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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혁 Sep 05. 2015

결정적으로 그것이 바로 내 장미꽃

장미를 위해 보낸 시간이 나의 장미를 소중하게 만든다

                                                                                               

0.


여우는 말을 멈칫하며 어린 왕자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제발... 나를 길들여줘!"라고 여우가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라고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나는 시간이 별로 없어. 친구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사귀어야 하거든."
"인간은 자기가 길들이는 것만 알게 되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인간들은 뭔가를 사귈 시간이 없어. 그들은 이미 다 만들어진 것들을 가게에서 사거든. 그러나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어. 만약 네가 친구를 원한다면 나를 길들여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참을성이 많아야 해."
여우가 말했다.

"일단 내게서 조금 떨어진 풀밭으로 가서 앉아. 나는 너를 곁눈질로 몰래 조금씩 훔쳐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이란 오해의 원인이 되거든. 그런 다음 너는 날마다 내게로 조금씩 다가오는 거야."

_어린왕자



내가 장미를 위해 보낸 시간이 나의 장미를 소중하게 만든다.

참을성을 가지고, 조금 떨어진 채, 애정을 가지고 길들인다면 그것은 가치있는 '나의 장미'가 될 수 있다.

참을성을 가지면 떠나가고, 조금 떨어진다면 영영 멀어지거나, 길들이려하면 외면하기 쉬운 게 현실. 느릿느릿한 것은 이리저리 재는 것으로, 조금 거리를 두는 것은 상대를 방기(放棄)하는 것으로 오해받곤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보낸 시간 만큼, 딱 그 만큼 대상을 알게 된다. 내가 보낸 그 시간 만큼 대상은 가치있는 것이 된다.





1.

                                                                                                                  

"너희들은 누구니?"
어린 왕자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우리는 장미꽃이야"
장미들이 말했다.
"아!"
어린 왕자가 짧게 말했다.
갑자기 그는 기분이 울적해졌다. 자기가 기르던 장미꽃이 자신은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라고 말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5천 송이나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은가. 모두 똑같이 생긴 장미꽃들이 한 정원에 이렇게 모여 있다니!

어린 왕자는 한 장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너희는 내 장미와 달라.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했다.

"너희들은 정말 예쁘게 생겼어. 하지만 너희들의 아름다움은 텅 비어 있지. 너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거야. 물론 지나치다가 너희들을 본 어떤 사람이 너희가 내 장미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느낄 수는 있겠지.

하지만 너희들 모두보다 내게는 내 장미꽃 한 송이가 더 소중해.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날마다 물을 주는 꽃이니까. 그리고 내가 날마다 유리로 잘 보호해주는 꽃이니까. 결정적으로 그것이 바로 내 장미꽃이니까."

_어린왕자


날마다 물을 주고 유리로 잘 보호해주는 꽃은 없었다. 소모적인 반복, 5천 송이나 되는 장미꽃이 어디에든 있다는 자기 위안이 관계도 소비도 결국 다 게워내지는 것들로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시간을 들이고, 신중하게 생각해볼 이유가 여기있다. 꼭 그렇게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텅 빈 너희들 모두보다 내 하나가 더 좋다고.

꼭 그런 하나를 가지고 싶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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