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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hicsmini Dec 27. 2018

어디에서 살까요

유학길에 오른 당신이 미국에서 집을 구할 때

학교에 합격 발표가 나고 가장 먼저 알아봐야 할 것이 집(Housing)이다. 보통 4월, 5월에 학기가 마무리되고 그 지역에 사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집을 내놓기 때문에 이때부터 알아봐도 충분히 물량이 있는데, 이보다 너무 늦게 알아보면 좋은 집들은 이미 나가버려서 비싸거나, 후진 집들만 남는 경우가 많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은 학교에서 지은 집 또는 아파트, 학교 소유가 아닌 사설 아파트 및 개인 소유 하우스들이 있었다. 

1) 학교에서 지은 것들은 지원해두면 발표 후 알려주기 때문에 합격 발표 후 가장 먼저 신청해뒀었다. 학교 소유 건물은 월세가 저렴하진 않지만 일단 유틸리티가 다 포함됐다는 것, 다운타운에 있어서 학교까지 걸어 다닐 수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한마디로 처음 가서 아무것도 모를 때 내가 신경 쓸 것들이 굉장히 적었고, 그저 때에 맞춰서 월세만 잘 내면 됐었다. 

2) 학교 소유가 아닌 아파트나 하우스들은 다운타운에 가까울수록 비싸고, 멀어질수록 저렴한데 그 갭이 좀 커서 막상 살아보니 차가 있으면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하우스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하우스는 인터넷, 수도, 히터 등 하나하나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아파트는 뭔가 고장 났을 때 '경비실'에 문의해서 수리할 수도 있고, 아파트마다 정책이 조금씩 달라서 어떤 곳은 유틸리티의 일부를 월세에 포함해주기도 한다.


나의 경우, 학교 소유의 아파트(Munger Graduate Residence)에 지원을 했는데 몇 개월이 지나도 연락이 안 오더라. 너무 늦게 지원한 건지 당연히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다른 좋은 아파트들도 다 나가버릴까 봐 너무 초조해서 6월에 Ann Arbor 다운타운에 있는 SIX11이라는 아파트에 계약해버렸다. 여기도 유틸리티 일부를 커버해주는 곳이고, 다운타운 안에 있는 아파트 치고는 저렴한 편이었다. ($1000 정도였던 것 같다.) 나는 미국에서 Income기록이 없으니 아빠의 통장 잔고와 수입 기록들을 보내줘서 아빠를 Guarantor로 세우고, 아빠도 따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도 계약서를 작성함으로 계약을 마무리했다. 사인해야 될게 몇십 장은 돼서 인터넷으로 클릭하는데도 한참 걸렸던 기억이 난다. 


내가 계약했던 아파트 SIX 11 / Photos from SIX11 (https://www.livesix11.com)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갑자기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Munger에 자리가 있으니 오라는 것이었다. 지금 계약한 집보다 좀 더 저렴한데 위치도 좋고, 시설도 거의 비슷하니 얼른 계약을 취소하고 학교 아파트에 입금을 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생각처럼 이 계약취소가 참 쉽지 않았다. 계약은 이미 해버렸으니 이 아파트를 Sublease를 줘서 남에게 월세를 내가 받거나, 아예 계약 자체를 넘겨버리는 lease takeover를 해야 했는데 나는 이 계약에 얽매여 있기 너무 싫어서 최대한 Lease takeover 할 사람을 찾으려고 했다. 아파트에서는 다른 방들이 다 나갈 때까지 나를 도와줄 수 없다고 해서 내가 스스로 사람을 구해야 했다. Lease takeover 할 사람을 구한다고 페이스북, Craiglist, 미시간 한인 그룹 사이트, 학교 오프캠퍼스 하우징 사이트 등 올릴 수 있는 모든 곳에 광고를 올렸다. 특히 페이스북은 여러 그룹에 많이 올려놨더니 가장 활발하게 연락이 왔었다. 연락 온 대부분 사람들이 좀 저렴하게 Sublease를 해달라고 했지만, 학교 선배의 조언대로 절대 그렇게 안 하고 끝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어차피 학기가 다가올수록 집은 부족하고,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한 가지 광고할 때 내가 착각한 게 있었다. 내가 SIX11이라는 아파트에 '나 계약 안 하고 싶어, 취소하고 싶어.'라고 말한 순간, 얘네들이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일단 내가 찜해놨던 방을 다시 마켓에 내놓는다. 내 '찜'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아파트 안에서도 내 방의 위치가 정말 좋았다. 가장자리여서 주방이나 거실의 소음이 적은 위치였기 때문에. 그래서 처음엔 난 뭣도 모르고 그 방 자리라고 아파트 구조 이미지에 표시까지 해서 광고를 했던 것이다. 그래서 계약을 가져가려고 했던 여학생이 그 자리가 개런티가 안된다는 얘기를 아파트 직원에게 듣고 알려줘서 나도 그제야 그렇게 광고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좋은 자리라고 표시까지 해서 자랑스레 광고했었던 잘못된 아파트광고


생각했던 방 자리가 아니어서 좀 주저했지만 그래도 그 친구가 더 이상 집을 알아보기 지쳤던지 난 8월 15일에 출국하는데 14일에 그 여학생이 최종적으로 계약을 넘겨받기로 했다. 모든 게 확정돼서 감사하게도 마음 편하게 출국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학교에서 지은 Munger Graduate Residences에 지내고 있다. 다른 대학원생 6명과 함께 큰 아파트를 공유하고, 내 방 안에 내 private 화장실이 따로 있어서 거실과 주방만 공유하고 있다. 방음도 그럭저럭 잘 되고, 시내에 가까워서 Farmers Market으로 장 보러 가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수업 갈 때 학교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편리하다. 처음 미국에 와서 아무것도 모를 때 정말 지내기 좋은 곳이다. 다만 한 달에 $930 정도 내는 게 그리 저렴한 건 아니어서 나는 다음 학기나 내년 여름엔 좀 거리가 있더라도 월세가 낮은 곳으로 알아보려고 한다. 버스를 타던지, 차를 가져가던지 어쨌든 불편함이 생기긴 하겠지만 이젠 이 동네에 익숙해졌으니까 멀리 가도 괜찮을 것 같다. 


하우징은 본인의 budget이나 preference에 따라 집의 위치나 스타일을 정하는 것이지만, 처음에 왔을 땐 무조건 학교에서 가까운 곳이 좋은 것 같다. 적어도 학교 가는데 어려움은 없을 테니. 나머진 차차 살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이고, 점점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조정해가면서 살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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