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리푸 Sep 27. 2015

인큐베이터 너머로

Kaiiwi Lake

  8시면 눈이 떠지는 걸 보니, 시차 적응이 웬만큼 되었나 보다.

           

   황가레이 탑텐 홀리데이파크는 홀팍계의 7성급 호텔쯤 되는 곳. 비용이 다른 곳의 두 배다. 직원도 많고 시설도 신식인데 심지어 설거지대나 세면대에 물 한 방울이 없다. 많은 것이 무료로 제공되고 샤워도 공짜.한동안 없을 '쾌적한 샤워'를 마치고 캠퍼밴 정리를 시작 했다.  


 아이들은 트램폴린 놀이터에서 잘 논다. 심지어 준모는 7살 남아와 '동생 괴롭히기 배틀'이 붙어 여아들의 앙탈부리는 소리와 남아들의 낄낄대는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여동생은 오빠들의 밥'이라는 만국공통의 슬픈 상식을 목격하고 있는 중.


말은 안 통해도 동생 괴롭히기 배틀로 공감대를 형성한 7세 남아와 10세 남아



  여기 사람들은 아이들을 무척 귀여워한다. 그래도 아이들이 버릇없이 굴거나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것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어른은 아이를 귀여워하고 아이는 어른을 좋아하고 따른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생각해보니 난 그게 힘들었다. 해야할 것도 많고 하지 말아야할 것도 많은 아이들과 불안과 걱정에 잔소리하는 어른들이 '유친'하기엔 걸림돌이 너무 많아 보인다.


  H선배님과는 kaiiwi호수에서 이틀 뒤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우리가 먼저 떠났다.1시간 30분정도 비교적 장거리 여행이라 살짝 걱정됐는데 의연하게 운전하고 있는 곰군이 믿음직스러웠다.


               아이들은 캠퍼밴 안에서 떡실신


  드디어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카이이위호수!  넓고 새파란 물빛에 물결까지 일어 꼭 지중해의 바다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최고로 몰리는 피서지라는데...이게...? 여기 사람들이 피서철 해운대 인파를 목격한다면 서프라이즈의 진실 혹은 거짓 중 거짓으로 만장일치 지목하지 않을까


  느즈막히 도착한 탓에 물놀이는 내일로 미루고 저녁 준비를 했다. 저녁 메뉴는 뉴질랜드산 소고기 스테이크, 토마토소스 펜네파스타, 찐감자와 옥수수로 거하게 차렸다! 준모는 열이 오르고 입안이 헐어 저녁을 먹다가 눈물을 흘렸다. 많이 아픈데 억지로 먹여 울리기까지 해 마음이 좋지 않다. 새해부터 계속 열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있어 걱정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캠퍼밴에서의 첫날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