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아직 3G 이동통신이 상용화되기 전이었으나, ITU에서는 앞으로 3G 및 그 이후 4G, 5G 등의 이동통신 용도의 주파수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하여, 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ITU는 이동통신 이외에도 위성, 항공, 해상용 등 다양한 용도의 주파수 수요와 기술적 발전을 검토하여 거의 매 4년 마다 국제적으로 주파수를 이용하기 위한 조약을 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약 개정을 준비하기 위하여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지역인 아시아 태평양 전기통신 협의체(APT)에서는 지역 준비 회의를 하여 아태 지역 국가들의 의견을 수렴 조정하여 ITU에서 개최하는 WRC라는 조약 개정 회의에 지역 공통의견으로 제출함으로써 190여 개국의 분산된 의견 대신 6개 지역 기구(유럽, 미주, 아랍, 아프리카, 러시아 및 인근 국가, 아태)의 의견으로 압축하여 논를 진행하게 된다.
동 지역 준비 회의에서 3G 이동통신 주파수를 담당하는 소 그룹의 의장을 맡고 있던 나는 당시 24개국 정도가 참석하고 있던 아태 지역 준비회의에서 향후 각국이 선호하는 이동통신 대역에 대한 의견 조사를 하여 아태지역이 선호하는 공통 대역을 선정하려고 하였다. 의견 조사 결과, 우리나라, 일본 및 유럽이 선호하던 2.5 GHz 대역에 대해 8개국이 선호, 8개국은 반대, 8개국은 무응답으로 나왔다.
동 결과표를 본 참가자들은 2.5 GHz 대역을 아태지역의 선호 대역으로 지정하기 곤란하다고 보았으나, 의장인 나는 무응답국가들은 반대하지 않았으므로 일단 선호 대역으로 만들자고 제안하였고, 다행히도 내 제안이 받아들여 저서 결국 200년 5월 WRC-2000에서는 동 대역이 국제적으로 IMT 대역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당시 동 대역을 반대하고 있던 인도 대표는 몇 년 후 내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여 당시에 내 제안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고 하며, '앞으로도 계속 성실하고 신뢰감을 주도록 해서 아태 지역 국가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일해 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인간적인 따사로움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