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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hicsmini Jan 05. 2022

마무리하며

잘 재학하고 잘 졸업하면, 그다음은 탄탄대로 일까?

어떻게 이 시리즈를 마무리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고, 그 결과 몇 년간 방치하는 상태가 되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으니 바빴기도 했고, 나 또한 그렇게 대학원에 갔으나 인턴이나 취업이 쉽지 않아 누구에게 뭘 알려주는 여유로운 상황이 되지 못하였다. 이젠 졸업도 했고, 취업도 했다. (대단하지 않지만 기회가 되면 이 과정에 대해서도 서술해보려고 한다.) 요새는 일주일에 한 번씩 디자이너들을 멘토링하고 있으니 여기에도 짧게나마 그 상황을 알리고, 이 대학원 입학과 준비과정에 대한 매거진은 마무리해야겠다 싶다. 


대학원에 갔긴 했는데, 어떻게 하면 잘 다니는 것일까? 누구나 이 말을 할 수도 있겠으나, 굳이 여기서도 언급하자면 열심히 네트 워킹하며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경험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언어가 장벽이 되어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같은 클래스 안에 다양한 사람들과 팀 플레이해보는 것이 진짜로 사회에 나갔을 때 벙어리 되지 않는 방법이다. (언어 때문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얼마나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교과목 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이 있을 텐데, '괜히 시간 뺏기니까 하지 말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구미가 당기는 게 있다면 해보는 게 좋다. 정말 스마트한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고, 말 그대로 인터뷰에서 얘기할 만한 스토리가 나올 수도 있고, 프로젝트가 명확하다면 이력서에 적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디에 좋을지는 어떤 활동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뭐든 있어야 나의 이야깃거리가 생기기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나온 의견이다. 


2년 동안의 공부 과정이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쉽지 않았지만 잘 끝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치열하게 다닌 것 같지 않다. 물론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해서 학점도 잘 나왔고, 수업이나 과제를 통해서 배운 것도 정말 많았다. 하지만, 다들 말하는 '일류' 기업에 들어간 건 아니기 때문에 어디 가서 "떵떵거리고" 살기 애매하다고나 할까? 게다가 놀건 다 놀면서 살았다. 안 그러면 너무나 고독한 삶이었기 때문에 뭐든 재밌는 것 하나씩은 있어야 했다. 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그때 만난 친구들과 생일과 연휴를 챙기며, 서로의 안녕을 묻고 멀리 있지만 노력해서 정기적으로 보는 좋은 그룹이 생겼다. 그 안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도 했다. 


이렇게 보니 인생은 '일류'기업에 있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의 정체성이 사회적인 위치로만 정해진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지나간 것 같다. 그렇다고 그런 회사에는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의 이중적인 마음이겠지만) 좋은 기회가 있고, 좋은 사람들과 일할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직장이 너무 좋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찾지 않고 있고, 'partner in crime'이 되자던 나의 상사와의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아서 당분간은 이대로가 좋다.


취업을 하던 중 알게 된 디자이너 커뮤니티 Amazing Designer People List (이하 ADPL)에서, 한 멘토를 만났다. 멘토링을 받을 때 포트폴리오 리뷰도 하고, 준비한 질문들도 물어볼 수 있었다. 아마도 포폴에 고칠게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얘길 듣겠지라고 생각하고 걱정하며 만났는데, 의외로 그런 것보단 답 없는 근심, 길어진 취준으로 인해 쭈그러든 자아에 용기를 많이 주셨고, 실제로 나의 마인드에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분이 당신도 이민자의 자녀로 자라오셨다며, 나의 이민생활의 서러움을 약간은 이해해 주셨던 것 같다.) 


여하튼 그렇게 알게 된 ADPL이 최종적으로 나의 취업에 큰 도움이 됐고, ADPL의 Founder인 Felix로부터 나도 멘토로 조인하는 게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다. 취업이야 방금 했지만 그래도 대학원 이전에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이 있으니 나눠줄 것도 있을 것이라는 그의 생각에 '내가 감히?'라는 생각은 접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멘토링이 이제 일 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다. 그간 만난 디자이너들만도 족히 60명은 넘을 것이다. '큰 도움을 받았으니, 나도 그 마음을 남들에게 전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만나면 만날 수록 겸허해지는 시간들이 되고 있다. 세상에 얼마나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가도 알게 되고, 그래서 나를 더욱 나태해지지 않게 해 준다. 가능한 이 멘토링을 오래오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학원에 가는 것은 맞는 답이었을까? 나는 그렇다. 나의 인생에 꼭 필요한 전환점이었다. 나의 자아가 더 성숙해지는 감사한 시간이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딱 한 가지 안 좋은 점이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재밌게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또는 어디 가서 얘기하기 좋은 자랑스러운 딸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떨어져 있는 부모님도 '이 맛에 보냈다'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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