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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푸 Sep 30. 2015

Opononi의 풍경들

오포노니에서 노숙을 하다.

  안 군은 오늘 아침 열이 내리고 호전의 기운이 있어 점심 무렵 우리는 다시 떠났다. 곰군이 출국하기 전 오클랜드 내려가는 길에 왕가레이에 들렀다 가기로 기약하고^^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나이 많은 카우리나무 Father of forest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카우리나무는  수천년을 땅속에 묻혀 있어도 썩지 않고 워낙 거대한 데다가 밑둥과 끝부분의 굵기가 같아 원주민들이 하늘에서부터 자라나와 땅에 박혔다고 믿어왔던 신성한 나무라고 한다. 콘크리트같이 단단한 외피에 거대한 몸집을 하고 있지만 뿌리가  매우 가늘고 섬세해 사람들의 발길을 조심해야 한다.
  안 군과 모모가 건강한 기운을 받길 바라며 한 시간 정도 숲을 돌아 나오는 길. 허나 나는 체력이 바닥으로 가고 있다. 게다가 어제는 세수도 샤워도 제대로 못해 몰골도 말이 아니고...

Father of Forest 
안 군과 모모가 카우리나무의 기운을 받아 건강하기를 기원하였다


  이제 어느 홀팍이든 들어가 뜨거운 샤워를 하고 푹 쉬고 싶었지만, 선배가 추천한 다음 코스는 오포노니 일대를 전망할 수 있는 언덕에서 일박을 하자는 말씀! 아주 내키지는 않았지만...좋은 경치가 나오면 그곳을 숙소로 만들어주는 no boundary 캠퍼밴 여행의 궁극의 코스가 될 것 같아 그것으로 확정!  

 
  경치가 좋아 김태훈아저씨도 강추하셨었는데 과연.네 방위의 경치가 완전히 다르다!!! 한쪽은 염소들이 가지런히 풀 뜯어 놓은 언덕이 있고, 반대쪽은 지구의 곡률이 느껴질 만큼 끝없이 긴 수평선이 있다. 오포노니해변쪽은 인공의 건물이 있는 문명의 장소인가 하면 또 다른 쪽은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았을 것 같은 모래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오포노니의 풍경들

  
  눈을 쉴 수 없는 한 시간의 트래킹 끝에 뱃속까지 고갈된 우리는 낮은 해안에 정갈하게 놓여져 있던 콥손리조트&호텔로 내려가기로 했다. 생맥주가 맛있다는 말에 몰려갔는데 음식은 더 맛있었다! 석화굴요리와 두 종류의 스테이크, 파스타, 준모를 위한 크램차우더수프 그리고 맥주 세 잔에 170불이면 가격도 훌륭. 특히 석화굴은 버터같은 뒷맛이 끝내준다!!


아구창으로 죽다 살아난 안 군은 크램차우더를 먹고 있다. 버터같은 풍미의 석화를 다시 보는 순간, 침이 고이고 있다.
copthorne 리조트 로비에 붙어있던 마오리 족장의 초상들

   맥주에 홀려 우리는 기껏 정박해둔 전망대에서의 일몰을 놓치고 말았지만, 흡족한 만찬에 후회는 없었다. 혹 다음주쯤 일정에 무리가 없다면 아이들과 다시 들러볼 것이다^^ 
 
   오늘밤은 날이 맑아 별이 많이 보일 것이라며 캠퍼밴 밖으로 나간 곰군. 인가도 전기도 없는 맑은 여름날의 오포노니의 밤에는 과연 별들이 무리지어 흘러가고 있었다.


노숙중인 캠퍼밴
단순한 명과 암을 지닌 오포노니의 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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