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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버PlayLaboR May 13. 2022

노는 사람이 놀이의 주인공이다

아이들은 놀아야 산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어른들의 수고가 필요하다


고무신학교 놀이보따리 [놀궁리]는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고 심심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준 영감으로 시작했다. 일주일째 집안에 갇혀 블록 놀이도 하고 마법사 흉내도 내고 그러다가 엄마가 시키지도 않은 한글 공부를 했던 7살 규니가 [놀궁리]의 실질적인 발행인이다. 심심함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를 규니가 먼저 보여 주었고 나는 규니를 따라 한 것뿐이다. [놀궁리]를 보고 더 재미있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다시 놀 궁리를 풍성하게 해 주고 있다.

[놀궁리]는 아이들을 만나는 어른들을 위해서 만들었다. [놀궁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할 지점은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에게 그것을 전하는 사람은 어른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방과후 교실에서 학원에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놀궁리]를 다양하게 써먹고 있다고 한다. 친절한 설명과 읽기 편한 편집을 요구하지만 많은 글자로 놀이를 설명하고 도움받는 그림은 아주 간략하게 그린다. 의도된 불친절 놀이안내서이다. 비대면 비접촉 시기 정보의 전달은 대부분 영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더욱 글자와 그림에 집중하고 있다. 글자를 읽고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다시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와 보여줌으로 놀이와 만들기를 해결하게 하고 있다. 그 사이에 전달자가 상상력과 어린 시절 직접 놀았던 기억을 첨가하고 전혀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놀궁리]는 여는 이야기, 놀이, 놀잇감 만들기, 구지원 작가의 동문서답, 브뢰겔의 <아이들의 놀이> 그림에서 놀이 찾기 순서로 이루어져 있다. 순간순간 만난 자연의 신호를 해석하는 것으로 여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전에 보이지 않았던 반딧불이가 보이고, 들리지 않았던 딱따구리 소리도 들리고, 스쳐 지나갔던 부모님의 농사일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놀이의 구성은 집안에서 시작하여 계절별로 공간별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방안에서 시작하여 마당이나 아파트 공터를 지나 골목으로, 놀이터로, 그 영역을 점차 넓혀 나가고 있다. 둘레에서 시기에 맞춰 쉽게 발견되는 꽃과 풀과 흙과 나무가 놀잇감이 된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들로 산으로 개울로 마음껏 뛰어다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만들기와 질문하기는 활동에 참여하는 이가 좀 더 자기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만들고 생각하기는 누구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혼자서 끙끙거리며 해낼 때 그 성취감이 더 크다. 마지막 장 브뢰겔의 <아이들의 놀이> 그림을 한 조각씩 떼어 보는 것은 ‘다르게 보기’ ‘자세히 보기’ ‘깊이 보기’를 시도한 것이다. 빈 미술사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이 그림에는 250여 명의 아이가 등장하고 83개의 놀이가 들어 있다고 한다. 이 그림 읽기의 목표는 빈 미술사박물관의 학예사가 찾아내지 못한 놀이를 딱 한 개만 더 찾아내는 것이다. 규니를 따라 배우려 그저 심심해서 했던 것이 어느새 일이 되었다.


노는 사람이 놀이의 주인공이다


‘놀이가 아이’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놀이’를 살린다. 아이들이 놀 때 비로소 놀이가 살아난다. 놀이가 아이를 살린다는 것은 놀이의 규칙과 방법을 배우며 몸과 마음을 움직여 살아나게 한다는 뜻이다. 반면 아이가 놀이를 살린다는 것은 아이의 움직임 자체가 놀이가 되는 것을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현장에서 놀이는 만능열쇠가 되어있다. 놀이를 강조하다 보니 놀이의 주인공인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있다. 노는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고 대리석 바닥에 그려 놓은 놀이판, 아이들의 키와 손 길이에 맞지 않는 놀잇감, 놀이기구가 주인공인 놀이터 등이 그렇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노는 곳에 가장 많이 해 놓은 말은 ‘마세요’이다. ‘마세요’가 ‘괜찮아’로 바뀔 때 아이들의 놀이는 비로소 살아난다고 믿는다. ‘거꾸로 올라가도 괜찮아’ ‘돌아앉아서 타도 괜찮아’ ‘놀지 않아도 괜찮아’ ‘땅을 파도 괜찮아’ ‘풀 뜯어 먹어도 괜찮아’ ‘더러워져도 괜찮아’

아이들이 마음껏 자연에서 달릴 수 있게 어른들이 마음과 힘을 모아야 한다. 온 지구촌에 퍼져있는 코로나19를 지혜롭게 해결하여 빈터투어 마을 광장에 다시 온 세대가 모여서 페탕크 하는 날을 지구인의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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