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가장 높은 경매가를 부른 사람에게로>를 바라보며
처음 이 그림을 보자마자 떨어지기 싫은 모녀 사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죽어가는 느낌을 상징하고 싶을 때 자주 사용하게 되는 갈색. 하나의 컬러 계열에서 여러 톤으로 베리에이션 해 유채 한 컬러 무드만으로도 암울하고 절망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두려움이 가득한 아이의 시선과 두려움을 넘어서 체념한듯한 느낌이 가득한 엄마의 시선에는 우리를 갈라놓지 말라는 메시지로 와닿는다. 당신들이 뭔데 우리를 훼방 놓고 갈라놓으려고 합니까.
이 그림은 뉴욕 브루클린 태생, 미국 풍속 화가였던 해리 허먼 로즈랜드(1867-1950) 작가가 그린 작품. 작품 제목은 ‘가장 높은 경매가를 부른 사람에게로’. 노예시장에 선 엄마와 아이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은 것으로, 이 그림은 브루클린 예술회관으로부터 당시 전시를 거부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잊어버렸으면 하는 일들을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게 만든다는 이유로, 이 그림을 마주하는 것이 불편했을 사람들로부터.
작품을 그려낸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부당했던 날들에 대해 강렬한 비판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까, 아니면 부당했던 현실에 대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미안함이 더 컸던 것일까.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니 흑인들의 실제 삶의 모습들을 시선에 주로 담아서 많이 작품으로 그려냈다. 여러 마음이 동기가 되어 특히 흑인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외면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느껴진다.
살아가면서 사람 중에 잘못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다. 누구나 잘못을 하고 살지만, 당연하지도 않은 일이다. 잘못에 대해 숨기고 싶다는 마음은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니까. 그것을 직시하고 바꿔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용기가 필요한 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 작품을 그려내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용기를 내서 그려냈을 이 작품을 보면서 돌아보게 된다. 잘못을 직시하고 바꿔가려고 노력하는 모습들, 삶을 아름답게 승화해가는 방법일 것이다. 두려움을 뚫고 용기를 내주는 것들은 작품 감상 이상의 여운과 감정을 일으키는 것 같다. 시선을 넘어 마음마저 오래 머물게 하는 작품이다. 외면과 직면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