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ginning
*이 글은 아젠다 바이 줄라이 웹사이트 블로그에 2019년 7월 12일 영어로 처음 게시되었습니다.
서울의 극히 평범한 소시민적 가정에서 자란 나의 유년기에, 엄마는 한 번도 새 옷을 사주지 않았다. 나는 이모에게, 사촌 언니에게, 엄마 친구 딸에게 많은 물건을 물려받았다. 이모가 엄마 친구가 무언가 한 아름을 안겨주고 가면, 그 날은 마치 보물찾기 놀이 같았다. 각각의 취향의 옷들로 이 것 저 것을 시도, 지금 우리가 스타일링이라 부르는 것을 하며 나는 나의 취향을 찾아가며 놀았다. 분명 우리 가족은 디자이너 브랜드나 비싼 소위 '메이커'의 상품을 살 형편이 아니었고, 어쩌면 그 덕분에 나는 옷을 소중히 다루며 성장했다.
두 개 대학을 거쳐, 나는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가장 사랑하는 일을 지난 14년간 하며 먹고살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지만, 또한 그 시간을 거치며 물건을 만드는 일에 결부된 많고, 복잡한 문제들과 마주쳐야 했다. 옷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큰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며,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해 알게 되는 일은 고통스러웠고 빠져나올 수 없는 회의감에 젖어들게 했다. 매일 커져가는 물음 중 하나는 이 엄청난 양과 스피드의 생산과 소비 사이클이었는데, 실 판매와 상품의 인생 사이클을 고려하지 않은 생산량은 이미 오래전부터 업계의 관행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상품 가격 경쟁은 끝없이 치열해졌고, 그 대가로 상품의 질은 하락했으며, 나는 이 모든 문제를 조금도 해결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력함을 느끼며 점점 커져가는 절망을 방치하고 있었다.
2018년 후반, 무언가 나를 크게 흔들었고, 덕분에 나는 지금 당장 꿈을 이루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가능한가.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조금 덜 해가 되는 옷을 만들 수 있을까는 매일매일의 과제가 되었다.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목적을 좀 더 분명하게 만들어준 <패션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온라인 강의 수강 후, 나는 테일러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칼라와 라벨의 섬세한 커팅, 완벽하게 둥글려진 어깨선, 점점이 단정한 스티치 - 이 것은 내게 패션의 정수 같은 것이었고, 나는 한 사람을 위해 디자인되는 옷, 테일러링의 본질적인 정신을 좀 더 친절하고 친근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몇 년이고 사랑받는, 잘 만들어진 옷에 대한 열망에서 아젠다는 시작되었다.
소재의 여러 특성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가능한 한 순환경제에 가까워지도록 디자인하는 것, 하루하루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 -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지만 매일 무언가를 배워간다. 회사가 등록되었고, 6월에 첫 샘플들이 나왔다. 이제 아젠다 바이 줄라이는 첫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실수하고 또 배워가며, 매 순간이 새롭다. 언젠가는 낡거나 유행이 지나 버려지는 옷들로 다시 소중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18년 전에 엄마에게 물려받아 아직도 매 겨울 그 몫을 다하는 나의 검정 울 코트처럼,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는 아름답고 사려 깊은 옷들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의 길을 만드는 것 - 그것이 나의 아젠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