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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bysparks Jan 12. 2019

[D+2] 만일 그때 발리에 왔었다면

망고와 뽀삐스 거리


숙소 근처에 있는 마트 까르푸에 갔다. 엄마에게 쇼핑이란 없다. 엄마는 한국이든 발리든 마트에 가야한다. 예전 같았으면 좋아하는 과일이나 유제품, 맥주 코너 앞을 가장 오래 기웃거렸지만 이번엔 단호에게 필요한 것들 위주로 체크했다. 이유식에 필요한 고기와 야채 가격을 미리 확인해뒀고 급한 기저귀와 아기과자 몇 가지를 샀다. 고대하던 망고는 우리 돈으로 단돈 500원이었다. 아싸! 마트에서 돌아와 점심은 라면 포트에 끓인 신라면에 망고를 곁들여 맥주와 함께 마셨다.


까르푸 휴지로 쌓은 탑이 장관이었다. 까르푸 까르푸 까르푸가 계속 생각날 것 같은.


오후엔 뽀삐스(poppies) 거리에 갔다. 가이드북 설명에 따르면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자들은 위한 골목길로 저렴한 상점과 식당이 많다고 했다. 뽀삐스 거리는 두 개의 길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뽀삐스1로 불리는 길은 가난한 여행자들을 위한 거리에 어울리게 지나치게 좁다. (가난하다고 꼭 좁게 걸어야하나) 이 좁은 길을 스쿠터와 사람, 가끔 차까지 함께 지나다닌다. 벽에 바짝 붙어 가지 않으면 어깨가 치이기 쉽상이다. 아기띠 밖으로 쩍벌을 하고 있는 아기의 다리를 잡고 조심조심 걸었다. 해운대나 속초 바다 앞의 관광지를 연상케 했던 해변 근처의 대로변과 달리 좁지만 다닥다닥 붙은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해피아워엔 2+1 맥주를 파는 멋지진 않지만 운치 있는 펍, 촌스런 무늬와 빈땅맥주와 인도코끼리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가게들로 가득한  뽀삐스 거리를 걸으니 불현듯 옛날 생각이 났다. 아이가 없고, 결혼도 하기 전, 낯선 도시를 천천히 걷고 사진을 찍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 발리에 왔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지금과 다른 어떤 걸 봤을까. 다행히 이런 생각을 깊고 오래 할 만큼 긴 길은 아니었다. 적당히 향수에 취했다 다시 관광지 같은 해변의 대로와 만나 정신을 차렸다.


좁지만 낭만적인 정취가 있는 뽀삐스 거리

저녁은 뱀부코너(Bamboo coner)라는 뽀삐스거리1 초입에 있는 식당에서 피시앤 칩스와 사테를 (어김없이) 맥주와 먹었다. 가이드북에서 알려준 식당 중 가장(그리고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근사한 곳은 아니지만 딱 보면  내공과 간지가 느껴지는 곳이다.  아마도 이 길을 좋아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다녀 갔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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