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보 Aug 07. 2023

취미 연령 사이클

알고 지내던 취미 지인이 약 70여 분 정도 있었지요.

폰을 바꿀 때마다 기억시켜 놓는 기준이 가족, 업무, 지인, 취미인이고 지정 울림소리를 지정해 놓아서 소리만 들어도 어떤 이들에게 전화가 오는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가끔 업무와 취미인이 혼용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알고 지낸 햇수가 수십 년이 넘어가는 인간들도 있다 보니 참 오랜 시간 여러 시대를 함께 해왔는데 문득 생각을 해보면 2023년이 되어 연락을 하지 않게 된 이도 많아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의 안부 정도는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것도 있지만 직접 전화를 해서 주고 나눌 화제에서 공통되는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선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으니 그쪽 관련은 사실 이야기해 볼 것이 적지요.

이제 사회생활도 은퇴를 한 상황이니 조금 덜 척박해진 마음이 되어가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가끔 진지하게 자식 관련 이야기가 나와도 제가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요전에 자전거 취미인 둘이 해외로 이민을 하게 된 것을 보면서 온 오프 취미생활의 기준점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특히 연령적인 부분에서 더욱 그렇지요.


과거 업무 상황일 때는 연령 폭이 큰 직장 구성이다 보니 10대 후반에서 70대 중반에 걸친 이들이 움직이는 환경이었지요.

사회생활 마치고 취미적인 구성만으로 보면 이제 주변에 30대가 최하 연령이 된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각자의 생활환경이 달라진 것.

특히 가정을 가지고 자식을 거느린 취미인들은 이제 대부분 아이들을 사회생활로 내놓아가는 과정을 접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사실 알게 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현실과 마주하는 일과 그것을 보고서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많은 것을 보게 합니다.


취미생활 패턴이 수십 년 이어지다 보면 아무래도 반복적인 일상에서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같은 것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생활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십몇 년 전 이야기이지만 건담 프라모델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던 어떤 이가 맨날 같은 것 만들고 있으면 질리지 않느냐?

라고 하더군요.

근래에는 버전이 올라가면서 여러 가지 패턴을 가진 제품도 나오고 있지만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요.


자전거도 기체를 변경해서 나가도 컬러가 비슷하면 모르는 사람이 볼 때 같은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휠 같은 것은 더욱 그렇지요.


그래도 언제나 그렇게 있을 것 같은 일상 모습은 또 그렇게 당연하게 없어지고는 합니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타고 지나다 보이는 그 로고가 없어진 모습을 보는 것처럼 말이지요.




올해는 확실히 계절 시즌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코로나 시즌과 달리 애프터 시즌이 되면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을 보게 되고요.

다시 미세먼지 붐이 일어나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강한 햇살과 함께 파릇한 녹색 기운들이 넓게 퍼지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동남아 지역을 조금 다시 돌아볼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과거와 달리 같이 돌아다닐 인간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조금 일찍, 남들보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 것도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지금에 와서는 그러게 많은 호기심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알게 됩니다.


북적거리는 것이 싫어서 평일에만 데굴거리고 있는데 시간 단위, 코스별로 달려보면서 과거, 작년, 재작년보다 확실히 체력이 떨어진 것을 알게 됩니다.

밖에서 걸어 다니고 서있는 시간대가 많았던 시절과 비교해 은퇴 후 앉아서 뭉개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체력적인 이야기를 지인, 취미인들과 나누어보면 확실히 이제 다들 조금씩 걱정을 해보기도 합니다.

취미인과 지인 연령대가 비슷한 것도 있지만 다들 어딘가가 아파서 골골하거나,

수술, 또는 병상에 누워있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다들 돈 벌어먹고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지금 시즌에 있어서도 어떤 것에 집중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큰돈을 벌기 위한 야망보다는 편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면 된다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지요.

단, 그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큰돈을 벌게 된다는 것에 대한 기준도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이해관계도 확실히 이전과는 달라집니다.

과거에는 가격 대비 양이 적으면 좀 그렇고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근래에 와서는 확실히 양보다는 질을 더 따지게 됩니다.

옛날에는 코스요리 먹고 나서 따로 2차 3차를 가지고 했는데 근래에는 코스 한 번이면 그냥 충분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고요.


더불어 오디오, 전자제품, 취미용품에 대한 접근과 이해도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비록 서울을 떠나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그 대신 공간에 여유가 생겨서 더 많은 것을 도전해 보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카메라도 그렇고 바라보는 사진을 바라보는 시점 변환이라는 것도 또 재미있게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대부분 연령이 올라가면서 금전적 여유는 생기다 보니 조금 더 취미적인 하드웨어 접근 영역이 달라지는 것을 알게 됩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젊을 때부터 관심이 없었던 이에게는 역시 관심이 가지 않은 영역이지만요.


꾸준하게 한 우물만 파는 친구들도 있지만 저는 취미적인 순환 사이클이 좀 넓게 퍼져있어서 이리저리 돌아보는 패턴이 길게 이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지금은 장소 한계 때문에 장난감과 책자를 더 이상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서 그 외 부분에서 다른 것을 찾게 됩니다.

주변 취미인 중에는 일상에서 벗어나 고오급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동차는 벤츠, 벤틀리, BMW의 고급 세단으로 가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저는 스포츠카와 세단를 사용하다가 다 팔아버리고 지금은 자전거만 타고 다닙니다만 솔직히 그게 더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포츠 타입을 구입했던 이들도 대부분 가정환경에 맞추어 세단이나 SUV, 벤 타입으로 바꾸어가는 것을 보면서 역시 생활 패턴에 따라 바뀌는 것을 알게 됩니다.

두 명은 요트로 갔습니다.

한 명은 살던 집 평수를 줄이고 캠핑카를 도입했고요.

다른 두 명은 스쿠터와 모터사이클로 이동 패턴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별것은 아닌 평범한 일반인 삶이라는 것과는 다른 CEO 생활을 하는 이도 있고 큰 게임회사 책임자가 되어 이전과 달리 만나보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기도 하지요.

과거에는 그냥 취미 이야기를 가지고 떠들고 지내던 때와 달리 어느 정도 세속적인(^^) 화제도 꺼내 들게 된 것은 그만큼 세상을 살아온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겠지요


환경 변화도 있겠지만 연령 상승에 따른 사이클이 크게 바뀌어간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됩니다.

더불어 벌써 얼굴 보고 지내던 취미인 가운데 3명이나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중 후배가 둘이나 되네요. 지난달, 세상을 뜬 취미 후배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하는 메시지가 왔을 때는 조금 그렇고 그런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환경이든 건강은 지켜가면서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