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혜윰 goodlife Dec 03. 2021

편향된 중심, 머물지 못하는 마음

중심을 잡아줄 때, 관계된 마음도 머물 수 있는 것.

조직이든, 모임이든 여럿이 모이는 곳에서 중심점(주체, 구심점, 중심자 역할 등으로 해석이 가능함)이 누구이냐에 따라 그 집단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면, 어떤 유형의 사람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지, 그 역할의 상태에 따라 연결된 모임의 전반적인 공기와 관계의 질은 다르다는 것. 분위기를 다듬어주는 중심자가 제 역할을 망각하거나 가볍게 여기고, 제대로 잡아주지 못해 어느 쪽으로든 편향된 위치에 있으면, 모집단의 구성원들은 그 관계에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은 약해질 것이다.


어떤 자리에서 어느 상황에서 만나든, 둘 이상이 모이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집단 내 관계의 중심점은 있기 마련이고,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누구로부터 형성되는 관계인지를 알면 중심점이 보인다. 중심이 가려진 상태에서 집단의 분위기를 파악하면 오판하기가 쉽다. 구성원들끼리 관계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도, 중심이 제대로 잡혀있으면 중재적 분위기를 이끌어 갈등을 비교적 쉽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분위기에서, 또는 갈등에 대해 중심점이 이리저리 휩쓸려 분위기를 방조하게 되면, 그곳에서 '함께'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워진다. 함께 모이는 관계의 명맥은 약해지고 흐지부지 되다가 종국엔 파투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다. 중심을 잃은 집단에서는 뜻을 모아 분위기를 쇄신하지 않고는 결국 결단을 내려야 하는 선택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 벗어나거나 견디거나.





살아가다 보면, 어느 때는 내가 중심이 돼서 모여지는 분위기가 되는 날들도 있고, 또 어느 때는 누구로부터 파생된 분위기에 내가 들어갈 날들도 있기 마련이다. 어느 조직이든, 모임에 들어가는 입장이 되면, 나는 집단의 분위기를 먼저 살피는 편이다. 이 집단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중심점이 누구인지를 조용히 관찰부터 한다. 집단 내 중심이 어떤 성향, 유형인지에 따라서 그곳의 분위기와 색깔, 방식이 어느 정도는 가늠이 되기 때문에 머물 수 있는 곳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게 되는 것 같다.


중심이 약하거나, 지나치게 어느 쪽으로든 편향된 분위기가 만연 해지는 집단에서는 좋은 감정을 오래 유지하기란 힘들다. 균형적이지 못하니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조건이다. 소속되었던 집단을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위기가 싫어서 떠나는 이유들이 많다. 경험한 사건들은 다 다르지만, 공통된 마음은 분위기에 부정적 편향을 느꼈기에 더는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마음을 돌린다고 볼 수 있겠다. 마음의 돌변을 이해할 수 있는 건 나도 어느 상황에서는 편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머물지 않는 건 어쩌면 편향을 경계하며, 편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떠나는 건지도. 




관계를 맺는 일은 삶에 있어 소중한 행위이지만,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감정과 감정이 만나는 사람 관계는 익숙해질 대로 나이를 먹고 경험을 해도 늘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겪으면 겪을수록 관계란, 더 세심하게 바라보며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게 된다. 특히, 관계의 중심에 있어야 하는 인물이 될수록 편향에 치우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배려하고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어디서든 사회적 관계 속에서는 중심 역할은 무겁고 중요한 위치다. 중심을 잘 잡아주면 때때로 티격태격 소란스러운 날이 있더라도 비교적 잘 보듬어가며 나아갈 수 있을 테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관계를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잖이 마음만 있는 경우에만 머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포함해 관계가 어렵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많은 걸 보면 말이다. 정작 소중하게 지키기 위한 요령이 미흡할 때가 의외로 빈번하게 일어나지 싶다. 그리고 제3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이는 더 잘 눈에 띄는 것 같다.




관계란 것, 소중하다고 뱉어낸 말처럼 소중하게 잘 지키며 사는지 종종 되묻곤 한다. 관계란 순간의 마음도 소중하다. 그런데 나는 그런 순간들이 늘 한결같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정말 소중한 관계는 흔들림 속에서 잡아주는 중심을 느낄 때, 비로소 지키고 싶은 마음의 끈끈이를 키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내 마음의 끈끈이는 얼마나 키워졌을까. 


관계를 이룬다는 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둘 이상이 모인 시간에서 관계는 움직이게 되는 거니까. 관계는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분위기의 중심부터 잡아줄 수 있는 실제적 노력이 동반될 적에 오래가고 싶은 서로의 진심이 더 잘 느껴질 수 있는 것 같다. 관계 속 흔들림이 생길 때, 중심은 잘 잡고 있는지 물으며 상태를 돌아보는 것도 좋은 요령이지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