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월 말일에 남기는 소회
2021.11월 말일의 소회
지난 10월 복작거렸던 날들에 대한 보상의 시간이라도 얻는 것처럼 11월의 시간은 대체로 순조롭고 여유 있게 흘러간 것 같다. 머릿속에서 늘 따라다니는 얕은 고민거리들은 늘 있지만, 심적 부담이 느껴질 정도로 묵직했던 일들은 두 건에 불과했기에 비교적 유들유들한 날들을 보냈던 것 같다.
내년도 계획을 앞두고 생각이 많다. 아직 미결정된 사항들 때문에 갈피를 확실히 잡지 못한 상태. 다음 주가 되어야 결과에 따라서 내년도 중점 과업들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결되어 기다리는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일단 잡아둔 것들을 무리 없이 해가면서 기다리는 것뿐.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은 수동적인 처지를 느끼게 하는 것 같아서 이 기다림의 시간이 즐겁지는 않다. 뭐 바라던 결과면 좋겠지만 아니면 말고, 하는 퉁명한 마음이 생겨난다. 원하지만 간절하지는 않으려는 어느 선에서 위치를 찾는 것 같다. 간절함이 클수록 신경은 예민해진다. 이를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적 억제 인지도 모르겠다.
올해도 이제 한 달 정도 남긴 시점이다. 시간이 빠른 것 같지만, 목적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 건너는 과정을 생각하면 또 빠른 것 같지도 않다. 마음이 흘러가는 시간보다 급한가 보다. 그래서 이 과정이 천천히 흐른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전 해와는 다르게 올해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 것 같다. 그래도 끝이 보인다. 마지막 달에는 마무리를 잘 끝내 놓고, 쉬면서 돌아봐야겠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는 비가 내린다. 한 단계 낮아진 공간의 밝기와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적막함이 꽤 운치 있게 느껴진다. 차분히 말일을 보내주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