 잘 못 하는게 있다면 '많은 사람들(부서)과 협업하기'.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그냥 내가 직접 하자 싶어 스킬들을 익힌 것이 이런 결과가 되었다. 열심히 해서 자랑글 쓰러 와 보겠습니다. 여기까지 보신 분이라면 일기장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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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의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 hagiro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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