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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식 May 10. 2018

<네이버 뉴스>부터 버려야 산다

뉴스와 함께 성장해 온 네이버, 이제는 저널리즘 발전에 기여할 때

   인터넷은 정보 유통을 혁명적으로 바꿔 정보의 독점, 특히 언론의 정보 독점을 파괴했다. 모바일은 정보 소비를 개인화시켜 매스미디어의 사업 모델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지난 200여년 간 매스미디어를 토대로 자리를 잡아온 저널리즘은 지금 이 두 가지 도전에 허덕이고 있다. 시장은 디지털로 급격하게 변화하는데, 유료 구독모델이나 광고로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고비용 구조를 감당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digital only 언론사나 niche market을 겨냥한 작은 언론사, 뉴스타파처럼 후원에 바탕한 새로운 형태의 언론사들이 가는 길이 쉬워보이지도 않는다. 조중동이나 방송사로 대변되는 기존 언론사보다는 저비용 구조이긴 하지만, 구독모델, 광고만으로는 저널리즘 종사자들의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벅찬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사들이 비슷하게 겪는 문제다. 



   네이버는 미디어다. 여러 정보 중 뉴스를 비중있게 취급하는 이상 언론사 범주에 들어가야 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할 일이 아니다. 뉴스 생산에 고비용이 들어가는데 반해, 네이버처럼 뉴스를 큐레이션 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 대신 이들은 뉴스 소비 행태를 연구하고 개인화 서비스를 하는 등 기술에 집중 투자한다. 따라서, 정보 생산에 이미 고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언론사들로서는 네이버의 기술 수준을 따라갈 수는 없다. 


   네이버가 뉴스의 인링크/아웃링크나 댓글 정책 등을 짤 때 이런 점들을 감안해 주기 바란다. 네이버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뉴스 큐레이션을 통해 고객을 모은 것도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네이버는 국내 저널리즘의 발전에 일정한 책무가 있다.


   신문, 방송 등 기존 언론사들도 더 이상 과거의 '지분'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언론 환경이 바뀌었고, 자신들의 영역과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점을 토대로 네이버가 향후 뉴스 관련 개편을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얘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기사는 아웃링크가 원칙이다. 

        - 광고가 덕지덕지 널려 있는 기존 언론사 사이트 문제는 언론사는 극복해야 할 사안이다. 네이버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네이버가 지금처럼 인링크, 즉 '가두리 양식장' 체제를 유지하는 한 언론사들은 네이버에 기대는 가장 편한 길을 택할 것이고 각 언론사의 독자적 발전은 그만큼 멀어질 것이다. 차제에 "네이버에 기사 난다"는 걸 무기로 협박을 일삼는 사이비 언론 문제도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다


   2. 댓글은 당연히 해당 언론사가 관리할 몫이다.

        - 뉴스 소비자들의 종합 토론 공간이 필요하다면 네이버가 별도의 광장을 만들면 된다.


   3. 늘 저널리즘 발전을 생각하라.

        - 메이저 언론사들의 역할이 있고, 신생 언론사들의 역할이 있다. 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 네이버의 역할도 있다.


   4. 장기적으로 뉴스 큐레이션은 미디어 스타트업에 양보해야 한다.

        - 현재의 뉴스 소비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뉴스 가두리 양식'을 포기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네이버 뉴스>라는 브랜드를 없애야 한다.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편집도 하지 않겠다면서 이런 브랜드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 네이버는 뉴스 큐레이션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새로운 포털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이 기회인 지도 모른다. 모바일을 넘어 가상현실, AI가 활짝 열리는 세상에서 뉴스와 블로그라는 '가두리'에서 진정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는 쪽은 네이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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