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사람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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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보고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 피천득, 인연
여전히, 그리고 평생을 난 아직 어리구나라는 반성 속에서 살겠으나, 하나하나 나이를 채워감에 따라 정립이 필요한 주제들이 있다는 느낌을 벗을 수 없다.
인연에 대한 생각이 그것인데, 얼마 전 좋은 글을 소개받아 생각하고 정리할 기회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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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인연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나와 맞는 이는 내가 찾아 헤메지 않더라도, 내가 고민하지 않더라도 결국 날 찾아올 것이며 날 헷갈리게도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들을 한 켠에 두고 그렇게 생활한다.
그런데 인연은 운명적 만남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인연이 무조건적인 우연의 산물이라는 생각은 날 더 고립되게한다. 일확천금 같이 눈 앞에 나타나는 그런 행운쯤으로, 그렇게 인연을 너무 간단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수많은 인연의 결들이 나를 스쳐지나갈 것만 같다는 생각이다.
인연은 날 헷갈리게 하지 않지만, 항상 나의 언어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가끔은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각자의 언어로 서로가 인연임을 외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어떤 언어로, 어떤 말을 하는지 눈 크게 뜨고 그 말에 귀를 기울여야할 일이다. 그것이 각자의 고립에 빠져있는 서로를 끄집어 올려주는 방법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